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에 새로 시작한 역사교실이 있습니다.
한국사를 함께 읽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인데요
이제 3월이면 4학년이 되니 역사책을 읽기 시작하기엔
적당한 시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미 상당한 지식을 머리속에 담고 온 아이들이 있어서
저도 나름대로 아이들에게 새롭게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수업을 할까 하는 신선한 마음으로
고구려 역사를 다시 읽게 됩니다.
그러고보면 새로운 만남은 제게 늘 새로운 자극이 되어서
이미 알고 있던 것들에 대해서도 마음을 새롭게 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로군요.
3월에 아주 오랫만에 월요일 오전 어른들 한국사 모임도
시작하게 되어서 무슨 책으로 함께 하면 좋을까
새롭게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어떤 정도로 역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만나게 되는 것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그동안 읽은 한국사 책을 다시 뒤적이기도하고
새로 나온 책도 살펴보게 되는군요.
한국사를 학교에서 배운 사람들에겐 을파소란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아,진대법하고 막 이름이 튀어나오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 때의 왕이 고국천왕인데
그가 죽고 나서의 일입니다.
그가 죽음에 이르자 자식을 낳지 못한 그의 왕후 (우황후)는
순간 판단을 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친정이 속한 부족이 계속 권력을 잡기 위해선
그리고 자신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남편의 동생을 찾아갑니다.
바로 아래 동생 발기는 밤에 찾아온 그녀를 박대합니다.
오밤중에 찾아온 형수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순리대로 왕위 계승을 하면 된다고 생각을 했겠지요?
거절당한 그녀는 그 아래 동생 연우를 찾아갔고
그는 분위기를 파악해서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곤 둘이서 고국천왕의 유언이라고 속여서
연우가 왕이 되는 것으로 선포를 하지요.
화가 난 발기는 최악의 선택을 하는데
자신의 힘으로 결정을 뒤집을 수 없자
요동의 태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래서 전쟁상황이 벌어지고
이 싸움에 연우는 동생 계수를 군사령관으로 파견을 합니다.
계수에게 몰린 발기는 부끄러운 마음에 자살을 하는데
계수는 그를 제대로 장례를 치루어주게 됩니다.
연우는 동생의 처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더군요.
일종의 반역자를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고요.
이 점에서 저는
안티고네가 생각나서 그 부분을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가족의 정과 국가의 법사이의 갈등
안티고네에서는 그것이 비극으로 치닫지만
계수는 형에게 설득을 합니다.
만약 연우가 이 장례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처리한다면 백성들도 너그러운 왕이라고
그 처사에 대해서 마음으로 승복할 것이라고요
결국 연우는 흔쾌히는 아니더라도 계수의 말을 수용하고
그는 산상왕*나중에 죽고 나서의 칭호이지요*으로
재위를 하게 됩니다.
역사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지나간 역사란 그저 오래 된 책속의 죽은 언어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에도 존재하는 다양한 갈등의 양상을 보여주고
그것을 해결해가거나 악화시키거나
아니면 조금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어느 시기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그대로 비추는 것은 아니라해도
반면 교사 역할을 하면서 돌아보게 하는 정말
큰 힘을 갖고 있는 실체라는 것을 느끼게 되네요.
새로운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시작한 고구려사 새로 읽기
아,참 새롭다 하는 느낌으로 고구려와 만난 날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