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여행이후 거의 일년동안 카메라를 만지지 못한
관계로 첫날,그 다음날은 답답한 가운데 (작동방법도
잘 모르겠을 정도로 손이 둔한 상태였거든요)
조금씩 카메라와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모슬포항에 가서 거기서 곶자왈이란 곳을
걸을 때쯤에는 어라,뭔가 좀 찍을 수 있는 기분인데
내년에는 카메라를 제대로 배우고 기계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아서 렌즈를 쓸 수 있는 카메라로 제주도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금은 진일보한 꿈을 꾸기도
했답니다.

김영갑갤러리의 전시장안에서 창을 통해 바라본 마당입니다.
원래 삼달국민학교라는 학교였던 부지를 이 곳이 폐교가 되고
나서 갤러리로 꾸몄다고 하네요.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그리고 폐관시간이 가까워져서
제대로 둘러보면서 오래 있을 시간이 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로 따뜻한 날,이 곳에 오면 곳곳을 둘러보고
나서 자리잡고 앉아서 차한잔 마시면서 시를 읽거나
들고간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그런 공간이더군요.

이 곳이 제주라는 것을 여기저기 쌓인 돌들,특색있는
돌들을 통해서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깥 마당에 여기저기 놓인 조각들이 정겨워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그 전 날 미리 충전을 해놓고 마음놓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갤러리에서 밧데리가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그 안의 풍광을 제대로 담는 일에 실패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도 안에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그것으로
서운한 감정은 상쇄되었답니다.
집에 돌아와서 2008년 달력을 떼어내고 김영갑갤러리에서
사들고온 달력을 걸었습니다.
앞으로 일년동안 제주도의 풍광과 벗하며 살게 되었군요.
이번 여행이 한 번의 여행으로 그치지 않고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길 기대하지만 기대만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기에 추운 신년 첫 날
밖으로 걸으러 나갔습니다.
물론 올레길처럼 그렇게 마음을 붙드는 길은 없어도
늘 좋은 것만 취할 순 없으니 mp3에 영어회화를 담아서
중국어와 더불어 조금 긴 시간을 걸어도 좋도록 조치를
했지요.
제주도에서 만난 영미씨와 잠깐 길에서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수요일 모임에서 심리학과 역사책을 읽고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이 있다는 말을 듣고 그녀가
제안을 하더군요.우리도 그렇게 이야기할까요?)
그녀의 말하는 능력에 놀라서 저도 올해에는 조금 더
영어로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는 단계까지 더 노력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오늘 보람이에게 부탁하여
(이 부분도 올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습니다.그런데 설명이 너무 빨라서 늘
제겐 우주언어처럼 느껴지는 어려움이 있네요.)
mp3에 담은 회화의 내용이 정말 실생활에서 벌어지는 대사들이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표현도 많아서 즐겁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하더군요.
길을 걸으면서 6박7일의 시간이 제 몸에 탄력을 만들어준
것을 느꼈습니다.
한 시간 정도 걷다가 들어왔는데 의무가 아니라
즐거운 일상이 되도록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