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주 화요일, 가능하면 첼로 한 명 바이올린 두 명, 이렇게 모여서 합주 연습을 하자고 정한 지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여러 차례 만나서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인데요 오늘 오전에 모임이 있다고 하자 첼로를 연습하는 김미라씨가 역시 선생님이네요
감탄을 합니다. 무슨 말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모레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준비도 있을 텐데 ,마음도 이미 들떠 있을 터인데
일상적인 일을 계속 하는가 하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여행은 여러 해 계속 같은 시기에 하다 보니 이제는 특별히 긴장도 흥분도 없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전 날 밤, 짐을 꾸리고
그 다음 날 떠나는 일에 조금은 익숙해졌습니다. 그것보다 더 마음이 복잡한 것은 역시 김 정일의 사망소식이었지요. 그것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니 내가 생각한다고 무엇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생각의 자장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구나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정치적인 영향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평소에 가던 장소가 아닌 곳, 희영씨의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를 세 명이나 그것도 어린 아이를 키우고, 파트 타임으로 병원에
근무하기도 하는 그녀가 이른 시간 벌써 요가에 다녀와서 연습할 공간도 깨끗이 치워놓은 상태를 보고 있자니 여성은 한 사람이 하는
몫의 일이 얼마나 다양한가에 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그 집의 온 가족이 악기를 하는 드물고도 바람직한 하나의 모델이 되는 집에서 이제 막 첼로를 시작한 그녀 남편의 첼로가 거실에
나무 케이스에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악기는 늘 케이스에 넣어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제겐 신기한 현상처럼 보여서
가까이 가서 보게 되기도 하고, 어느 정도 곡을 연주하게 되면 온 가족이 악기를 하는 집이니 여기서 음악회를 열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오가고 커피 한 잔에 간단한 간식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스터디에서도 모임의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한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가면 한참 있다가 방향 정리를 하는 것이
제 몫이듯이 역시 연습합시다 하고 중간정리를 하고는 한 시간 조금 넘도록 바흐의 미뉴에트 3곡을 맞추어 보았지요. 그러다가 피아노가
있는 공간에서 연습하는 것이니 때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보자고 의견을 나누었지요. 마침 김미라씨가 피아노를 잘 치는 편이라서
그녀가 반주를 하면서 바이올린만 소리를 맞추어보기도 하다 보니 시간은 얼마나 쏜살같이 흘러가버리던지요!!
세 명이서 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방학중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만나서 하는 수다는 10분 정도로 줄이고 그래도 한 시간은 연습하기로 이야기가
되었지요. 걸어서 다니는 거리에 이렇게 음악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 참 고마운 일이로구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나오는 길, 주인장이 기어이 두 사람에게 귤 두 개씩을 내밀면서 들고 가라고 하네요. 그런 내미는 손이 정다워서
추위가 멀리 사라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살려서 보게 되는 그림은 역시 마크 로스코입니다 .왜냐고요?
그냥 마음이 동한다는 것, 그것이 답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