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금 저항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인생 9단이라고 척 소개하면서
그것을 글로 쓰는 사람이라니
그래서 그냥 눈으로만 보고 넘기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습관처럼 책장을 살펴보는데
인생 9단이란 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그 책과 공지영의 신간 소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빌려 왔지요.
먼저 읽은 것이 인생 9단인데
제가 마음속에 저항감을 느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즐겁고 유익하게 책을 다 읽었습니다.
욜해 나이 65세인 양순자님은 (책표지에선 그녀를 할머니라고 소개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에너지가 충만한 젊은 사람으로 느껴져서 할머니란 말이 제겐
조금 낯설군요) 주변에서 인생문제 119.인생9단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아주 오래전부터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사형수 상담을 해왔다고 하며
현재는 안양 교도소 정신교육 강사이고 양순자 심리 상담소 소장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파트 1,2,3으로 나누어 인생 기본 공식,사람 사이 공식,그리고 가족 사이 공식으로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해한 삶의 지혜를 입말로 우리들에게 그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떤 것은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것은 내겐 너무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지요.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여지가 많아서 읽는 동안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읽은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도
오늘 읽은 인생 9단도 제겐 갑자기 눈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준 글읽기였습니다.
토요일 밤 조금은 한가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와서 다시 보는 임옥상입니다.
그런데 기획전 4회에서 그가 그린 꽃그림들이 있네요.



소설가 공지영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녀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선호도가 뚜렷하게 나뉜 소설가가 아닐까 싶더군요.
그녀의 소설을 거의 다 읽었지만 (그녀와 대학때 친구인 사람을 알거든요.
그래서 책을 받아서 읽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사서 읽기도 하고)
지난 번 출간된 별들의 들판과 오늘 읽기 시작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제가 읽은 글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설읽기가 되고 있습니다.
인생의 경험과 더불어 성장하는 작가를 보는 일이 즐겁군요.
그런데 우연히도 오늘 함께 읽은 두 권의 책에 다 사형수 이야기가 나오네요.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서도 청송 감호소에 있는 사형수들이
바깥 세상에 나오고 싶은 열망이 너무 간절해 일부러 칫솔이나 못을 삼켜서
응급 환자가 되어 실려 나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감사하는 마음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 현장이 누군가에겐
자해를 해서라도 나오고 싶은 곳이란 생각에 정신이 바짝 드는 기분이더군요.


수업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부탁한 사과를 사들고 무더워서 여름같은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런데 늘 다니던 길위에 있었을 그러나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다니던 조각작품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한 번도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까?
무심한 저를 책망하면서 다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아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단순히 조각만 못 보고 사는 것은 아니겠지요?



다음 화요일에는 갤러리 현대의 2부전시
그리고 국제 갤러리의 루이 부루조아전,
그 다음엔 덕수궁에 다시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11시에 갤러리 현대에서 artmania님과 만나기로 했는데요
전시에 관심있지만 어쩐지 선뜻 발걸음 하기 어렵다고 느끼던 분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싶네요.
이렇게 전시장에서 만나자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도
제겐 너무나 큰 변화인데요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것,그것이 사는 일의 즐거움을 이루고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