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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걸을 수 있는 행복

| 조회수 : 1,355 | 추천수 : 18
작성일 : 2006-02-08 13:25:20

오늘 아침 운동을 마치고 장을 보러 갔었습니다.

운전을 못 하는 관계로 걸어서 낑낑대며 장 본 물건을 들고

빙판길을 피해서 조심 조심 천천히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제게 말을 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누구지?

돌아보니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고 있는 아주 나이 드신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만 소리로 이야기하시더군요.

나도 젋었을 때는 그렇게 걸어다녔는데

잘 걷는 젊은이를 보면 너무 부러버서

그 순간 마음속에 갑자기 초록색이 너울거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운동가서 읽은 책에서는

오십대의 중늙은이란 표현에서 마음이 막히고

아,내 나이가 벌써 중늙은이 소리를 듣는구나

나는 마음이 너무 젊은데 하고 기분이 묘했거든요.

요즘 읽고 있는 철학책에서 과연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를 놓고 볼 때

우리가 누구와의 관계로 우리를 고찰하는가에 따라서 우리가 얼마나 다양하게 파악될 수 있나에 관해

실체와 양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는 중인데

오늘 두 가지 경험을 통해 철학이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를 가이드하고 있는 격이란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내겐 아무것도 행복의 조건이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누군가에겐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힘이 넘치는 경험을 하지 않을까요?




집에 돌아와서 도서관에 나가기 전의 짬을 내어

그림을 보는 중입니다.

시슬리라는 화가의 작품이지요.




원래는 삼각산의 눈을 보고 마음이 동해서 눈에 얽힌 그림을 찾아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그것까지는 어렵네요.



앗,그래도 한 점 볼 수 있군요.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각심
    '06.2.8 3:11 PM

    어머나! 저는 젊으신 분인가 했더니 50대 중늙은이 이야기에 왜이리 제 마음이
    밝아지죠? 저도 50대거든요.
    글을 읽으며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입니다.
    도서관일을 하시나봐요? 초면에 왜이리 묻는 건 많은지...
    자주 들러 좋은 생각 많이 읽을게요.

  • 2. 안개꽃
    '06.2.8 5:25 PM

    글이나 그림 참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근데 연세가..전 30대쯤인 줄 혼자 짐작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뵙지는 못했지만 글에서 묻어나오는 젊음이 느껴졌는데....

  • 3. 호리
    '06.2.8 9:46 PM

    그림을 보니 마음이 풋풋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글 읽고, 여러 가지 생각해봅니다.. ^^

  • 4. 천하
    '06.2.8 9:53 PM

    깊히 생각하게 하네요.

  • 5. 박빙
    '06.2.8 11:04 PM

    행복과 기쁨은 작은곳에서 찾을수 있음을 ..철이 든다음에야 안다는게 흠이지만....
    아이들의 졸업식에서도 작은 깨달음을 얻어옵니다
    님..의 넘치는 끼와 재주..그리고 제어당하는 힘에 존경을 보냅니다

  • 6. 박빙
    '06.2.8 11:07 PM

    지난번에 ..난생첨으로 리플이라는글을 달아보았고..
    즉각적으로 날아오는 답에 ..놀라움.경이를 느끼며..

  • 7. intotheself
    '06.2.9 2:13 AM

    좀 더 젊은 줄 알았는데,더구나 30대쯤의 젊음이 느껴진다는 '

    그런 글을 읽고 있으려니 공연히 갑자기 나이를 돌려받은 느낌이네요.

    사실 저는 올해 우리나이로 오십살이 되었지만

    도저히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실감이 나지 않긴 해요.

    나이는 더불어 지혜를 동반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지혜가 더불어 오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지혜롭다고 말할 수는 몰론 없지요,겸양의 미덕으로가 아니라

    세상사는 일에 너무 서툴러서 당황할 때가 많거든요.

    그래도 알고 싶은 욕구,무엇인가를 배우고 싶은 욕구

    혼자서 움켜쥐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배움은 즐겁게,나눔은 향기롭게

    이것이 제가 마음속으로 정한 우리집의 가훈이랍니다.

  • 8. 미카
    '06.2.9 9:53 AM

    덕분에 언제나 청량감을 맛본답니다. 감사드려요.

  • 9. 데미안
    '06.2.14 12:48 AM

    나이얘기에 충격,그리고 더욱 친근감. 활력에서 30대로...전 52년생이에요,안심하고 분발하렵니다. 좋은 글 항상 즐거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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