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히틀러가 그림을 좀 더 잘 그렸더라면?

| 조회수 : 1,743 | 추천수 : 44
작성일 : 2005-02-16 08:49:06
역사에서의 가정법이 실없는 일이긴 한데

어제 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비디오 숍에서 비디오를 고르다가

우연히 맥스라는 제목에 눈길이 갔는데

쟈켓을 읽어보니  실화라고 하면서 소개된 내용이 바로

일차대전 직후의 뮨헨에서 유태인 미술상 맥스가

(원래는 화가 지망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전쟁에서 한 팔 그것도 오른팔을 잃고 돌아와서

미술 거래를 하게 되는 아버지가 거부인 미술상으로

존 쿠샥이 열연을 합니다.) 연 파티에서

지나가던 젊은 군인이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는데

그가 바로 히틀러입니다.

그는 다시 맥스를 찾아오는데

맥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표현주의 예술에 혐오감을 느끼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더군요.

(나중에 히틀러가 권력을 잡고 나서 퇴폐예술로 지목하여

그런 그림들을 금지시킨 맥락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맥스는 히틀러의 그림을 보면서

재능이 있긴 한데 한 가지 창의력이 모자라다고

자신의 존재 깊숙이까지 파고 내려가 정진하면

그림에서 진전이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말하고

이 말에 히틀러는 상처를 받습니다.

자신이 전쟁에서 돌아와보니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이고 오로지 자신의 예술성에 대한 자부심만이

있었는데 그것을 짓밟아버렸노라고요.

군대에서 나오면 당장 기거할 곳도 없는 히틀러에게

군대의 상사는 기회를 줍니다.

이 기회에 그가 듣게 되는 연설이 바로 아리아인의

순수한 혈통에 관한 것이고

여기에서 그는 반유태주의에 대해서 생각을 굳히게 되지요.

정치에 끌리는 자신과

정치에 관심을 쏟는 대신 그림을 그려보라는 맥스의

강력한 권고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히틀러

그는 캔버스앞에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좌절하는데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나치당에서의 연설을 통해

정치야말로 새로운 아방가르드적인 예술이라고 느끼고

점점 정치에 경도당하게 됩니다.

어느 날 그가 생각하는 이상을 뎃생으로 옮겨 놓은 (앞으로

나치의 상징이 될 문장과 건축의 기본,쭉 뻗은 도로등) 스케치를 보고 맥스는 이것이야말로

독창적인 것이라고 흥분하면서 전시회를 열자고

맥스와  만날 약속을 잡습니다.

그러나 그 날  히틀러의 상사는 다시 연설을 부탁하고

히틀러는 자신은 그림에 전념하겠노라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 강당에 서지요.

처음에는 입이 열리지 않던 히틀러가

강연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유대인을 공격하는 언사가

쏟아져나오고 흥분한 대중들은 거리로 나와서

히틀러를 만나러 오던 맥스를 공격합니다.

한 편에서는 그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히틀러를 카메라에 담고

한 편에서는 거리에서 린치를 당하여 의식을 잃는

맥스를 담는 마지막 장면이 앞으로의 히틀러의 행보를

결정짓게 되는데

만약 그 날 밤 맥스가 제 시간에 레스토랑에 도착했더라면

역사는 어느 쪽으로 굽이를 잡아서 흘러갔을까

공연히 상상의 나래를 편 시간입니다.

영화속에는 표현주의 그림이 몇 점 소개되는데

일차대전 이후의 상황속에서 왜 표현주의가  중요한

표현수단이 되었을까가 이해가 되더군요.


오늘 딸이 학교에 가는 날입니다.

오랫만에 새벽에 일어나서  아이를 깨워서 보내고

창밖에 가느다랗게 내리는 눈발을 보면서

재즈를 틀어놓고  그림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오토 딕스라는 화가의 그림인데요

그의 생몰연대를 보니 일,이차대전 기간을 다 살아있었네요.

화가들이 특히 독일 화가들이 겪었을 시간을

상상해봅니다.

영화에서 주로 나온 화가는 그로즈입니다.

그도 역시 독일 화가로 오토 딕스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군요.












추상 표현주의와는 달리 표현주의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우리들 속의 바라보기 싫은 부분을 건드려서이겠지요?




이 판화의 제목이 영웅입니다.

영화에서도 맥스는 오른팔을 쓸 수 없지만

자신이 그리던 그림앞에서 다른 시도라도 해보려고 하지요.

그러나 왼손만으로는 가위질도 쉽지 않습니다.

여러번 시도끝에 좌절하던 존 쿠삭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이 작품을 처음 보던 날의 충격이 다시 떠오르네요.

제목이 pillars of society 인 이 그림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얼마나 통렬한 것인지,,,



일차대전에 참전했던 그로즈는 그 이후 독일 사회에 대한

깊은 혐오감을 느꼈고 정신과 치료도 받았다고 하네요.

이 그림의 제목은 suicide입니다.




이 그림은 1940년에 그린 것인데

풍경화로서 앞의 그림과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하지만

그래도 풍경속에서도 화가의 마음이 회오리치면서

표현된다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한다고나 할까요?



표현주의 그림을 찾다가 만난 뭉크입니다.

고흐의 제목과 같은  starry night이지요.








이 그림의 제목은 moonlight인데요

우리가 상상하는 달빛의 이미지와는 얼마나 다른지요.

그래도 눈길을 떼기가 어려운 작품이라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이 그림의 제목은 vampire로군요,

제목이 갖는 상징성에 주목하면서  보게 되는 작품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그림 scream입니다.

이른 아침에 표현주의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점점 마음이 불편해지네요.



그래서 클레의 그림을 뒤적이고 있는 중입니다.



http://www.si.umich.edu/Art_History/UMMA/1987/1987_2.12.jpg">







표현주의 그림앞에서 왜 나는 불편한가에 대해서

나는 왜 그림을 보는가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생각해볼 필요를 느낀 아침입니다.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Helen
    '05.2.16 10:28 AM

    요며칠 님의 글과 그림 너무 잘보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하루를 지내고 피곤한 눈으로 그림 하나하나를 보며 님의 설명을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해짐을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2. woogi
    '05.2.16 10:35 AM

    전 미술은 완전 백지인 사람인데, 님의 글과 그림을 보면서 왠지 막 똑똑해지고
    지적인 여자가 되는 느낌이 듭니다.. 앞으로도 자주 자주 올려주세요.

  • 3. 송이
    '05.2.16 11:51 AM

    행복한 하루 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4. 홍이
    '05.2.16 12:55 PM

    저두 너무 좋네요
    자주올려주세요

  • 5. artmania
    '05.2.17 3:03 AM

    오랜만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어김없이 'intotheself'님의 글을 보게되니, 무척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눈발이 날리는 날, 재즈와 표현주의 그림과 함께한 이른 새벽녘..
    '표현주의'그림에서 시작해서 '클레'로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 6. 마당
    '05.2.17 10:29 AM

    우기님..저도 그래요...
    지금 어머 나 똑똑해지나바..하고 있다가 우기님 답글 보고.. 찌찌뽕 했답니다..ㅎ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049 우리 귀여운 딸래미......^.* 5 박지연 2005.02.18 1,383 15
2048 사오정 2 8 안개꽃 2005.02.18 1,227 12
2047 2월 11일 아침 7시 20분..........정.동.진. 2 빨간자몽 2005.02.18 1,091 14
2046 개구장이 딸래미 14 김혜진(띠깜) 2005.02.18 1,774 10
2045 꿀꿀하시나요? 이사진을 보고 웃으세요,, 7 푸우 2005.02.18 2,772 48
2044 다시 보는 명화,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6 intotheself 2005.02.18 1,653 48
2043 쿵떡쿵떡..쑥떡쑥떡 9 왕시루 2005.02.18 1,839 27
2042 정말 예쁜 말티즈~~~(루이독 사진 펌) 8 안나돌리 2005.02.18 3,391 32
2041 수련꽃 4 야생화 2005.02.17 1,463 36
2040 앙코르와트 7 야생화 2005.02.17 1,544 37
2039 죽변에서 잡히는 새우들입니다 5 어부현종 2005.02.17 2,707 129
2038 허균 최후의 19일을 읽다가 만난 화가들 5 intotheself 2005.02.17 1,877 29
2037 들러리 드레스를 입은 애기 고슴도치입니다 --;; 7 artmania 2005.02.17 2,742 49
2036 우리집 고양이 사진입니다. 13 고미 2005.02.16 1,759 190
2035 우리집 귀염동이 토토!! 5 안나돌리 2005.02.16 1,555 12
2034 울 밤톨이의 꿈나라 6 밤톨이맘 2005.02.16 1,389 8
2033 산골편지 -- 잊혀진 서류뭉치 9 하늘마음 2005.02.16 1,755 12
2032 히틀러가 그림을 좀 더 잘 그렸더라면? 6 intotheself 2005.02.16 1,743 44
2031 열가지 메세지 3 경빈마마 2005.02.16 1,463 9
2030 펭 2세랍니다. ^^; 47 깜찌기 펭 2005.02.16 2,477 27
2029 이제사 사진올리는 것을~~(우리 예쁜 티나!) 8 안나돌리 2005.02.15 2,113 15
2028 고추냉이 (와사비) 10 웰빙 2005.02.15 3,068 18
2027 경제가,,,,,, 24 오이마사지 2005.02.15 2,132 28
2026 연극과 발레 공연(?) 감상하실래요?^^ 2 cherry22 2005.02.15 1,178 13
2025 전주 한옥마을 9 toosweet 2005.02.15 2,2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