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지금쯤 아들을 재촉해서 학교가는것을 지켜보아야 할 시간인데
어제부터 비밀이라면서 일찍 깨워 달라고 하네요.
일곱시에 깨우면 샤워하고 간단한 아침을 먹고 새벽같이 학교에 가는 것이 이상해서 물어보니
알려고 하면 다친다는 개그같은 이야기를 하고 그냥 나갑니다.
그러더니 오늘도 일찍 깨워달라고 해서 살며시 물어보니
사실은 두발검사에 걸리기 싫어서 미리 가는 것이라고
선도부 선생님이 나오시기 전에 들어가면 된다고 하네요.
머리로 인한 전쟁이 오래 지속되는군요.
덕분에 이 시간에 혼자서 그림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오랫만에 파가니니의 음반을 틀어놓고
오늘 수업시간에 만나게 될 화가들에 대해서 조금 더 찾아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프랑스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중의 한 명인 앵그르의 그림을 골랐습니다.

초상화는 한 장의 그림으로 한 인간의 삶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네요.
저는 요즘 최인호의 제 4의 제국을 읽고 있는 중인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제 4의 제국은 가야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소설에서는 가야만 나오는 것은 아니지요.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신라 내물왕의 구호 요청을 받고 400년 오만의 군대로
백제,왜,그리고 가야의 연합군을 무찔렀을 때 그가 어떻게 고구려에 와 있던 실성을
내물왕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에 올리게 되었나 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1990년대에 발굴된 대성리 고분에서 일본의 가장 큰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같은 유물이 여러 점
발굴된 것으로 미루어 기마민족 정복설을 주장하는 일본인 학자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만
스키타이계가 직접 김해에 왔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 아니라
사실은 부여계가 이 곳으로 와서 정권을 잡았다가 광개토대왕의 군대로 인해
일단 금관가야가 망하고 유민들이 대거 일본으로 건너간 것이고 그들이 이룬 문화의 총체가
바로 천황릉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하고 있네요.
소설가 최인호는
그리고 다시 공주에서 발굴된 송산리 고분에서 무령왕릉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공주에 하루만에 가서 박물관을 보고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지요.
오래 전에 본 곳이지만 그래도 소설속에서 자세한 사연을 읽고 나서 그 곳에 가면
조금 다른 눈으로 유물들과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소설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1500년전의 역사가 죽은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대면하면서 살아있는 것이라고요.
그림속의 인물도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림을 검색하고 있는 중에 파가니니란 제목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클릭을 해봅니다.
그들이 동시대에 살았구나,그리고 모델이 되어서 그림속에 남아있구나
그런데 나는 이 시간에 파가니니의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보고 있네
이런 우연이 재미있어서 웃음이 나오는군요.


이 그림은 앵그르의 초상화중에서 제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중의 하나랍니다.
그래서 가끔씩 다시 보게 되는 그림이기도 하지요.

앵그르의 그림에서 초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네요.
이 그림속의 옷색깔이 눈길을 끕니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이 입고 다니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다고 할까요?

마담 앵그르입니다.
미의 기준이 지금과는 다른 시대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 한 아이가 읽고 있는 지문에서 미란 시대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고
또한 지역에 따라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는 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군요.
plump ( 통통하다고 번역할 수 있는)가 미의 기준이 되고 부모가 그렇게 먹일 수 있는
경제력이 있다고 인식되던 시대와 지금처럼 skinny (삐쩍 마른 것이 )가 우선시되는 시대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라고 하니 앞시대란 상상이 가지 않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네요.
정말 통통한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되던 시절이 있었느냐고.

앵그르가 그린 여성 초상화중에서 당당한 모습이 인상적인 그녀입니다.
아침에 보는 그림,바이올린 연주와 더불어 즐거운 시간이 되었네요.
그와 미술사적으로 대립되었던 들라클로와도 보고 싶지만
그러면 다른 일에 손을 댈 수 없으니 그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