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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 소프라노 신영옥

| 조회수 : 1,439 | 추천수 : 47
작성일 : 2009-02-10 14:09:55





양희은이 불러 유명한 곡 '한계령'은 작곡자 하덕규가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만들어낸 곡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밑에 이 곡의 원작이 되는 정덕수 시인의
연작시 '한계령에서' 제1편 만 올렸습니다.



한계령에서 1


詩 :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육천오백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메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 1981년 10월 3일 한계령에서 고향 오색을 보며-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베로니카
    '09.2.10 2:36 PM

    시도 잘 감상했고 음악도 잘 들었습니다...
    신영옥의 목소리로 들으니까 또 다른 감흥이 있네요~
    고맙습니다.

  • 2. 상큼마미
    '09.2.10 4:05 PM

    음악이 아름답습니다^^

  • 3. 제비꽃
    '09.2.10 4:24 PM

    가슴이 절절하네요. 방황하던 20대에 양희은씨의 노래로 많이 들었었는데...곱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다다시 들으니 그때가 생각나 눈물이 나려 하네요...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인생의 한페이지일텐데..왜 그리 가슴이 아팠는지...

  • 4. 올드맘
    '09.2.12 10:08 AM

    날씨 탓인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신영옥씨의 노래 ...계속 들으며...
    눈물이 고입니다.

  • 5. 지금해피&풍요
    '09.3.14 11:41 PM

    빈가슴을 슬어내리네..... 잊어버리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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