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매실광풍에 휘말려 들어서 82에서 노닐다가
어느날 문득 꼬리 감추고 조용히 살았었더랬군요.
다시 매실의 계절...
지난해 25kg 쭈물떡 거리며 담궜음에도 다시 이곳에 와서 복습해가며
올해는 마음 비우고 20kg만 담았습니다.
올해는 큰나무가 고새 자랐다고 함께 거들어 주더군요. ^^
사실 한동안 뜸하게 먹이다가 1년이 다 되어서야
액기스 따뤄낸 것이 3-4병쯤 됩니다.
술냄새가 좀 나고 해서 실패했나, 매실이 아니었나 고민했었는데
아유. 어찌나 맛있게 익었던지.
(매실.. 그냥 놔두는 게 제일인 듯 합니다.
혼자서 쉬엄쉬엄 익어가도록...)
요즘 하루에도 몇잔씩 나무들이 마셔 줍니다.
그 맛에 힘들어도 하룻밤새 17kg 혼자서 씨 빼고 앉아 있을 수 있었겠죠?
(4kg은 도저히 못해서 그냥 설탕 부어 버렸습니다. -_-;)
지난 해엔 3번에 나눠서 담궜더랬지요.
한번 해봤으니 자신 있다며 한꺼번에 매실 20kg에 덤볐습니다.
근데 이건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1년 사이 늙어버린 제 체력의 문제였습니다.
이젠 정말 그렇게 못 하겠어요. 나눠서 쉬엄쉬엄 해야지. ㅠ.ㅠ
가끔 동네 한바퀴 돌다보면 게을러 때를 놓친 게 너무 후회스러울 정도로
주렁주렁 열매 익어가는 텃밭을 보면 탐이 난답니다.
가지는 꽃도 보라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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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고추꽃이래요. 너무 이뻐서 놀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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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아파트엔 유난히 치자나무가 많네요.
요즘 코끝이 찡하도록 치자향에 취해 삽니다.
나중에 치자 몇개 챙겨 둘까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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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름엔 뭐니뭐니 해도
나무가 주는 넉넉한 그늘과 바람소리가 제일입니다.
삭막한 아파트 담벼락에서도 잘 자라주는 고마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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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실 이후에 간편장아찌 까지 삘 받아서 담궜답니다.
몰래몰래 눈팅만 열심히 하다가 모처럼 인사 드리고 갑니다.
혜경샘도, 오래전 인사 나눴던 그리운 이름의 분들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슬쩍~
요즘 울집 나무들의 근황입니다.
요즘처럼 땡볕에도 집에 붙어 있지 않고 맨날 나가 놀 궁리만 하는 녀석들.
협박해서 겨우 붙잡아 뒀더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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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이며 무릎팍이며 성한 곳이 없어요. 연고 값 엄청 깨지고 있습니다.
짧은 옷 입기 시작하면서 부터...
흉터에 좋은 연고, 쪽지로 추천 받습니다. -_-a)
저 소파 위가 더 더운데도 엉켜서 낮잠 들었더군요.
어젯밤 만들어 놓고 성질 급한 제가
아침부터 꺼내 먹였던 간편장아찌로 밥 한그릇 뚝딱 하고
매실쥬스 한잔씩 시원하게 마시고 갔습니다.
괜히 뿌듯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죠? ^^
주말까지 푹푹 찌다가 장마가 온다니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는 여름입니다.
다들 건강한 땀 많이 흘리시는 날 되시길 바래요.
숲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