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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오늘의 시를 읽다-고정희
그리곤 이 곳에 소개하면서 강요배의 그림,그리고 그에 관한 글을 길게
소개한 다음 작성완료를 누르니
부적절한 단어가 있다고 글이 다 날라가 버렸네요.
허탈한 심정이나
다시 같은 작업을 하긴 그래서
우선 시만 다시 올려놓습니다.
고 정희라는 시인이 있었습니다.
있었다는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그녀가
지리산 뱀사골에서 실족사하여
너무 일찍 가버린 시인이기 때문이지요.
시를 찾다가 그녀의 이름을 만났습니다.
또 하나의 문화 활동을 했던 그녀가
사람들에게 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던 적이 있었지요.
혼자 살았던 그녀에게
김치를 주는 사람이 그렇게도 고마울 수 없었다고요.
음식을 통하여 나누는 깊은 정
그것이 밤새우며 나누는 대화만큼이나
혹은 그것보다 더 깊이 마음을 나누는 매개물이 되었다는 것
저는 너무 이해가 되더군요.
살아있을 동안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그녀를 알고 있었던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친숙한 느낌의 시인이기도 하지요.
오늘 그녀의 시를 읽습니다.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 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 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 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 속에 든 빙산이 제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 진 사랑 발 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너기 떡취 얼러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가을 편지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가을이
흑룡강 기슭까지 굽이치는 날
무르익을 수 없는 내 사랑 허망하여
그대에게 가는 길 끊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길이 있어
마음의 길은 끊지 못했습니다
황홀하게 초지일관 무르익은 가을이
수미산 산자락에 기립해 있는 날
황홀할 수 없는 내 사랑 노여워
그대 향한 열린 문 닫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문이 있어
마음의 문은 닫지 못했습니다
작별하는 가을의 뒷모습이
수묵색 눈물비에 젖어 있는 날
작별할 수 없는 내 사랑 서러워
그대에게 뻗은 가지 잘라버렸습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무성한 가지 있어
마음의 가지는 자르지 못했습니다
길을 끊고 문을 닫아도
문을 닫고 가지를 잘라도
저녁 강물로 당도하는 그대여
그리움에 재갈을 물리고
움트는 생각에 바윗돌 눌러도
풀밭 한벌판으로 흔들리는 그대여
그 위에 해와 달 멈출 수 없으매
나는 다시 길 하나 내야 하나 봅니다
나는 다시 문 하나 열어야 하나 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시는 제가
고 정희의 시중에서 가장 자주 읽는 시중의 한 편입니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아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그녀의 시를 읽으면서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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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rtmania
'05.5.2 12:20 AM안녕하세요?
artmania입니다.
책읽기 중, 특히 '시'를 읽는 것에 많이 서투릅니다.
맘에 스며드는 글들을 만나면, 편해질 수도 있을 법하지만,
'음미'할 만한 깊이가 아직 모자란듯합니다.
제가 세상을 너무 가볍게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번주 화요일, 5월3일 11시에 사간동에 있는 '갤러리 현대'에서 전시투어를 진행합니다.
지금 갤러리현대에서 개관 35주년 기념으로 자신의 갤러리가 소장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볼 전시는 2부전시로, 갤러리 현대가 초대한 작가들중,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로 이루어져있는 전시입니다.
참여작가는 오지호, 도상봉, 김기창,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최영림, 박고석, 변종하, 임직순, 윤중식, 황염수, 이대원, 김흥수, 권옥연, 문학진, 천경자, 서세옥,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김종학 입니다.
한국을 대표한다는 작가들을 고루고루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전시투어라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이 되시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2. 강금희
'05.5.2 1:19 AM고백
--고정희 詩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
--제가 기억하는 그의 시입니다. 그가 죽은 그즈음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데 깊은 밤, 그 얘기를 읽고 있자니 전생의 세계를 넘나드는 기분이 이런가 싶으네요.3. intotheself
'05.5.2 2:31 AM오늘 밤 미소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았습니다.
순전히 임순례 감독이 프로듀서란 것과
추상미가 주연배우로 나온 것,두 가지를 보고 선택한 영화인데
미진한 구석은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내내 감정의 절제가 돋보이는 영화라는 느낌이 들어서
몰입해서 보았습니다.
여주인공이 실명의 위기에 처한 것을 알고 고민에 빠져있던 중
경주의 고분에서 벽화를 보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장면
벽화속의 인물과 만나는 주인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4. intotheself
'05.5.2 2:42 AM영화보고 나서 바로 잠들기 아쉬운 마음에
모짜르트를 틀어놓고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어제 푹 잤다고 몸이 벌써 눈치채고 쌩쌩하네요.
작가에 관한 소개글입니다.
언젠가 국제 갤러리 전시에서 마음에 담아둔 사람인데요
마침 검색하던 싸이트에 그의 그림 한 점이 올라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바라보고 있습니다.
CHUN KWANG YOU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필라델피아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2000 미쉘 로젠필드 갤러리(뉴욕), 코멘노즈갤러리(키비스케인, 플로리다),킴 포스터 갤러리 (뉴욕)/ 2001 '올해의 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2002 콜럼버스미술관(콜럼 버스, 죠지 아), 미쉘 로젠필드 갤러리 (뉴욕)/ 킴 포스터 갤러리 (뉴욕)/ 단체전 1998 도르데아 반더퀄른(마인츠),'3인전' 갤러리 Ⅴ (콜럼버스, 오하이오)/ 1999 바이스갤러리(퀄른)/ 2000 '딜러스초이스전' (로버트킬갤러리, 미쉬건), 구엔다제이 (어딩톤갤러리. 시카고)/ 2001 '컴펠드전 ' 헌터돈 현대 미술관(헌팅톤, 뉴저지 )
이 작품은 처음 보는 작가의 것인데
눈길을 끄는군요.
원래는 강요배의 그림을 보러 들어왔는데 어라,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줄줄이 사탕이네요.
이러다간 날새기 십상이라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고 그냥 자야 할 모양입니다.5. 행복하게춤춰
'05.5.2 4:47 AM지리산 뱀사골...실족사...
내피가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날. 내가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이 보이지 않는날...
낮잠을잤다고 자려고 발버둥치기를5 시간 했어도 결국 못 자고 컴앞에 앉았다가 시를 읽었습니다.내 목록에 이 시들을 추가 하렵니다. 서늘하고 따뜻한 아름다운 그녀가 아직 지리산 그 어느산장에 있을것 같습니다.6. blue violet
'05.5.2 5:53 AM아침에 고정희의 시를 읽다가 숨이 막혀오는 듯 합니다.
그녀의 외로움과 사랑이 혼합된 시를 마시는 일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목에서 넘어가지 않고 맴도는 수많은 입자들.
언제 편하게 후루륵 마실 수 있을까요.7. Harmony
'05.5.2 3:44 PM추상미에 관심이 갑니다.
영화 보고 싶네요.
어느 극장에서 지금 하고 있는건가요?
아님 DVD로 나와 있나요?
집에 TV는 없지만
동생집에 가서라도 볼 까 하고요.8. intotheself
'05.5.2 11:04 PMharmony님
이 영화는 디브이디는 출시되지 않았고
비디오로 나와 있더군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였습니다.
느리게 진행되는 템포로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요?
불현듯 경주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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