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피곤해서 대략 밤 10시 넘어
제형이 숙제 많다고 끙끙 대는거 보고 그냥 잔 것 같다.
이 녀석은 숙제를 제대로 못했다고 생각되면 잠 자면서도
끙끙대고 짜증을 부리는데 오늘 아침 아이를 깨우니
벌떡 일어나며 역시나 짜증부터 낸다.
개과 한과의 종류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며
컴퓨터부터 켜는데 또 잔소리를 해댔다
낮에 누나들 없을때 엄마 아빠 밖에서 일 할때 수영가기 전에 미리
컴숙제를 해야지 왜 꼬옥 밤에 누나들 공부할때 같이 하려 하느냐?
미리 미리 안한다고 하던 잔소리 하고 나니 기운이 다 빠진다.
에이 몰라~내버려 두련다.

아이들이 많고 요즘은 인터넷으로 모든 것을 하는 세상이다보니
노트북까지 있어도 자리 싸움 하느라 그런 난리가 없다.
하물며 제형이까지 누나 셋과 싸운다.
내가 하니 먼저 하니 하면서.
하긴 엄마 아빠까지 독점을 하고 있으니 어디
자리 차지 하려고 불만 많을 법도 하겠지.
요즘 몇 일은 날도 덥고 습도도 높고 일의 능률은 안오르고
몸은 힘들고 서로 감정 건드리기 딱 좋다.

아침 쌀 씻어 밥통에 올려 놓고 마루로 나오니
어젯밤 제형이가 빨아 놓은 실내화가 눈에 들어왔다.
물어보니 졸리는데 빨았다고 한다.
토요일은 할머니랑 아빠랑 고모집에 가서 하룻밤 자고
일요일날 왔는데 이리 저리 뺀질거리며 놀다 보니 실내화 빨 겨를이 없었을 거다.
나 역시 내 일 하느라 바빴으니 "실내화 빨아 널어라~.' 라고 말만 했지
확인 잔소리를 안했으니 알아서 빨았겠나 싶다.
어젯밤 저녁 먹으며 한 소리 했었다.
"실내화 빨아놓고 자라!."
그렇다고 졸면서 쪼그리고 앉아 빨았나 싶어 아이에게 조금 미안했다.
하긴 어느날 작은 시누님이 우리집에서 잘 때
밤 1시 다 되어 마당에서 물 버리는 소리가 들려 나와보니
경빈이가 교복 상의를 빨고 있더란다.
누가 봤음 영락없이 새엄마 라고 했을 것 같다고 했다.
밤 늦게 온 아이가 껌껌한 마당에서 교복을 빨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랴~
나나 저희들이나 주어진 삶이거늘
상황대로 움직이며 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