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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금요일,역시 금요일

| 조회수 : 1,611 | 추천수 : 205
작성일 : 2008-04-12 13:05:22


   금요일,

민예총에서 반룬의 예술사 이야기 읽는 날이었습니다.

덕분에 한 주일동안 마키아벨리를 새로 읽는 즐거움을

누린 시간이기도 했지요.

제목은 마키아벨리였지만 사실 마키아벨리보다는

시대상이 더 많이 다루어진 글이었으나

이왕이면 발제를 맡은 김에 조금 더 읽어보고 싶어서

이런 저런 책을 뒤적이면서 찾아읽었는데요

그렇게 하고 나니 오래 전 사두고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처박아둔 영어판 the prince를 읽는 일이

가능해졌네요.

그러니 선행학습이란 참 중요하고도 필요하구나

다시 한 번 느낀 날이었습니다.

수업끝나고 함께 점심을 먹은 다음

현대갤러리와 학고재에서 귀한 전시를 보았습니다.

특히 화가로 알고 찾아간 줄리앙 슈나벨전에서는

그가 바스키아와 비포 나잇 폴스의 감독이었다는 것

그리고 잠수종과 나비의 감독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요,더 중요한 것은 cnn 아시아 토크에서 인터뷰

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고 제겐 그것이 더 의미있는

만남이었습니다.

그 다음에 고야의 유령을 보러 갔습니다.

책으로 읽고  언젠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인데

마침 명보극장에서 상영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갔었는데요

처음 시작에서 끝까지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마지막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중에도 도저히 일어날 수

없어서 그의 그림을 계속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종교,혹은 종교적 신념이 괴물이 될 수 있음을 웅변했던

시기,한 여자가 유대인이라고 오해를 받아서 삶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시간이기도 했지요.

우리가 믿는 신념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서 그것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삶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



자신이 믿는바가 정당하다면 아무리 고문을 가해도

신념을 지킬 것이라고 장담하던 로렌조가 막상 자신이

그런 상황에 처하자 자신은 원숭이란 자백을 하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인간의 강함과 허약함은 동전의 양면인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요.

신앙와 종교는 많이 다른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고야의 후기작품들을 보는 일이 늘 마음 조리고

힘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것이 허구가 아니고

실제로 그가 살았던 시대의 한 단면이고 도망가지 말고

직시해야 할 상황이로구나,지금은 그렇다면 그런 것이

부재한 사회라고 단언할 수 있나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을 다시 추스리고

금요일의 마지막 약속인 안젤라 휴이트의 평균율 클라비어

전곡 연주를 들으러 갔습니다.

연습곡이라고 알고 있어서 지루할 거란 생각에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곡인데요

피아노 앞에서 각각의 곡을 몰두해서 연주하는 연주자를

보면서 마치 그녀와 제가 일대일로 만나는 기분이 드는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만 학교에서의 숙제인지 악보를 들고 와서

소리로는 아니지만 뭔가 부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음대생? 혹은 예고생들이 무더기로 있어서

자꾸 신경이 쓰인 것이 옥의 티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캘리님의 차속에서 바로 멋진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마치 우리를 반기기라도 하듯

모래사막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인생길을

음악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꼬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던 시간이 기억나네요.



무엇무엇이 없어도 살아가기는 하겠지만 그것의 존재로

인해서 우리의 삶이 더 풍성해지는 그런 것들이

조금씩 늘어난다면 더 즐거운 인생길이 되겠지요?

오늘 아침 피아노 렛슨시간에 처음으로

제대로 박자를 맞춘다고 칭찬을 들었습니다.

갑자기 겨드랑이에 날개가 생겨나는듯한 기분이 들어서

놀랐습니다.

아,이 나이에도 칭찬은 이렇게 좋은 것인가

재미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요.



고야가 보여주는 우리안의 어두움,피하지 말고

제대로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은 그런 그림들을

일부러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내 속의 어두움을 직시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것,내가 모르던 것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그것이 예술이 우리들에게 주는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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