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음악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결핍을 통해서 그것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낀다는 것도 이번에 깨달은 것중의 하나였지요.
덕분에 오늘 하루 시간나는대로 실컷 음악을 듣고 있는
중인데요,내일 하우스 콘서트에서 김선욱의 피아노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첫날은 비행기시간이 어중간해서 김영갑갤러리에 간 것이
전부였어요.
제가 머물게 된 세화의 집은 서귀포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라
해가 진 시간이후에 그 곳으로 찾아가는 길이 깜깜해서
언젠가 보길도에 갔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밤,칠흑같이 어둡다는 표현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란 것을
느꼈던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이 마구 저를 향해 쏟아져들어오는 기분에 사로잡혔던 밤이 생각나더군요.
표선리수협앞에서 일행이 모여서 함께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아무래도 행동의 제약을 조금은 느꼈는데요
그런 제약이 없었다면 평소의 버릇대로 늦게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하느라,다음 날 피곤해서 절절맸을수도
있으니 사람에게 제약은 그것이 플러스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위의 사진은 둘째날 올레코스로는 1코스를 걷던 중에
만난 장면입니다.

1코스의 동행이자 그 날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갈 때까지
가이드 역할을 해주었던 이미숙씨,그녀가 오름을 찾아서
먼저 가고 있는 중 제가 뒤에서 살짝 찍은 모습이지요.

두 개의 오름을 올라보았는데요,택시기사분 말로는
제주도에 삼백개가 넘는 오름이 있는데 다 달라서
다 다른 맛으로 올라볼 수 있노라고,그 오름을 다 오를 때까지
제주도에 오라고 권유하더군요.참 인상적인 인사였어요.

첫 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목적지인 세화의 집까지 가는
도중에도 창밖에서 억새를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었지만
올레를 걷는 중에도 얼마나 많은 억새와 만났는지 몰라요.
그 중에서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순간의 억새에 눈길이
많이 갔지만 제 실력으로는 역시 제대로 그 순간을 포착하여
카메라에 담는 일은 어려웠습니다.

겨울에 제주에 갔다는 말을 듣고 조카가 자기 엄마에게
했다는 말,이모는 유채꽃이 필 때 제주에 가야지 하필
이런 때 제주에 갔을꼬
그래서 제가 어제 말을 했어요.제주에는 유채만이 아니라
사철 꽃이 모여있더라고요.

일코스의 마지막 시간을 성산일출봉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멋지게 보냈지만 무슨 일인지 그 곳에 가기 전에 이미
카메라를 쓸 수 없게 되어서 아쉽게도 그 멋있는 광경은
마음속에만 간직하게 되었답니다.




오름위에 홀로 서있는 나무가 인상적이어서 그 주위를 돌면서
이 각도 저 각도에서 정말 여러장 찍었던 바로 그 문제의
나무입니다.

사유지를 빠져나오면서 어디로 들어가지? 궁금했었는데
어라 마치 설치미술속을 빠져나오는 기분이 들어서
신선했던 곳입니다.
누구의 아이디어일까,파랑이 배경과 어울리고
길바닥이나 돌멩이에 표시되어 있는 올레의 파랑과도
통하여 한참 뒤에도 생각하게 만든 장치였지요.


이번 여행에서 아쉬운 부분중의 하나는 실제로 동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야기나누는 것은
불가능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경험은 사실 그 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에게나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래도 앞으로 혹시 자주 제주의 올레길에 가게 된다면
그런 깊은 인연이 생기면 그 여행이 조금 더 뜻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