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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옛 트로이 지역에서 바람을 느끼다

| 조회수 : 1,538 | 추천수 : 13
작성일 : 2005-01-26 01:31:40
여행 첫 날과 둘째 날은 날씨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엉망이 되었냐고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고대도시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 속에서 이제는 폐허가 된 지역에 서서 역사속의 인간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좋았고

가이드를 한 외국어대 교수가 그 곳에는 볼 것이 없다고 하는 곳마다

오히려 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인상적이더군요.

차낙칼레로 가는 버스에서 내릴 때만 해도 폐허가 된 지역이라고 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갔는데 웬 걸요

저는 오히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서 한참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곳의 사진은 올라온 것이 별로 없어서 아쉽군요.



트로이하면 누구나 떠올리게 되는 사람

하인리히 슐리만이지요.

그는 호메로스의 이야기를 읽고나서 그 곳이 신화속의 지역만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 곳이었다는 굳센 믿음으로 그 곳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합니다.

누구라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상상을 하는 사람들은 있었겠지요.

다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참 별개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가 발굴작업을 하고 드디어 발견한 곳을 바로 옛 트로이지역이라고 단정한 것은

실수였다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래서 고고학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발굴이 오히려

혼란을 초래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도 삽을 든 사람이 있었기에

밝혀진 것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공과 허물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군요.



사실은 에게해 지역의 해상권을 놓고 벌어진 싸움이었지만

그 싸움을 대상으로 아직까지도 우리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읽혀지는 것을 생각하면 문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느낄 수 있기도 하지요.

슐리만이 발굴하여 독일에서 보존하고 있던 유물들은 독일이 전쟁에서 지는 바람에

지금은 러시아의 푸쉬킨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차낙칼레에서 쓴 메모에 보니 폐허의 매력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주로 관심있게 보런 간 것이 그림을 전시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이었는데

이번 기행에서는 잘 정돈된 박물관도 좋았지만

이상하게 이제는 폐허가 된 곳들이 제 상상력에 불을 질렀다고 할까요?

그 다음에 간 곳은 페르가뭄입니다.

페르가뭄은 신약성서에서 버가모로 불리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이 곳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인류가 거주한 지역이라고 하는데

역사속에 등장하는 것은 페르시아가 침략한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알렉산더가 이곳을 점령했고

그가 죽은 후에는 헬레니즘 시대에 알렉산더 대왕의 장군 리시마쿠스가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곳이 천연의 요새인 것을 안 리시마쿠스는 아크로폴리스에 성을 쌓도록 지시하고

자신이 총애하던 필레타리우스 장군에게 이 곳을 맡기고 알렉산더 대왕에게서 받은 9000탈렌트의

보물과 금화를 맡기고 자신은 셀레우코스와의 전쟁에 나갔다가 전사했지요.

그래서 보물과 금화가 고스란히 필레타리우스의 소유가 되었고

그는 페르가뭄 왕국을 건설했다고 하네요.

페르가뭄 왕국에서 가장 중요한 왕은 유메네스 2세인데요

그가 아크로폴리스에 각종 기념물과 신전을 지었고

그 곳의 페허가 오늘날 터키 여행하는 사람들을 손짓하고 있으니

오랜 세월동안의 침묵을 넘어서 유적은 우리에게 말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앗탈로스 1세가 세웠다는 도서관도  이 시기에 최대로 확장되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경쟁이 될 정도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커가는 페르가몬의 도서관에 질투를 느낀 이집트에서 파피루스의 수출을 제한하자

이 곳에는 양이 많은 곳이라 양가죽을 이용하여 양피지를 만들게 되었고

오히려 앞으로는 양피지가 종이의 기능을 더 잘하게 되었으니

역사의 발전이란 오히려 역경속에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윗 사진은 원형극장의 유적이고요

아래 사진은 벽을 통해서 보는 트라야누스 신전의 모습입니다.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 신전이 이 곳에 있는 이유는 이 곳이 나중에 로마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로마의 아시아 지역 수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이 아시아 지역의 수도가 되었으므로 neokorous

즉 로마 황제의 신전을 세울 수 있는 특권이 생긴 것이지요.

터키에 가기 전  로마인 이야기를 다시 보았었기 때문에 생생한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도미티아누스 이런 황제들의 이름을 바로 그 곳에서 만나게 되니 정말 글이 살아서

춤추는 기분이 들더군요.



원형극장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이 사진은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입니다.

이 곳의 유적이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있는 사연이 있지요.

터키정부에서 이스탄불과 이즈미르를 잇는 철도 공사를 하려고


독일에 토목기사를 보내주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고학에 대한 안목이 있었던 칼 휴만이란 토목기사는 한 농부가 자신의 마차뒤에

대리석에 부조된 유물을 싣고 가는 것을 보고는 그 것을 얻어서 독일의 고고학자에게 보냈고

그 유물이 바로 페르가몬의 유적에서 나온 것을 밝힌 독일은 페르가몬의 유물들을 거의 통째로

실어가서 그 곳에 박물관을 세우고 전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 곳 다음으로 본 곳이 세라피스 신전이었다가 나중에 교회로 쓰인 곳입니다.



이 곳은 이집트 신을 모신 곳이어서 이집트 신전이라고도 불리고 붉은 벽돌로 만들어져서

붉은 궁전이라고도 불리며 나중에 요한계시록에 나온 버가모 교회에 바쳐진 덕분에

붉은 교회라고도 불린다고 하더군요.

한 지역에 여러가지 신앙의 형태가 번갈아나타나면서 한 곳이 다양한 형태로 그 기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터키는 제게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 나라이기도 합니다.

페르가몬에서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스클레피온이었습니다.

아스켈레피우스라는 의학의 신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종합병원이라고 일컬어지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 곳에 가니 이미 문을 닫은 다음이었습니다.

막 닫으려고 하던 가게 주인이 개구멍으로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해주어서

본의아니게 구멍으로 한 사람 한 사람 들어가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그래도 안에서 보게 된 유적은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했던지요.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누군가 새롭게 생각해서 만든 것들이 원형이 되어서

우리들에게 전수되어 그 때마다 그 시대와 환경의 상이함을 배경으로

다시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새롭다고 할 만한 심리치료가 그때부터 가능했다는 것을 엿보고 나니

건강과 질병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생각들로 넘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요.

아스클레피온을 보고 나니 벌써 어둑어둑합니다.

하루의 일정이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

숙소로 향하는 버스속에서 사람들의 두런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들 각자의

마음속에 새겨질 영상을 상상해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blue violet
    '05.1.26 2:13 AM

    피곤 하실텐데 .....
    여행에서 사람들마다 느끼는 감성이 각각 다르듯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 2. Young Hee Hong
    '05.1.26 3:06 AM

    건강히 돌아오셔서 반갑습니다. 좋은 소식 그간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감사드립니다.
    트로이 목마가 마치 실제가 되어서 역사를 증언하는 듯 합니다. 지난 가을 영화에서 보던 모습들을 페러디 하며 상상하고 혼자 즐거워 하고 있지요. 다시 감사 드립니다.
    쉼표가 핖요할때마다 선생님 올려주신 그림꺼내보며 마음의 여유를 채우고 있습니다. "후앙 미로" 의 블르 시리즈 감사드려요.

  • 3. artmania
    '05.1.27 2:26 PM

    잘 다녀오셨어요?
    마음이 더 부자가 되서 오셨겠네요.
    얘기 많이 풀어주셔요^^

  • 4. 다람쥐
    '05.1.27 4:42 PM

    구정휴가에 터키를 여행합니다.
    다음주말 출발하는데 여기서 먼저 보네요.

    고대 유적지가 기대되네요. 로마인 이야기를 한번 봐야될까요?

  • 5. intotheself
    '05.1.27 11:17 PM

    다람쥐님

    터키에 간다니 공연히 부러운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거든요.

    우리 나라보다 면적이 8배나 돠는 곳이다 보니

    중요한 유적중 한 삼분의 일 정도 본 셈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보려면 아직도 두 번은 더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지금 로마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고요 (권수가 많아서)

    차라리 이스탄불에 관한 이야기 (예담) 터키 성서와 신화의 땅인가 제목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런 책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인터넷에서 검색하면서 지명을 치면 그곳에 관한 역사나 기행기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 오히려 더 현장감이 있지 않을까요?

    이프님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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