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이미 아는 분이었고
도서관으로 찾아오신 덕분에 (사실 도서관에서는 제가 바빠서 얼굴만 보는 정도밖에는
가능하지 않아서요)첫 날에 책 두 권을 빌려 드렸습니다.
그 책을 들고 다시 오신 날도 여전히 시간이 빠듯하여 근무가 없는 토요일 오전에
전화주시고 그 때 만나자고 하고는 그냥 헤어졌지요.
아마 제 사정을 아니 이해할 것이라고 믿고요,그런데 가시기 전에
책도 책이지만 음악이나 영화쪽의 디브이디를 나누어 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토요일 아침 전화로 통화를 하는 중에 아니,이렇게 영화를 많이 갖고 있다니 하고
놀랄 정도로 영화 이름을 줄줄 대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제가 거의 다 본 영화라서
매치스틱 맨과 두 장의 디브이디 (음악 연주)를 빌려주십사 하고
저도 제가 소장하고 있는 것중에서 찬물소리님이 보지 않았을 듯한 여러 장의 디브이디와
파리에 관한 책 한 권을 들고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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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어제 보던 책에서 뽑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사기꾼들입니다.
너무 재미있는 구도라서 이야기거리도 많고
빛과 그림자를 통해서 누가 속고 누가 속이고 있나를 절묘하게 보여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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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바로크 시대에 그려진 것인데 감각은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여러 점의 그림을 찾아서 보고 있는 중입니다.
불빛 아래에서 생각에 잠긴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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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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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데요 아내에게 조롱당하는 욥의 모습입니다.
알고 보니 바로 라 투르의 작품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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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과 악기 시합을 해서 껍질을 벗기우는 마르시아스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목으로 여러 명의 화가가 이 장면을 그렸는데
이 책의 저자는 주제페 데 리베라의 것으로 골랐더군요.
스페인에서 태어나 생애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보낸 화가라고 하는데
그가 누군가 했더니 르부르에서 본 한 점의 인상적인 그림의 바로 그 화가였네요.
오늘 새롭게 아는 사실이 자주 나와서 즐거워 하면서 그림을 보는 중입니다.
이 소재를 다룬 그림으로 저는 개인적으로는 티치아노의 작품을 좋아해서
가끔씩 들여다 보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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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루브르에서 본 곤봉을 든 소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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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바로 티치아노가 그린 마르시아스의 껍질을 벗기고 있는 아폴론입니다.
이야기를 다시 돌리면
찬물소리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관심사가 비슷한 것이 많아서 오래 전에 선생과 학부형으로 만났을 때
아이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사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대해서 말을 했습니다.
어제 만나서 받은 디브이디를 통해 음악을 들어보고
오늘 아침 다시 틀어놓고 가끔 뒤돌아보면서 지휘자의 모습을 다시 보면서
그림을 보는 시간
마치 연주회장에 와 있는 기분을 느낀다고 할까요?
요즘 며칠 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입니다.
'
민음사에서 이윤기님이 번역한 책인데요
그 책에서는 도판이 흑백이어서 옆에 웅진출판사의 그리스 신화 이야기1,2,3과
이주헌님의 그림으로 신화읽기를 놓고서 에피소드가 나올 때마다
찾아서 보는 중인데
처음 그리스 신화 이야기 1권이 나왔을 때의 분위기가 떠오르네요,그리움처럼 아득하게
그 때 아이들조차도 즐거워 하면서 참 열심히 읽었더랬지요.
그런데 2,3권으로 가면서 읽는 엵기가 시들해졌고 저도 그랬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보니 2,3권의 맛이 아주 새롭습니다.
티치아노의 그림 목록에서 신화를 소재로 한 제목들이 갑자기 한 눈에 확 들어와서
원래의 계획을 수정하고 (어제의 책에서 열 명의 화가 그림중에서 다시 골라 보고 싶은
그림을 오늘 보려던 ) 티치아노를 다시 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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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 쪽 아래에 잠들어 있는 여자가 아리아드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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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가 그린 비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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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와 큐피드인데요 왼 쪽에 있는 악기에 눈이 가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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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너스와 큐피드인데 이번에는 새가 그려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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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치아노의 다나에인데요 다나에 하면 클림트의 다나에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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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너스와 아도니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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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여신의 목욕 장면을 우연히 엿보게 되는 악타이온의 모습을 그린 장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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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여신이 자신의 요정 칼리스토가 배가 불러오는 현장을 목격하고 놀라는 장면이네요.
그러고 보니 막 신화의 장면들을 읽고 나서 생생한 기억으로 보는 티치아노는
그냥 보던 그림과는 얼마나 다른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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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우로파가 소로 변한 제우스에게 겁탈을 당하는 장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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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여신의 목욕 장면을 보아버린 벌로 (물론 고의가 아니었지만) 사슴으로 변한 악타이온이
자신이 기르던 개들에게 물려 죽어가는 장면입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이 그림덕분에 저는 티치아노란 화가에게 끌렸고
지금도 자주 보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 앞에서 서성대면서 그림의 색에 빛에 이미지에 끌리던 그 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찬물소리님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영상도서관에 대해서 생각하는 아이디어와
실제로 그 일을 제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하면 힘을 보태주고 싶다는 것
일산에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과 만나서 연주회도 가고 연습도 하고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한다는
이야기,여행에 관한 이야기,이런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란 얼마나 호흡이 잘 맞는 존재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덕분에 일요일 오전에 좋은 연주를 들으면서 신화의 세계속으로 여행을 한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