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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 박하사탕
회색인 |
조회수 : 1,717 |
추천수 : 113
작성일 : 2009-08-19 18:36:16
Rainbow - Catch the Rainbow
[박하사탕]
제작 명계남, 마코토 우에다 / 각본, 감독 이창동 / 출연 설경구, 문소리, 김여진 / 촬영 김형구 / 편집 김현 / 음악 이재진 / 1999년작 / 러닝타임 130분
1999년 어느날,
이름모를 강 가,
낯익은 야유회 풍경,
일그러진 몰골의 양복차림의 어느 흉칙한 인간,
야유회를 끔찍하게 흐트러뜨리고 시간은 기찻길을 따라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갑니다.
세상에 대해 증오심만이 남은 채 딱 한 놈만 죽이고 자살하자고 결심한 김영호는 우연찮게 첫사랑을 만나게 되고 박하사탕을 소급합니다.
잘나가던 사업가 시절,
부도덕한 세상에서 부도덕한 일상에 치이고 부도덕한 짓거리들을 저지르며 삶을 학대하고 있었습니다.
신혼,
젊은 형사시절,
독기 만이 남은 채 검거자를 무자비하게 고문하며 삶을 상처 내고 있었습니다.
총각시절,
처음 시작하는 형사 짓,
공단식당 딸은 몸과 마음 바쳐 나를 따르는데 갑자기 나타난 첫사랑,
어찌하여 그녀를 모욕하고 떠나보냈을까...
이건 어쩌면 또 하나의 자학일 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모르겠지만,
난 당신이 날 찾아 군대에까지 면회 왔던 사실을 알지만,
결코 말 한 마디조차 할 수 없는 가슴 깊은 상처.
군대에서,
어느날 갑자기 걸려버린 비상,
완전군장 비상사태로 떠나던 차안에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얼마나 가슴이 떨렸던가.
내 나라, 내가 지켜야 할 조국의 한 자락, 광주에서 나는 전우가 쏜 총탄을 맞고 쓰러집니다.
그저 두려울 뿐이었습니다.
그런 내가 내 나라의 죄없는 한 소녀를 죽일 줄이야...
1979년,
이름모를 강 가,
가리봉동 공단 친구들과 야유회를 왔습니다.
어디선가 꼭 한번은 와봤음 직한 강가...
꿈에서...?
매일마다 박하사탕을 천 개씩 싸야 하는 첫사랑 윤순임은 박하사탕을 그래서 좋아하려 한답니다.
꿈에서라도 그런 상상을 했을까,
설마 20년후에 여기서 죽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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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보기 드문 걸작 박하사탕은 21세기의 벽두에 첫회를 시작하며 그 속에서 20세기의 오욕과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채 삶과 죽음 경계에서 부유하는 우리네 한(限)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듯 했습니다.
가구 대리점 사장으로 살던 시절,
김영호가 경리여직원과 불륜을 저지르고 돌아오던 길에 차안에서 들리던 노래...
바로 그룹 레인보우(Rainbow)의 "Catch The Rainbow"입니다.
그냥 흘려 듣기에는 너무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이것 저것 생각꺼리들을 던져줍니다.
... 그랬습니다.
무지개는 손으로 잡으려고 쫓아간다고 잡히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허상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그 너머까지 간다면 무지개를 잡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손 안에 남은건...?
처절하리만치 깊게 울려 오는 로니 제임스 디오의 샤우트보이스가 가슴 가득 고독으로 밀려옵니다.
현재로부터 천천히, 결코 비약없이, 부담스럽지 않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종적구조 편집은 달리는 기차길을 필름에 담아 거꾸로 보여주는 간막 사이로 친절한 코멘트 역할에 전혀 무리없이 관객으로 하여금 모르는 새 시간의 역행에 동참하게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지점까지 달려가면 우리 나라 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은 21세기에도 반복될 지 모르는 불안한 방점이 찍혀버립니다.
이 영화가 폭로하고 있는 우리네 현대사의 그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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