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눈 내리는 날 삼각산 산행을 하면서 또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
전날 밤에 배낭을 꾸리는데 곁에서 아내가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냥 방으로 들어가길래 난 뒷통수를 바라다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고.
아침 눈 뜨자마자 베란다로 달려나가 밖을 내다보니 은세계!
얼마나 고대하던 눈이더냐?
부리나케 분단장 곱게하고 배낭을 주섬주섬 챙기는데 아내가 한 마디 거든다.
"안 갔으면 좋겠는데........."
"뭔 소리야? 이런 날 안가면 일 년 열두 달 언제 가누?"
"꼭 갈거야?"
"그럼~ 가야지! 날 부르는데..."
그래도 계속 잡고 싶은 건지 아님 위험하다 해서였는지 몰라도
"누가? 산이 당신을 부른다고? ㅋㅋㅋㅋ..."
웃음 반 비웃음 반이다.
전철을 두번씩이나 갈아타고 구파발역 하차.
계속 앉아서 왔더니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가 근질거려온다.
버스엔 제법 많은 등산객이 타서 비좁았지만 금방 내릴텐데..하면서
얕은 숨만 쉬면서 귀에 꽂은 엠피쓰리에 온 몸을 맡겼다.
마침 쟝 레드 패스의 '메기의 추억'이 흘러나오니 기분이 묘하다.
눈 내리는 날에 등산, 그리고 '메기의 추억'이라니....
1992년이었던가...
아마 그 쯤일게다.
부모님의 결혼 60주년을 맞아 친척분들만 초청하여
조촐하게 자하문밖 어느 음식점에서 회혼식(금강혼식이라고도 한다) 연회를
거의 다 끝내고 마지막으로 피아노 반주에 맞춰 그 '메기의 추억'을
함께 하신 모든 분들과 합창을 했던 기억이 불현듯 났기 때문이었다.
그 메기의추억은 당시 부모님 세대에선 널리 불리었던 노래중에 하나였고
노래방기기도 없었으니 그렇다고 악단을 불러서 쿵작대면서 시끄럽게 개최를
하자는 성향의 사람이 우리 형제 중엔 한 사람도 없었으니 그야말로 조용한 행사였다.
이후 몇 년이 지나 아버지께서 먼저 타계하시고 마음이 울적하던 차에
그 노래 테이프를 하나 구입하여 운전하던 차안에서 들었는데 갑자기 왠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하마터면 사고날 뻔한 기억이 난 게 그 하나.
그 후 일 년쯤 지나 중앙일보에서 칼럼을 읽었다.
'메기의 추억은 뭐니 뭐니해도 쟝 레드패스의 노래가 최고지요'
칼럼의 필자가 잘 아는 어느 찻집에 갔는데 그 곳 주인이 하는 말이었단다.
그러면서 그 곡을 틀어주는데 앞에 앉았던 멋쟁이 노년의 신사 한 분이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더라는 얘기였다.
이제는 이미 고인이 되신 부모님께서는 생전에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남한의 이름 난 산은 아마 거의 다 섭렵을 하셨고, 1970년도 중반에 이미
칠순이 넘으신 연세에 지리산 종주를 하셨으니 난 명함도 못 내민다^^
또한 이렇게 눈 내리는 날엔 이젠 사라져버린(일부는 남아있지만) 교외선 열차를 타고
한 바퀴씩 돌고 귀가하셨던 기억이 새롭다.
낭만적이셨고 감수성이 두 분 모두 풍부하셨는데
아마도 이점을 내가 대물림 받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ㅎㅎㅎ
어느새 싸락 눈이 내리는 산길을 오르면서 어서 빨리 멋진 설경에 취해보려는
욕심이 앞선 채, 멋진 산행을 마감하면서 국녕사 입구에서 아이젠을 벗어
배낭에 넣고 내려오던 중...
그 것도 거의 다 내려왔을 무렵
갑자기 경사가 급하고 미끄러운 길을 만나 다시 꺼내어 신을까 하다가,
괜찮겠다 싶었는데, 왠걸.......
아차! 하는 순간에 뒤로 쿵~*^&($#^@^&!
꼬리뼈가 아프다~
며칠 또 고생 좀 해야겠다.
선친 말씀이 "항상 조심하라"였는데 또 사고쳤넹.......
아까 오후 늦게 눈발이 많이도 내렸는데 내일도 산에 가면 멋질텐데...
오늘따라 유난히 부모님이 그립고 후회되는 하루였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싶습니다~
방금 노래를 퍼다가 옮겨 놓았습니다~즐감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