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아들에게 약속한 굴소스 요리를
학원에서 돌아오면 늘 배고파하는 아이에게 먹일 수 있게
없는 실력을 짜내서 만들어 놓고 나니
솔솔 풍겨오는 냄새에 정말 고문이 따로없구나 괴로운 마음 (마음만 문제가 아니네요.
정말 몸이 반응하는 시간을 견디기 어려워서 오늘 빌려온 음반 일 디보를 들으면서
오전 수업에서 즐겁게 보았던 꼬로의 그림을 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밀레와 같은 시기에 살았던 프랑스 화가인데요
실제로 그의 그림을 오르세 미술관에서 보았던 때의 즐거움이 다시 기억납니다.
도판으로 볼 때만 해도 그의 그림이 그다지 매력적이란 느낌이 없었는데
미술관에서 본 그림은 느낌이 참 달랐거든요.
그 앞에서 여러 차례 왔다 갔다 했던 것,
늘 일종의 이발소 그림처럼 너무 자주 보아서 식상했던 밀레도
새롭게 발견한 날이었습니다.
밀레 그림을 보면서 프랑스에서 살았던 분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곳에 실제로 가보니 밀레의 그림에서 보이는 풍경이 바로 여기있네 반갑게 만날 수 있었다고요.

오늘 being peace를 처음 시작하는 날,새로운 얼굴이 여러 명 있었습니다.
가정주부들에게 영어책을 읽는 일은 혼자서 시작하기엔 조금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제로 하는 곳이 있다면 함께 하고 싶은 욕구가 큰 것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쓴 영어가 쉽지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라서
한동안 그의 글을 읽으면서 문장을 읽는 감을 잡게 되면
이 곳에서 실력이 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스스로 모임을 만들어서
원하는 책을 읽는 소모임이 생기는 날이 있길 바라는 마음이네요.


가끔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제가 하는 일이란 주로 좋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고
정작 시간과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어울려 의미있는 일을 하는 힘이 모자라다는 것.
그런데 오늘 같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
지금 못하는 일로 고민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으로 나누면 되지 않는가 하고 위로를 하게 되네요

바르비종파 화가들이 주로 모였다는 퐁텐블로 숲입니다.
그 앞에서 엎드려서 글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눈길이 갑니다.
저도 내일 삼각산에 가는데 엎드려서 무엇을 읽지는 못하겠지만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는 제 4의 제국,결말로 치닫는 내용이 궁금해서
아마 배낭에 넣고 갈 것 같으니
바람이 부는 곳에서 벤취에 앉아서 결말을 읽는 호사를 누리고 싶네요.

아들이 돌아올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네요.
아직도 보고 싶은 그림이 많은데,
아무래도 아이들이 다 자는 것을 보고 나서 더 보아야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