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사실은 조금 한가하고 가끔은 느긋하게 보내고 싶은 시간이지만 이상하게 여러가지 할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약 주중에 게으름을 피웠다면 불어 숙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읽는 스페인어 책중에서 가우디에 나오는 낯선 단어 찾기
쫑마마랑 함께 하는 독일어 단어찾기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조금만 주중에 부지런하면 그 중에 하나 정도를 미리 해 놓으면 여유가
생기겠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 이유는 주중에 읽기를 기다리고 있는 책이 여러 권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어를 제외한 외국어가 다 주말과 주초에 몰려있어서 더 복잡하구나, 그렇다면 한 가지를 주중으로 옮기면 되는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갑자기 아하 싶네요. 할 일을 분산하면 주말의 오전을 조금은 넉넉하게 다른 일에 쓸 수 있을 것같은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미련함이라니!!
피아노 연습까지 할 일을 거의 마무리하고 독일어 단어를 찾는 일 하나를 남기고 나니 조금은 숨을 돌리고 싶어서 그림을 보고 있는
중인데요 지난 번에 이어서 보는 화가는 모리스 드니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림을 볼 때 한 카테고리에 묶인 것을 보기 시작하면 예를 들면 나비파의 보나르, 뷔야르에 이어서 드니를
보는 식으로 관심을 확장하게 되는 것인데요 그래서 한 자리에 여러가지가 동시에 있으면 손을 대게 되는 심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일까요?
요즘 음반가게에 확실히 덜 가게 되네요. 아무래도 유투브에 여러가지 동영상이 올라와 있어서 평소에 못 보던 연주를 볼 수 있게
된 덕분인데요, 그러다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음반을 구하지 않게 되면 연주자들은 , 레코드 회사는, 레코드 가게는 하고 생각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음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자주 다니는 동네의 서점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참고서를 제외한 책은 거의 인터넷에서 주문을 해서인지 책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줄어서 늘 웃던 서점 주인의 얼굴에 그늘이 보입니다.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일이다 보니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책을 읽을 기회가 없다고 말을 합니다.
일과 삶의 조화란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 그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런 조화를 찾아가는 지점에 우리 삶의 어려움과 기쁨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역시 음악을 들으면서 한 숨 돌리고 나니 모르는 단어 투성이인 독일어 책으로 돌아가는 마음이 한결 편하군요. 베토벤의 생애를
읽고 있는 중인데 갑자기 베토벤 곡 하나 틀어놓고 이왕이면 조금 더 즐거운 환경에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