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유도 공원 / Olympus C2
Brian Jay - Nightfalls(Instrumental)
황혼
꿈결같은 시간들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꼭 꿈만은 아닙니다
때로 땀 흘리며 눈물 흘리며 피 흘리며
같은 호흡과 같은 웃음으로 함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여기까지 왔네요
쉽지만은 않았던 길,
그러나 기필코 가야만 했던 길
결코 짧지만은 않은 인생 - 육 십 삼 년을
꿈에도 그리던 고향, 그 집, 그 땅을
죽어서, 영혼 없는 몸으로
당신이 사랑하던, 그토록 사랑하던
우리들의 눈물 속에
민중들의 애통하는 외침 속에
이제서야 왔네요
얼마나 많은 靈山의 그늘을 지나
태고적 순수, 그 기슭에
묻히시렵니까
꿈에서나 그리던
사랑하는 조국의 빛나는 나날들을
끝내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우리와 나누던 그 삶의 자세와 위로의 말들
이제 이 말들을 마치셨나요
부디 주무십시오 쉬십시오
다음 시대의 일은 남은 자들에게 맡겨두시고
남겨주신 정신은 사라지지 않음을 믿기에.
* 그제 밤에 봉하마을을 다녀온 후, 더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군요.
이제 그만 생각하렵니다.
이제 그만 붙들렵니다.
이제 그만 슬퍼하렵니다.
그분도 이런 무력감을 원하시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82쿡도 당분간 자제해야 할까봅니다.(그런데 이건 될까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