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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마음이 배불렀던 날

| 조회수 : 1,651 | 추천수 : 33
작성일 : 2005-04-15 01:43:24
오늘 참 즐거운 일이 있었습니다.

한 가지는 2학년 첫 모의고사에서 딸아이가  일본어과에서 일등을 했다고 하네요.

그 말을 하는 아이의 표정이 볼 만 했습니다.

수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한

앞으로 그 만큼 잘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불안하기도 한

그 아이를 안아주면서  아주 크게 칭찬을 했습니다.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고

그리고 너무나 고맙다고요.

요즘 아들의 사춘기로  제 마음이 심란하고 어떤 때는 부글부글 끓는 심사를 어쩌지 못하고

거리에 나가서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에 사로잡힐 때도 있는 때라

더  고마운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이 아이가 원래부터 공부에 취미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때에는 꼭 학교 시험이 끝난 날 이야기를 하던 아이였지요.

왜 지금 말하냐고 물어보면 만약 내일이 시험이라고 하면

엄마가 시험공부좀 하거라 라고 분명히 말을 할테니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반에서 한 10등쯤 했으니 그 많은 아이들중에서 그 정도면 잘한 것 아니냐고

그렇게 말하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부터 시작하여 중학교 2학년이 끝날 때까지

말로 다 하기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나서

조금씩  정신적으로 크게 된 딸아이

이제는 동생문제로 엄마에게 조언도 하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는 모습이

좋아보입니다.

제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아니어서 가끔씩  잔소리를 하다가도

이만큼이라도 감사해야지

그렇게 마음을 접곤 합니다.

큰 아이를 통해서 배운 한 가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 밖에서 열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그것을 알았다고 생각했는데도 다시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조급하게 조바심을 내고 있는 저를 다시 봅니다.

그러니 알았다고 하는 것이 과연 안 것일까?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도 하네요.













또 한가지 기쁜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빌려서 다 읽은 사랑을 실천하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수프(이런 시리즈의 글들이 계속

번역이 되어서 나오고 있는 중인데요 제가 읽은 것은 해냄에서 나온 책입니다.

그런데 책표지도 안의 편집도 내용도 3박자가 고루 잘 되어 있어서  마음 깊숙이 감동을 느끼면서

잘 읽었거든요) 를 반납하러 갔더니 대여점의 아저씨께서 말씀하시네요.

지난 번 적어주고 간 목록중에서 세 권을 구해놓았노라고요.

무슨 사연이나면 제가 일주일 동안 읽는 책이 너무 여러권이다 보니

다 사서 보면  용돈이 모자라서 궁여지책으로 부탁을 한 번 해보았습니다.

이왕 그 쪽에서 책을 구하는 것인데 회원의 요구사항이 있으면

혹시 반영을 해줄 수 있냐고요.

그랬더니  다는 어렵겠지만 일단 목록을 뽑아오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해서 불멸의 이순신도 시리즈로 빌려 볼 수 있었는데

한 번 그렇게 해주시더니 그뒤로는 어째 별 말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와 하늘에서 내려온 빵 (이 책은 소설가 최인호님이

성당의 주보에 쓴 말씀의 이삭을 모아서 펴낸 책입니다.)

그리고 정채봉 잠언집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

이렇게 세 권이 와 있었습니다.

무엇부터 읽어야 하나 고민하느라 한참 망서리고 있었더니

아주 선선히 말을 하시더군요,

사실 읽을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 같으니

다 들고 가서 읽는대로 반납하라고요.

그래도 되요?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거듭하고 나서

도서관으로 돌아와서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민들레영토부터 읽었는데

(민들레 영토에 관한 것은 입소문으로만 들었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공간이거든요)

거의 순식간에 몰두해서 다 읽어버렸습니다.












제가 영상도서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모델에 상당히 근접한 곳이란 생각이 들어서

서울 가는 길에 한 번 들려봐야지 마음에 꼽아두곤

하늘에서 내려온 빵을 읽다가 집에 들어왔지요.










전혀 예상하지 않은 때에 만나서 읽게 된 책들로 인해

마음이 많이 배가 부른 기분이고

마치 숨어 있던 길이 제게 이리 와서 보라고 자신을 드러내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될까요?

정채봉님의 잠언집도 궁금하여  조금 들여다보았는데

역시 좋구나 감탄이 나오더군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자신있게 권할 만한 책들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본 그림들 다 모네인데요

기분이 좋은 날  저절로 찾아서 보게 되는 화가

그러니 모네는 제게  또 다른 다리가 되는 셈이겠지요?

건너서 길을 만들어 새롭게 다른 것과 연결되도록 해주는 다리...

제게 그런 다리가 여럿 있다는 것이 행복한 밤입니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orum
    '05.4.15 2:40 AM

    언제나 감사하게 좋은그림과 글 보고있어요
    요즈음 님덕택에 컴을 열심히 열어보게 되었구요 . 몇번 망설이다가 오늘 용기를 내었내요.
    열심히 사시는 intotheself 보면서 나도 시간을 잘사용해야지...다시생각 하게되네요.
    저희 딸에게도 적극 추천해구요 .행복한 밤되세요.저의 지평이 점점 넒어지기를 기대하며...

  • 2. 미스마플
    '05.4.15 2:43 AM

    기분 좋으셨겠어요.
    아이들을 낳고 나서는 모든 기쁨과 슬픔이 아이들과 관련해서 나는거 같애요.

    아이가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는 모습 볼때 부모는 무척 뿌듯할거 같애요.
    축하 드립니다.

  • 3. annie yoon
    '05.4.15 2:45 AM

    정말로 잔잔하게 써 내려가시는 글들을 읽고 있으면 맘이 너무 편하고 좋아요.
    chicken soup을 닭고기 스프라고 적어 놓으셔서 처음엔 갸우뚱~~~했네요.
    저두 그 시리즈 좋아해요.별아별 종류로 나누어서 나오기도 했지요.
    울 집에(애니멀 러버,골프 러버,부엌 러버...)별스러운 제목이 다 있는데,화장실에서(실례)읽기
    참 좋은 책이지요.

    따님 일본어 일등 축하해요.^^
    울 아들은 스페니쉬 어려워 죽을려고 하는데....^^:::

  • 4. claire
    '05.4.15 8:34 AM

    안에서 열리는 맘은 외부에서 전혀 도움을 줄수 없는 걸까요.
    아들의 맘이 안에서 열리기를 기다리기가 너무 힘드네요.
    그래도 기다려야겠지요. 엄마니까.

  • 5. 냉동
    '05.4.15 9:18 AM

    따님의 대견함도 좋고..좋은 그림을 볼수도 있어 흐뭇한 아침 입니다.

  • 6. 보물섬
    '05.4.15 10:21 AM

    음...항상 올려주신 글을 읽고나면 맘이 잔잔해지고 눈이 편안해집니다.
    책과 그림이야기에 덧붙여 살짝 해주신 자녀들과의 이야기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네요.
    종종 올려주시면 기저귀차는 녀석들과의 생활이 미숙한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 7. blue violet
    '05.4.15 10:42 AM

    모네 그림의 따뜻한 터치가 마음까지 전해오는 듯합니다.
    따님 축하드려요.
    햇빛이 말을 걸어올 것 같은 봄날이네요.

  • 8. 야난
    '05.4.15 11:33 AM

    저두 딸애에게 욕심을 내 보다가도
    이만큼을 하는 것만도 너무 감사할 일이지...라며 마음을 비우는데..
    모네의 그림이 좋아서 제 컴의 바탕화면으로 지정했는데...괜찮죠?
    고맙습니다. ^^*

  • 9. Talk To Her
    '05.4.15 1:41 PM

    정채봉님 책.. 너무 좋죠? ^^
    제가 초등학교때부터 너무 좋아하던 분이셨는데 지금은 이 세상에 안계셔서 그 소박하고 정이 듬뿍담긴 글을 더 이상 새롭게 볼수 없다는게 참 속상해요...
    오늘도 역시 좋은글, 좋은그림 잘 보고 가요 - 감사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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