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바이올린 연습을 하고 집에 들어오던 중 우편함에 들어 있는 서류 봉투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무슨 서류일까? 궁금해서 꺼내보니 거기에는 제 이름과 보람이 이름이 나란히 적힌 카드 한 장이 들어 있더라고요.
지난 번 집에 와서 묵었던 보람이의 일본인 회사 동료 5명이 나란히 돌아가면서 마음을 담아서 보낸 카드였습니다.
한 명이 대표로 영어로 글을 쓰고 (아마 제가 읽지 못할 경우를 예상해서 ) 그리고 나머지는 일본어로 글을 쓴 다음
겉봉은 한국어로 그려서 주소를 쓰고, 안에 감사합니다를 한글로 그려놓은 카드였는데요
한국에서의 즐거운 시간에 대한 인사와 딸을 멀리 보내도 자신들이 동료로써 즐겁게 생활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마음도
담은 단 한 장의 카드로 (사실 다섯명은 학교가 다 다른 친구들이라 카드를 쓰기 위해서 만나서 그 작업을 했을 것 같네요
물론 만나는 와중에 생각이 나서 쓸 수도 있었겠지만 ) 제겐 상당히 의미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답니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수업인 일어 모임이 있어서 아직 다 못 읽은 부분을 해결하느라 아침에 일어나서 시간 들여서 읽고 나니
갑자기 카드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마크 로스코 그림 골라놓은 것도 아직 있어서 글을 쓰게 됩니다.
책을 읽던 중 82cook의 캐드펠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행 잘 다녀오라고 일부러 전화주신 것, 감사드려요.
휴대폰에 남져진 메시지, 친구야 여행 잘다녀오고 연락해라, 이런 친구의 메시지도 마음 훈훈하고
여행에 쓰라고 달러를 바꾸어 넣고, 마음을 울리는 편지를 보내주신 학부형을 만난 것도 이번 여행에서는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 같네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그리고 다시 만나기도 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보람이를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도 많겠지요?
그 아이가 내년에 한국을 떠나면 아무래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얼굴을 보러 가게 될 것이고 그 때에는 그 아이와 함께 사는
동료들과도 얼굴을 보게 될 것 같아요. 한국에 왔던 친구들과는 아무래도 그냥 인사하는 동료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같은 공간에 머물렀던 인연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고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때 그 자리에서 최선의 마음을 다해서 대하는 것, 사람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하라는 칸트의 말의
무게에 대해서 요즘 새록 새록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칸트, 제게는 뭔가 멀리 있는 철학자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조금씩 친해지게
된 것도 이번 겨울의 수확이 아닌가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