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아이들마다 제게 물어봅니다.
선생님,왕의 남자 보셨어요?
아니,
그러면 꼭 보셔야 되요,.
이준기가 너무 멋있어요,
그러면서 그의 대사를 줄줄이 읆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영화를 보고 싶다고요
어떤 아이는 연산군이 너무 불쌍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산군이 어떤 왕인가,
왕에 대해서 인간으로써 연민을 느끼는 것과 그가 왕으로서 저지른 일과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는가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 왜 막중한가에 대한 이야기
연산군의 아버지 성종과 그의 폐비 윤씨,
성종의 어머니와 폐비 윤씨에 얽힌 이야기
그가 왜 무슨 무슨 종이 아니고 군으로 호칭이 되는가등에 대한 즉석 역사 강의를 하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어제 밤 아들과 둘이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하도 이준기 이준기 하길래 기대를 하기도 했었는데
사실 그가 연기를 잘 한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더군요.
여자같은 남자로구나,어떻게 저렇게 생길 수가 있나 놀랍긴 하지만
저는 장생이란 캐릭터에 더욱 큰 흥미를 느꼈고
그것보다는 우선 처음 시작 장면부터 어라,화면에 이렇게 옛 생활모습을 맛깔스럽게 담았구나 싶어서
관심이 집중되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 한 편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더군요.
성종이란 칭호가 공연히 붙여진 것이 아니라
사후에 그의 업적을 기려서 이룰 성을 쓴 것이니 고려의 성종,조선의 성종
둘 다 한 왕조의 틀을 완성한 왕이란 의미이지요.
그러니 그런 아버지의 뒤를 이은 연산군의 경우
아버지대의 신하들이 늘 그의 정치력에 대해서 선왕은 이렇고 저렇고 하고
이미 평가의 큰 틀을 갖고 있는 것이 부담이 되었겠지요.
신권과 왕권의 갈등이 그려진 점
그리고 폐비 윤씨에 관한 내용을 중국의 이야기에 빗댄 점등에서 이야기가 갖는 역사성이 있고
광대의 이야기를 통해 민중이 당시의 왕을 어떻게 보는가와
조정대신에 대한 풍자를 통해서 그들이 정치에 대해서 갖고 있는 불만과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
장녹수와 연산군의 관계에 대한 풍자
일반 백성들이 광대들의 놀이판에서 보여주는 신명과
광대가 자신들의 일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것도 드러나 있었습니다.
장생이 마지막에 눈이 멀고서 눈 먼 사람의 연기를 평생 했으나
이제는 눈이 멀어서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다고 하는 대사에서는 거의 철학적 수준의 성찰이
보여지는 대사로구나 감탄을 하기도 했고
장생과 공길의 마지막 공연에서는 두 사람의 대사의 어울림에서 상당한 감동을 받기도 했지요.
제겐 왕의 남자는 감우성이란 배우를 처음 만난
그래서 그의 연기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 의미있는 영화이기도 하고
한국 영화의 서사구조가 참 많이 탄탄해졌구나 감탄을 하고 돌아온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장생 역을 한 배우 이름이 뭐니?
엄마,감우성도 몰라?
졸지에 감우성도 모르는 엄마가 되어버려서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지요.
이준기 이준기하는데 엄마는 감우성이 연기를 훨씬 잘해서 관심이 가더라
그랬더니 요즘 누가 연기만 잘하는 배우를 좋아하냐고
얼굴이 짱이어야 한다고 하네요.
속으로 영화배우는 연기로 승부하는 것이지 무슨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런 말을 입밖에 내놓는 순간
얼짱을 좋아하는 아들과 입씨름이 벌어질 것이 뻔해서 그래? 하고 맙니다.
대신 영화속의 왕이 연산군인데 그 영화의 장면에서 이런 저런 씬이 왜 그런 장면이 나오는지
이야기를 했더니 역시 조금 듣다가 지루해하면서 다른 영화배우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영화배우 이야기가 나오니 일사천리로 말하는 아들의 말을 듣다보니
벌써 집에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