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등학교 시절 교련시간.....
"총검술"이란 걸 배우는데....총 앞에 달린 칼로 적의 어디를 어떻게 찔러야 한방에 죽일 수 있다고...
교련 선생님께서 자세히 교육을 시켜주었습니다.....이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전쟁 시 죽여야 할 사람은 내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칼로 한방에 죽여야 할 사람은 나와 이념이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 이념이란게 내가 죽여야 할 그도 또 나를 죽여야 할 그 에게도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태어난 곳이 다르면 이념이 달랐습니다....그리 먼 곳에 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당시 내가 본 세상은 엉터리였고 그 엉터리 세상은 내가 공부와 멀어지는 좋은 핑계가 되었습니다....
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념을 죽는날까지 가지고 가기 싫었고 전쟁도 싫었고 사람을 죽이는 교육도 싫었습니다.....

꽤 오랜 혼돈의 시간을 지나 치열한 삶의 한 중간에 서 있습니다....

화창한 봄날 오후 서대문 형무소의 한 귀퉁이 벤치에 앉아 갑자기 울컥합니다....

형무소...유관순....고문....그리고 눈물나게 따스한 햇살....
아파트가 한 5층만 낮았더라면 하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아파트 참 좋아합니다....
그냥 좀 웃깁니다.....아파트....훗...
하필 그날 저녁 "더 리더"라는 영화도 보았구요...내용을 미리 알고 본 건 아닌데....가슴한켠이 먹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