우연히 참석하게 된 자본세미나,물론 그 이전에 자본론을 읽어보고 싶다와 왜 읽고 싶은가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고,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이란 책을 혼자서 읽고 있는 중이긴 했지만 거의 전격적으로 결정된
시간표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11월 9일 첫 모임에 갔을 때 구성원들이 다 낯설어서 과연 잘 적응하면서 마지막 강의까지 참석할 수 있겠나
하는 의심도 있었고요.
비봉출판사의 자본론 1권이 상,하로 출간되었는데 지난 월요일 상권이 끝났습니다.
과연 혼자 읽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함께 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감사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지난 시간은 몸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참석해야 하나,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어서인지 치과에 가니 잇몸이 많이 부어서 잘 못 하면 여행중에 크게 고생한다고
의사가 겁을 주더군요,치료받고 약을 다 먹지도 못하고 열흘간 필요한 분량을 모으는 중이라 회복이 더디기도 하고
일본어 번역은 다른 날보다 분량은 더 많고 내용도 너무 어려워서 한 번 읽어서는 도대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자본세미나는 1조가 디펜스하는 날인데 두 번을 정독해도 아직 모르는 구절들이 늘어서 있고
아,이럴 때 몸핑계를 대고 하루 쉬어버릴까 마음속에 유혹의 소리가 들려옵니다.

물론 저 자신을 납득시켜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1월에 참석하면서 (디펜스조로 사람들앞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을 숨기느라 몸을 핑계대는 측면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알고 있는지라)
마음이 부끄러울 것같아서 월요일날 참석한 덕분에 상권의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었고 덕분에 공장제 수공업의
진행까지 제대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지요.
수업중에 불쑥 양이 어느 정도 축적이 되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대목에서 (그것은 가내 수공업단계에서
공장제 수공업단계로,혹은 길드체제에서 공장제 수공업 단계로 가는 길에서 처음에는 길드의 체제를 수적으로
늘린 것에 불과하던 메뉴펙추어가 왜 변화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설명에서) 그것과 상관이 없는 것이지만
저는 이 수업이 바로 양질 전환의 법칙이 적용된 경우라고 ,개인적으로 볼 때,그런 말을 하게 되더군요.

수업이 끝나고 고병권선생님께 다케우치 요시미의 루쉰책을 갖고 있다면 빌려줄 수 있는가 물었더니
루쉰책과 더불어 현응스님의 각-깨달음에 관한 작은 팜플렛을 한 권 더 건네주더군요.
마침 29일에 그 스님이 수유공간너머에 오셔서 함께 이야기나누는 귀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홈페이지에서
보고 누구일꼬 하고 궁금해하던 차라서 고맙게 받았습니다.
어제 읽어보니 아하 소리가 절로 나면서 내가 알고 있던 무아란 개념이 불교에서 쓰는 말과 얼마나 거리가
멀었나,그리고 스님이 이야기하는 줄탁동시에 관한 것,실체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가 니체의 말과
상당히 통하는 곳이 있구나,근거나 토대가 없이 사는 삶에 대한 것 그 말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갑자기
눈이 환히 열리는 경험을 했지요.

월요일,몸을 핑계대지 않고 수업에 참석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와 만나고 오늘 아침 신문에서 현응스님의 책
깨달음과 역사에 관한 소개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무엇인가에 정면으로 마주할 때 이상하게 새로운 문이 더 잘 열리는구나,그것은
아마 그런 마음에 대한 보상인 것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히 동시에 오는 현상인 것일까,아니면 선행한 것이
눈을 열도록 해주어서 저절로 눈에 보이는 것일까,그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디펜스를 함께 한 사람들과 잠깐 모여서 뒤풀이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중에서 명리학을 공부하는 여성이 두 명이 있어서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지더군요.
독립영화를 만드는 분에게도 언젠가 조금 더 길게 시간을 내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고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더 들어보고 싶어지고,이런 식으로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끼리의 작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용산에 가게 된 것은 자본세미나 덕분이지만 그 공간을 통해서 사실은 다른 것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고
앞으로의 삶의 방향에 대해서 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게 된 것,그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2009년에 새롭게 시작한 일들,2010년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일들,계속 하고 싶은 일들,정리가 필요한 일들
이런 것들을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잘 생각해보고,내년에도 하루하루가 마음을 담아서 빛나는 그런 날들로
살아가고 싶습니다.혼자서,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