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에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란 연재물이
눈길을 끌어서 찾아읽고 있는 중인데요,오늘 파울 클레를
대상으로 두 사람이 쓴 글이 인상적이어서
밤에 집에 오니 자연히 클레를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다른 한 가지는 신문에서는 정조의 기사와
초록글방에 올라온 체 게바라에 대한 완전히 다른 시각의
글 이 두가지로 자신이 믿고 있었던 체계를 허무는
기사앞에서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합당한가를 생각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마음을 괴롭게 하는 다른 한 가지는 한 저자의 글에서
이것은 정말 중요한 역할모델을 보여주는 글이다라고
감동하여 그 책에서 소개하는 다른 책을 구해서 읽다가
아니,이럴수가 이렇게 많은 인용을 한 책에서 한 것이었나
그래도 되는가 하고 허탈한 심정이 된 날이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는 어제 밤,그리고 오늘 아침 새롭게
걷기를 시작한 날이라서 (몸에 오는 이상신호로 걱정하고
있는 이야기를 들은 도서관의 한 회원이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더군요,자신은 심장 수술을 받은 사람인데 지금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준 상태가 아니라면 걷기보다 좋은 것은 없노라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마음속에 다지는 날입니다.

표절의 범위를 어디까지라고 해야 하는가,우리는 아이들에게
표절에 대해서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한 날
대학교수의 표절이 문제가 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반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타인의 저작에서
중요한 글을 인용한다는 표시없이 얼마나 자신의 의견으로
내놓고 있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복잡한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쓰고 보니 저 자신도 매일 쓰는 글에서 이것이 내
생각인가,다른 사람의 글을 읽다가 자기도 모르게
내 의견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검열을 해보게
되네요.


오늘 서점에 갔을 때 원래 구하려던 책이외에
산티아고 길에 관한 여행기를 한 권 구했습니다.
이전에는 그 길은 내겐 무리야라고 미리 정하고
그저 남의 경험으로만 읽었었는데,제주도에 다녀오고 나서
이상하게 그 길이 내게 닫혀있는 길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런데 산티아고 타령을 하려면 우선 몸부터 건강을
유지해야 할테니 컴퓨터 앞에서 이렇게 클레 그림을 볼
것이 아니라,벌떡 일어나서 걸으러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마음속에 갈등이 생기고 있습니다.

작품이름이 villa florentine인데요,이 작품을 보고 있으려니
딸과 하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이번 겨울에 동생의 시험이 끝나면 원래는 딸이 가 있게 될
파리로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사실은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아직도 못 보았으니 로마에서 만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제안했더니 그것도 좋겠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 두 도시가 두 아이에게 의미있는 여행지가 될
것인지,즐거운 여행지가 될 것인지 그것을 모르겠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시험결과에 따라서 과연 그 여행이 가능한가도
모르겠다는 것인데요,알 수 없는 일을 두고 지금부터 고민해도
소용이 없겠지요?
갑자기 클레그림의 제목에 촉발되어 여행을 상상하게 된
것은 아마 산티아고 책때문이기도 하고,그렇다면 겨울에
제주도올레는 어찌 하나,제주도가 제 안에서 자꾸
저를 유혹하기 때문이기도 하네요.

지금 생각해도 소용이 없는 일은 머리에서 지우고
역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