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
함께 점심을 먹고 나서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시험기간인 아들에게 점심을 차려주고
저는 장 루시에의 공연음반을 틀어놓고 (바흐를 재즈로
연주하는 것인데요) 연주가 끝나면 쏟아지는 박수에 함께
공감하기도 하면서 한겨레 신문에서 아침에 눈여겨 본
기사를 읽습니다.다른 사람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기사는
everymonth에 스크랩해서 올려두는 일을 마치니
점심 먹은 후의 노곤함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기분이네요.

쿠르베란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이 제겐 바로 이 그림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그때만 해도 왜 이 그림이 그렇게
의미있는 작품인지 알지 못하고 제목이 재미있네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안녕하세요? 크루베씨
이런 제목이었지요.그런데 지금 그림을 자세히 보니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계급과 화가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바라본다면 이 그림이 얼마나 파격적인 것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회주의자이자 민주주의자,그리고 공화주의자라고
밝히면서 파리 코뮨에서는 일정한 역할을 하기도 했던 쿠르베
그로 인해 옥살이를 경험하기도 하고 재산을 몰수당하고
결국은 스위스로 망명가서 그 곳에서 죽은 사람인데요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인으로서도 치열한 삶,논쟁을
일으키는 삶을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네요.

오늘 책의 도판에서 만난 오르낭에서의 매장,이 작품은
오르세에서 직접 본 기억이 납니다.그 때만 해도
와 크다,그런데 왜 이 그림이 중요한 것일까,별 감동도
없는데 하고 시큰둥하게 보고 말았었는데요,지금 다시
가서 보게 되면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그림을 바라보게
될 것 같아요.

사실주의자,이런 식으로 규정되는 크루베 말고 그의
전생애에 걸친 그림의 변화과정을 보는 것이 더 좋다고
(물론 크루베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요,) 생각을 해서
도판에 실리는 그림들 말고 그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그림들을 찾아보고 싶어서 뒤적이고 있는 중에 만난 그림입니다.


오늘 수업에서 주로 본 화가는 쿠르베,밀레,그리고 도미에인데요
세 사람을 사실주의자라고 묶긴 하지만 서로간에 차이가
그리고 한 사람안에서도 시기마다 차이가 나는 그 차이에
주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경계를 이루기도 하고 한계가 되기도 하고
그래서 그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것을 찾게도 하는
바로 그 사람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주에는 드디어 겨울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 곳에서 무슨 풍경을 만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서 제 안의 무엇이 변하고
그로 인해 새 해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을 것인가
궁금해하고 있지요.
아직 여행가방을 꾸리거나 그 곳에 가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도 계획을 짜고 있지는
않으나 실제 그 곳에 발 딛으면 저절로 알게 될 길이
생길 것이란 막연한 믿음이 있습니다.


작년 겨울 여행이후로 묵혀둔 카메라도 다시 손을 보고
슬슬 손풀기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동합니다.무엇을 보고
무엇을 찍고 싶을까 궁금증도 생기고요.

재즈로 변용된 투카타 앤 푸가의 격렬한 음을 들으면서
음반이 한 장 다 끝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낮 장 루시에의 연주와 더불어 본 크루베
목요일 한 낮의 즐거운 휴식이 끝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