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꽃샘 추위도 끝나고 바야흐로 산들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봄이 왔습니다.
남녘엔 벌써 봄향기가 그윽하단 소식이지만 아직도 중부 이북으로는 차가운 바람이 솔솔 부는날~
일단 전철로 덕소역까지 가는 길엔 봄내음이 가득합니다.
덕소역에 하차하여 양수리행 버스로 갈아타고는 10분 달렸을까..
상팔당 정류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예봉산 안내도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차가운 바람에 자켓을 윗 목까지 추켜올리고 부드러운 흙길을 밟아 오르니
예봉산은 바로 코앞에 서있는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20여분 오르는데 커다란 상자가 눈에 띄고, 뭐라고 씌여진 글엔
"정상까지 한 병씩만 부탁드립니다~"
?? 산의 토사가 흘러내려오니까 등산객들에게 흙 한 줌씩 갖고 올라오라는 건가보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뚜껑을 열어 보니 허걱$$&*()!@
2리터들이 막걸리가 세 통있습니다.
오늘 기분 한 번 풀어보고 좋은 일 하는 셈치고 한 병을 챙겼습니다.
아고 무거워라~ㅎㅎ
시원한 소나무숲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여기부터는 땀이 나기 시작하여
가벼운 차림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 되었습니다.
나무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한강의 모습이 보이며 건너 편엔 하남시에서 오르는 검단산이 우뚝 서있네요^^
다음 주엔 저 길 갈 예정입니다.
양지 바른 이 곳엔 생강나무 한 그루가 등산객을 맞이하며 서 있고,
양수대교와 철교가 바로 앞에 보이니까 윗쪽의 강이 남한강이고, 아랫쪽의 강은 북한강입니다.
남한강줄기를 따라 양평으로 향하는 용담대교가 뻗어있어 눈엔 잘 보였지만 사진엔 잘 안 뵈니 유감입니다.
아랫쪽 북한강은 왼쪽으로 거슬러 오르면서 춘천 방면이 되는 거죠^^
한 시간여를 올라 드디어 예봉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생각보다는 싱겁네요..
십여 명의 선등자들이 정상에서 약주를 드시고 까메오는 배낭에서 막걸리 한 통을 꺼내
쥔장에게 인계했더니 한 잔을 주시는데 사양하고 '자연보호 백만 인' 서명으로 갈음했습니다~
뒷쪽의 가장 높은 봉우리가 목적지인 운길산이며 그 왼편으로 줄기를 따라 가야합니다.
예봉산을 뒤로하고 안부로 내려오니 헬기장이 나타났습니다.
뒤돌아본 예봉산 꼭대기엔 사람들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헬기장'을 보니 일전에 티비에서 본 우스운 얘기가 생각이 납니다.
요즘 최고 인기가수 이효리씨가 등산을 하는데 헬기장 표지판을 보고는
"산위에까지 왜 내 이니셜을 써놓았지? 내가 그렇게 인기가 좋은가?"하더랍니다~
썰렁한가요? 그럼 통과!
다산 형제분들이 올라오셔서 작명까지 하셨다는 철문봉입니다.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지만 그 곳이 어딘지 몰랐는데 이 곳일 줄이야... 참 반가웠습니다.
얼마를 더 가니 낮은 언덕위에 근사하게 나무 울타리를 엮어 지은 집(?)을 만났습니다.
약간의 술과 식사를 팔고 있는 그 곳이..
바로 그 앞의 전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게 오늘의 산행중에서 최고의 압권이라고 말할 수 있도록 굉장합니다.
앞의 시가지는 팔당이고요 멀리로는 덕소와 강건너 하남시까지 모두 다 관망이 가능하게끔 시야가 확 트였고
날이 좋으면 삼각산까지도 훤히 보인답니다.
적갑산이라는데..
돌투성이로 갑옷을 해 입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잘 몰라 추정만 하고 지나칩니다.
산등성이를 걷는 발아래 촉감은 낙엽이 쌓여 푹신거리기까지합니다.
이번 산행길은 이렇듯 포근한 흙길이 대부분이어서 맘에 쏘옥 들었습니다.
겨울의 세찬 비바람과 눈보라에도 떨어지지 않고 꿋꿋하게 붙어있는 지난 가을 조락의 산물들..
그러나 봄바람에 힘없이 하나 둘 떨어져나가는 걸 보니,
봄바람이 겨울의 세찬 바람보다도 더 강하다고 느껴집니다.
사랑이 미움을 이기듯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처럼...
이제 운길산이 바로 눈앞으로 성큼 다가 섰습니다~
아 그런데 이게 뭡니까?
또 다시 한참을 내리막길로 가야합니다^^
슬슬 배도 고프고 기운도 빠져가는데 내려가다니요....
거의 다 온 느낌에 힘을 내 보는 까메오!
아~ 그런데 이 건 또 뭡니까?
한 길 정도 밖엔 안되는 아주 쉬운 바위에다 쇠층계를 박아놨습니다.
이런.........
보시다시피 어린아이도 그냥 오르내릴 수가 있건만, 나랏님이라도 행차를 하셨는지? 쯧쯧.........
그나마 마지막 코스에 요렇게 예쁜 길이 있다는 건
산행의 디저트 역할를 해주는 것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울퉁불퉁 제법 정상으로 가는 길을 막아보는 산세지만 애교로 봐줄만하네요^^*
운길산에 다 왔습니다.
걸린 시간은 네 시간이 조금 모자라니까 예봉산에서부터는 꼭 세 시간이 걸렸군요.
사진의 뒷쪽 한 가운데 높은 봉우리가 예봉산이고 오른 쪽으로 빙 둘러진 산등성이가 지나온 길이지요.
운길산 정상으로부터 1킬로미터 남짓한 아래엔 수종사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담한 사찰인 수종사는 오래된 절이기도 하지만, 국내에서 경치가 좋은 곳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두물머리가 바로 아래에 조망되는 곳이지요~
.............
아까 예봉산에서 보았던 경치와는 사뭇 다릅니다.
오른쪽에 강물이 서로 만나는 곳이 양수리 우리말로 두물머리입니다.
사찰을 한 바퀴둘러봅니다.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는 봄의 전령사인듯...
뒤로 돌아가보니 오래되어 주인을 잃은 커다란 말벌집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커다란 솥단지 두개보다도 더 커보네요.
수령이 오백 년 이상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수종사의 상징물 처럼 되어있답니다.
가을이면 저 아래 양수리에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샛노란 황금빛을 발한답니다.
1963년 선친을 따라 처음 이 곳에 올랐던 까메오는 그 간 여러 차례 다녀갔지만
오늘은 특별한 감회가 듭니다.
왜냐구요? 그 건 비밀..... ㅎㅎ
오늘은 하산길을 다른 방향으로 잡았습니다.
푸른 북한강물에 비친 맞은 편 산자락의 모습이 영롱합니다.
절 앞쪽 길은 차도로 되어있어 걷기엔 불편하지만, 은행나무가 있는 뒷편 길은 느긋해서 여유롭기 때문이죠~
산행을 마치고 양수리로 나왔습니다.
늘상 차로만 지나치던 곳인데 이렇게 내려보는 건 처음입니다.
복잡한 도로 한가운데서 우연히 눈에 띈 건 귀여운 양수리 고인돌이네요^^
그래서 여행은 발로 하라고 했던가요?
서울가는 버스에 올라 양수대교를 건너면서 황급히 카메라를 꺼내어 운길산을 향해 샷!
마지막 입맞춤 해주었습니다...
내 곧 너를 다시 찾아오마~
IMUSICI - 청산에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