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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음악 - 악마적 재능, 리플리

| 조회수 : 1,328 | 추천수 : 95
작성일 : 2009-05-11 23:10:03

Chet Baker - My Funny Valentine



[악마적 재능 리플리 - The Tallented Mr. Ripley]


제작 윌리엄 호버그, 톰 스턴버그, 시드니 폴락 / 감독, 각본 앤서니 밍겔라 / 음악 가브리엘 야레 /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랑슈 / 촬영 존 실 / 편집 월터 머치 / 1999년작 / 오리지널 러닝타임 139분


사람은 누구에게나 재능이 있습니다.

"서명 위조하고, 거짓말하고, 사람 흉내내기"

그것이 리플리(맷 데이먼)가 가진 최고의 재능이었습니다.

때때로 초라한 현실보다는 위선에 가득찬 거짓이 훨씬 낫다고 믿고 있는 이 재능 많은 리플리는 결국 선박 재벌의 아들 디키(쥬드 로)를 찾아 그의 아버지 앞으로 데려오라는 부탁을 받고 그 제멋대로인 부잣집 도련님을 찾긴 하지만 그의 여유있고 세련된 상류층 삶에 매료되어 언제까지고 디키와 함께 있길 원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은 언제나 갑자기 빠져드는만큼 금새 싫증도 잘내고 지겨워합니다.

그것이 리플리에게도 예외는 아니어서 결국 둘의 관계는 끝모를 아픔으로 파국을 맞고 맙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분 상승에의 욕구는 언제나 인간의 가장 어두운 면을 지배하는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디키에게 접근한 리플리는 그의 최고의 재능 - 남 흉내내기로, 디키 아버지의 답답하고 꽉 막힌 말투와 억양, 인상으로 단번에 디키의 마음을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그를 닮아가는 한편 그에게 동성애까지 느끼며 영원히 그와 함께 있기를 열망합니다.

그러나 디키는 그의 특유의 낙천적이고 여유만만한 삶의 색깔 때문에 이내 리플리에게 싫증을 내고 자신에게 빈대붙어 사는 리플리가 더욱 부담의 차원을 넘어 아예 정나미가 뚝 떨어지기까지 하게 됩니다.

여기서 그들의 불행은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발적 살인과 치밀한 계산에 의한 거짓말과 서명위조와 리플리는 그가 가진 모든 재능을 자신의 위태하고 위선에 찬 삶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결국 그의 재능은 빛을 보게 되고 디키의 아버지로부터 고맙다는 인사까지 받으며 한밑천 단단히 잡는 성공을 일궈 내지만
그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그저 착잡하기만 합니다.

과연 인간의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인간 하나하나가 각자 부여받은 숨결과 육신은 이 커다란 세상에서 그저 감옥같은 숨막힘을 느끼며 살아가야 하는지..!?

그러나 결코 그렇게 살 수만은 없지 않을까요?

누구든 자기 인생을 개척할 권리가 있는 만큼 그러한 의무도 있습니다.

축복받은 만큼의 책임이란 것일텐데요...

그러나, 또한 위선으로 꾸며진 거짓 인생, 이 얼마나 매력적인 유혹인지요...

인생에서 이보다 더 위험한 도전은 없을 것이며 이보다 더 가슴 졸이는 유희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결과는 성공하면 인간성의 황폐화요 실패하면 사회적 매장이지만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이상이 아니던가요...

이 작품은 바로 여기, 인간의 숨겨진 탐욕의 본성에 주목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누구나 한번씩은 해보는 상상,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모험.

그보다 훨씬 앞서 나온 알랭들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와 비교해보자면 뭐... 일장 일단이 있는 것이겠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이 영화가 원작이라면 훨씬 더 빛나는 가치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리메이크 작인 관계로... 많은 평론가들의 평가는 평범은 조금 넘어서는 정도...라지만 나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특별히 이 영화에서 발굴할 수 있는 최고의 보물은 선박 재벌의 아들 디키로 분한 배우 "쥬드 로"입니다.

그의 영화는 이 영화 보기전에는 비디오로 출시된 "가타카" 한편밖에는 보지 못했지만 그 작품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면모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매력적인 모든 요소가 쥬드 로를 그저 빛나게 합니다.

눈부신 용모와 그에 걸맞는 뛰어난 연기력, 또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만의 매력, 아마도 꽤 많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 만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 이후, 쥬드 로는 단숨에 헐리웃을 들었다 놨다 하는 최고의 스타로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고 상당히 좋은 작품들에 줄줄이 섭외가 쇄도해 많은 영화들에 그 얼굴을 비추기도 했습니다.

며칠전, 장서희의 이상형이 바로 이 쥬드 로라는 뉴스가 생각나 이 영화를 떠올리기도 했지만요...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 역시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보물입니다.

재즈광인 디키와 그를 닮고 싶어하는 리플리의 음악적 편력이 잘 담긴 선곡은 재즈광이 굳이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 만한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곡은 역시 "My Funny Valetine".

이 페이지 맨 위에 링크된 버전은 유명한 쳇 베이커(Chet Baker)의 연주와 노래입니다.

이 영화에 사용된 버전 역시 쳇 베이커로 이 노래는 쳇 베이커 버전이 가장 유명하기도 하거니와 널리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재즈에 문외한 (재즈엔 이런말이 소용안된다는군요... 재즈는 모든 것이 가능한 음악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지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아니라는...)...이라기 보다 그다지 깊은 매력을 모르는 나같은 사람은 마치 숨겨진 금광을 발견한 듯한 흥분을 알려줄만한 영화인 것입니다.

재즈란 음악이 이토록이나 편안하고 친근하게 느껴질줄은... 정말 몰랐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재즈가 조금 어렵게까지 느껴졌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기분나쁜 관행 한가지, 이 영화의 오리지널 러닝 타임은 139분, 즉 2시간 19분에 이르는 꽤 긴 시간입니다.

그러나 국내 상영분은 영화 내용 10분 이상이 잘려나가고(그것도 내용상 중요한 장면인 실바나의 자살장면등... 이 자살 장면이 잘려나가는 바람에 리플리가 작성한 디키의 유서는 관객들에게 생뚱맞은 물음표를 선사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잘렸었습니다.

그 이유는 극장이 이 영화를 6회분 이상 상영하기 위해선 2시간 이내에 영화가 끝나야하기 때문이라는 아주 훌륭한 이유라는 군요.

그것도 수입사 태원 엔터테인먼트와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합작품이라니...

이 두회사 관계자들은 껄떡하면 스크린 쿼터제 사수와 한국영화산업 중흥 어쩌고 지랄하면서 외치는 그런 분들이 아니던가요...
그냥 저 혼자 생각이지만 만약 자기네들이 만든 영화를 그런 불구자꼴로 만들었다면 결단코 가만있을 종자들은 분명 아닐겁니다.

뭐.. 예술을 죽이네 어쩌네 하면서 온갖 연대 다꾸며서 시끌벅적 쇼도 크게 한탕할 인간들일텐데...

이런 문제는 어디까지나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을 포함한 스텝들과 출연한 배우들의 합작 예술품을 훼손했을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는 멀쩡하게 달라는 돈 다 내고도 온전하게 영화 한 편 감상못하게 방해한 죄악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게 벌써 90년대 말경의 사건이었군요...

요즘은 사정이 또 많이 나아졌겠으리라고 상상해봅니다.

또한 나중에 나온 비디오와 DVD는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군요.

세상에... 불과 10년전만 해도 우리는 이런 후진국에 살고 있었습니다.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nayona
    '09.5.11 11:26 PM

    아....몰랐어요.전 필리핀에서 봤었는데....
    몇 분 상영되었는가....그 장면을 봤던가 기억도 안나네요.

    전 쥬드로보다 멧 데이먼에게 더 매력을 느꼈었는데...기네스 펠로우랑....
    옷이 다 멋스러웠던...기억이...ㅋㅋ(내가 입고 싶당-이러면서 본 기억이 남)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 일으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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