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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된장 담갔어요.

| 조회수 : 2,088 | 추천수 : 8
작성일 : 2006-02-28 11:47:30
장 맛은 1월에 담가야 제일 맛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음력 정월을 넘기지 않으려 마지막 날인 1월 29일 날을 잡아 장을 담갔어요.
장거리 친정 나들이를 다녀온 후라 조금 피곤하여 다음에 담갔음 좋겠다 싶었지요.

날짜만 지키지 않고 담글 수 있는 거라면 정말 미루고 싶었지만
미룰 일이 아니였답니다.

잡은 날이 장날 이라고 내내 따스하더니 바람도 제법  불고 추웠습니다.

일이라는게 또 해야 할 때 해야만 되는거라 우리 가족 착착 소매 걷어 부치고
일을 시작합니다.



0.큰 고무다라에 한 가득 물을 받아 소금을 풀었습니다.
긴 막대로 휘~휘~~저어가면서 소금을 풀면 더 빨리 녹는다고 어머님이 알려주십니다.

소금물에 계란이 동동 떠 오르는데 떠오른 면이 500원 동전 크기면 된다네요.

기나 긴 세월 몸에 절로 녹아든 살림살이 노하우는 발 벗고 따라가도 못 따라갈지 싶어요.

*
곁에 어머님이 계셔서 너무 좋습니다.
힘든 것은 힘든 그것대로 또 다른 삶을 생각하게 하고 배우게 합니다.

힘 없고 나이 먹은 몸일지라도 곁에 계셔 주심으로만도 버팀목이 된다고 하면
이해하시겠어요? 가만 생각해 보면 그런것 같습니다.

친정 큰 언니가 맨날 형부랑 토닥 토닥 싸우면서 사니 못사니 하더니 막상 큰 형부
돌아가시니 시름 시름 아프기 시작 하더군요.

그러더니 머리가 빠지고 눈이 안보이고 ...결국 아이 여섯 놔두고 형부 뒤따라 갔어요.
싸움도 사랑이였나 싶습니다.

그 아이들 씩씩하게 할머니 이모 도움 안 받고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친정 생각하면 한 편으로 답답하지만 각 각의 삶이 방향이 다르네요.
살아가는 방법이요...



1. 항아리를 소독하는데 제 생각엔 소금물로 한 번 휘~익 헹구어
햇빛에 말리면 되지 싶은데 볏짚을 태워 소독을 하신다 하네요.
불놀이 하는 아이마냥 신기하고 놀랍고 재밌습니다.



2. 타 들어가면서 연기도 많이 나네요. 그 연기로 인해 소독이 되는가 봅니다.
볏짚으로 참 많은 것을 합니다.

메주도 걸수 있고, 청국장도 띄우고, 예전엔 지붕도 만들었고 요즘은 수출도 하나봐요?



3. 연기가 하나 가득 입니다.

*
이 연기와 함께 우리 답답한 마음도 다 날아가 버렸으면 좋겠어요.



4.옆으로도 뉘어서 태우기도 했어요.
*
어떤 것을 하던 무엇을 하던 늘 준비 기간이라는게 있는가 봅니다.
이 준비 기간땜에 우리는 힘들고 어렵고 쉬이~지치는게 아니련가 싶습니다.

서로 서로 돌아보면서 격려해 줄 때가 이때라고 봅니다.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마냥 신기해 하는 제형이 입니다.



할머니가 아빠가 엄마가 일하는 모습 속에서 아이가 많이 생각을 하며 자라겠지요?



5.잘 띄워진 메주 가족입니다.

이 메주를 만들기 위해 삶고 찧고 모양 만들때 많이 힘들었는데
다시 보니 그 힘듬도 잊은 체 이뻐서 마냥 바라봅니다.

*
우리가 이 힘든 세상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이런 작은 기쁨을 맛보는 순간들이 있기에 복닥 거리며 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라고 믿고 싶습니다.



6.햇빛을 받아 더 예쁜 메주 가족입니다.



7. 군데 군데 묻어 있는 볏 짚도 정겨워 보이네요.



8. 얼마나 많은 냄새를 피우며 띄웠는데...

너 오늘 장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이야...축하해!



9.우리 어머니...
허리 아프시면서도 손을 걷어 부칠 수 밖에 없음에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기분도 좋습니다.

*
어머니~어머니 ~하면서 이야기 하면서 일 할 수 있으니까요...
혼자 하라면 저 아범 곁에서 저 도망갈지도 몰라요~
우리 부자 될때까지 건강하게 사셔야 합니다.

모자라고 부족한 살림살이 더 많이 많이 알려주셔야 합니다.



10. 쓱싹~쓱싹~ 피어난 곰팡이 닦아 냅니다.

메주의 얼굴이 뽀얘지고 있어요. 노오란 것이 아주 맛날것 같아요.



11. 잘 씻겨진 메주는 하나 하나 항아리로 담겨집니다.



12. 찬 바람은 불어도 햇살은 이쁘게 비추네요.



13. 차곡 차곡 담겨진 메주랍니다.



14.잘 녹아든 소금물을 체에 받혀 항아리 가득 부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렀을 뿐인데 벌써 색이 우러나네요.

빨간 고추가 더 선명하게 빛을 냅니다.



15. 여기도 하나 가득...
검은 숯이 들어가면 소독이 되고 고추가 들어가면 장 맛이 더 좋다고 하네요.



16. 뚜껑 덮기 전에 어머님이 소금을 고루 고루 더 뿌려주십니다.

*
거치른 어머니 손 등에 잠시 마음이 아팠습니다.
친정 어머니나 시 어머니나 왜 그리 힘겨운 세상을 사셨는지 ...

우리가 흘리는 눈물 보다  
두 분이 소리없이 흘리는 눈물은 아마 소금물도 다~녹일지 싶습니다.

제 손등에도 가녀린 시선이 머뭅니다....



17.이렇게 고루 고루 소금을 뿌려주셨어요.



18. 뚜껑을 잘 닫은 항아리 모습을 보니 부자 된 기분입니다.



19.나란히 나란히 줄 서 있는 항아리 가족입니다.



20. 이쪽에서도 다시 한 번 잡아 보고...



21.약간 아래서도 잡아 보았어요.

잘 발효가 되고 맛나게 익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장 담그는 하루가 저물어 갔습니다.

*
이제는 기다려야 되는 일만 남았습니다.
40 일 정도 지나면 간장도 끓이고,엿기름으로 식혜 만들어 된장도 치대어 주고
모든게 순서가 있듯이 이제는 기다립니다.

우리네 삶이 어쩌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마음을 다 하다보면 서로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인터넷이라는 이 안에서도 마찬가지라 여깁니다.
어쩌면 마음 속으로 더 많이 느껴지고 보여질진데

그냥 있어 줌으로써
작지만 보여 짐으로써
서로에게 격려가 되고 작은 힘이 된다는거 아시나요?

그 힘이 엄청난 일들을 만들어 낸다는거 아시나요?

항상 계획 세워진 대로 우리네 삶이 살아 진답니까?
언제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게 우리네 삶이지요.

우리가 서로를 바라 볼 때 부정적인 것 보다
더 긍정적으로 많이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빈마마 (ykm38)

82 오래된 묵은지 회원. 소박한 제철 밥상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마마님청국장" 먹거리 홈페이지 운영하고 있어요.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라벤다
    '06.2.28 12:44 PM

    경빈마마님.
    저도 어제 메주를 담궜습니다.주님을 믿으니 상관은 없겠지만
    이왕이면 조상님들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서 굳이 담궜지요.
    저는 깨도 뿌리고 대추도 띄었어요.멋져요..
    이제 잘 우러나서 맛난 매주로 탄생하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식혜로 된장을 치댄것 같은 데 생소해요.
    가르쳐 주세요...

  • 2. 김은미
    '06.2.28 2:06 PM

    와~ 이리도 생생히... 40일 지나서 또 생생뉴스 올려 주실거죠??????//
    눈으로 마음으로 배운게 많습니다..

  • 3. 초보주부
    '06.2.28 4:54 PM

    그득한 장독이 든든해보입니다 ^^

  • 4. 경빈마마
    '06.2.28 5:12 PM

    라벤다님 간장으로만 치대면 된장이 너무 짤수가 있다지요.
    그래서 엿기름으로 식혜를 만들어 식혔다가 그 물로 된장을 치대는 거지요.
    뭐 어려운거 아닙니다만 식혜를 만들어 미리 식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요.
    엿기름 물로 하면 간도 적당히 될 것이고 그러면 된장도 더 맛나게 발효가 될지싶어요.

    김은미님 참고 하겠습니다.

    초보주부님 저도 든든합니다. 모두 다정스런 덧글 감사합니다.

  • 5. 세미
    '06.2.28 5:34 PM

    된장 담그는 법을 참으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경빈마마님 감사합니다. 잘 배웠습니다.
    40일 뒤를 기대하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면 고추장 담그는 법도 같이 알려주시면 좋을 텐데...
    염치없는 기대이런지는 몰라도..^^

  • 6. 꽃게
    '06.2.28 6:46 PM

    저도 올해는 정월장 담궜어요.ㅎㅎㅎ
    대단한 마마님~~
    저렇게 많이나....

  • 7. 봉나라
    '06.2.28 7:47 PM

    존경스럽습니다. 배워야겠네여~

  • 8. 동글이
    '06.2.28 10:57 PM

    정말 큰일 하셨네요.
    장도 담글줄 모르면서 장독대가 부러워 마냥 바라보았습니다.
    항아리들이 저리 반짝거리는걸 보니 맛있는 장이 될 것 같아요.

  • 9. 물레방아
    '06.3.1 2:50 AM

    저도 올해 처음으로 된장을 담구었답니다
    500원짜리 동전만큼 떠오르는 달걀
    친정엄마가 바로 그렇게 말씀하셨답니다
    반갑네요
    똑같은 표현을 하셔셔
    독으로 하나 담고도 힘들었는데
    얼마나 힘드셨는지요

  • 10. 웃자!!
    '06.3.1 3:13 AM

    어려서 된장 간장 고추장 담글때
    할머님 심부름 하던 생각이 나네요.

  • 11. 손선자
    '06.3.1 9:34 PM

    간장담는것잘봐어요

  • 12. 헤세드
    '06.3.2 10:00 AM

    근데 왜 난 저 장들이 내것처럼 느껴져 든든하고 흐믓하고 그럴까요? ㅎㅎㅎㅎ
    올해는 어쩜 맛난 장들을 먹을 수 있을꺼라는 기대감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마마님..그리고 마마님 어머님.. 장 담그느라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 13. 들녘의바람
    '06.3.9 3:38 AM

    태어나 저도 첨으로 된장을 담궜습니다.

    첨이라 그런지 왜이리 서툰지, 앞집 아주머니께 가서 자주 여쭈어

    담그기는 하였는데, 항아리가 조금 큰 관계로 네식구 먹을 된장 메주콩 한말을

    시어머님께서 메주를 잘투어 주셔서 저는 집에 공수한 메주 씻어서 된장을

    담그는게 영 시원치가 않아요.

    계란도 띄워 보고 해는데, 좀 싱거웠나봐요.

    경빈마마님댁에 것을 보니 위에 올라오는 부분에 소금을 조금 덮어 주어야겠네요.

    날이 밝는데로...

    전 매일 옥상에 올라가서는 장 항아리만 자꾸자꾸 처다보게 됩니다..

    참으로 마음이 편안해 지더이다. 그 속을 처다보니 말이에요...

    아주 부자가 된 듯 한 맘입니다.

    경빈마마님의 우리의 생활의 진솔함에 고개가 절로 숙여 지네요..

    내년에는 더욱더 많은 이야기와 행복한 삶을 여기에서나마 만났으면 함니다.

    계속 쭈~~~~~욱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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