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오전, 오카리나에서 시작해서 일본어 회화까지 다양한 수업을 하는 날입니다
오카리나는 높은 미,파까지 배우느라 손가락이 힘든 날이었지만 이것을 잘 복습하면 불 수 있는 곡이 상당히 늘어날 것 같은
희망이 보이는 날이었고, 일본어에서는 처음 만나는 서양미술사에서는 그리스 로마와는 다른 기독교 문화권이 되자
그림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가에 대한 재미있는 글을 읽은 날이었지요. 그 책을 읽기 전에는 제대로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서 읽는 중에 잘자는 것, 잘말하는 것에 대한 글을 의미있게 읽었습니다.
잘 자는 것하면 저는 단연코 낮잠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지만 지은이는 낮잠이 쉽지 않다고 그래서 잠을 잘 못이루는 경우
어려운 책을 읽으면 잘 자는 일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해서 웃었습니다.
두 권의 책에다 일본어 문법 새로 진도나가기 지나간 것 복습하기, 거기다가 1차 세계대전이후의 현대사를 일본어 책으로 읽다보니
머리도 가득, 그리고 시간도 모자라서 오늘은 일본어 회화에 할당할 시간이 모자란 채로 끝나고 말았지만 역시 수요일 오전은
마치 학교에 가는 학생이 된 기분이 드는 날이네요.
집에 들어오기 전 마지막 한 코스는 바이올린과 피아노 레슨인데요 음악학원에 도착하니 배가 고픕니다.
마침 피아노 선생님 앞에 수북한 빵이 들어있는 봉지가 보이길래 하나 먹어도 되는가 물었습니다.
물론 흔쾌하게 빵을 주시면서 구일산에 있다는 유명한 빵집 아키를 소개해주더군요. 그런데 그 빵집은 제겐 그림의 떡인 것이
오전이면 그 날 만든 빵이 다 팔린다고요.
아키라면 일본어로 가을인데 그런 의미로 붙인 상호명인가 궁금해하자 그녀의 설명에 의하면 일본에서 빵을 배워온 주인장이
혼자서 만드는 빵집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맛있게 빵을 두 개 먹고 나서 기운내서 새로 시작한 소나티네 1번과 4번 레슨을 받았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연습하면 박자나 여러가지 음표에 신경을 못 쓰고 혼자 마음대로 곡을 치게 되지만 한 번 레슨 두 번 레슨 받는 사이에
음악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그것이 바로 레슨의 묘미가 아닐까 싶어요.
유모레스크부터 어려워져서 꾀가 나기 시작하던 바이올린도 이제는 한 고비 넘기고 오늘 마지막 곡까지 일단 악보를 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니 뭔가 뿌듯한 기분으로 집에 와서는 단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잠깐이지만 달콤한 잠을 자고 나니 그림을 보고 싶어지는 이런 선순환의 시간이 재미있네요.
골라서 보는 그림은 앙리 루소이고요 그의 그림을 보면서 골라서 듣는 음악은 드뷔시입니다.
하루에 악기를 세 가지 레슨 받아야 하는 수요일이 버겁기는 하지만 새롭게 터득한 지혜는 잘 되지 않을 때는 그냥 그 상태를 인정하고 나가자는 것, 하기 싫을 때는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말고 잘 되지 않아서 연습을 못했노라솔직히 고백하고 그냥 기운이 돌아올 때까지 천천히 해보자는 것, 그렇게 하고 나니 일년동안 상당한 발전이 있기도 하고가끔은 지금 무엇하는 것인가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러니 여기서 그만둘까 하는 유혹에는 덜 시달리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