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드디어 오늘이네요. 서울 시장 선거가
가끔 서울에서 일산으로 이사온 것이 잘한 일일까, 문화의 중심에서 멀어서 오고 가는 일이 시간 걸린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일산이 제 2의 고향처럼 느껴져서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서울 시민이 아닌 것, 투표할 권리가 없는 것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아침이네요.
물론 제 한 표가 당락을 좌우하는 표가 될리 만무하지만 아침 신문을 펼친 순간의 분노가 이런 생각을 자극하는 모양입니다.
한동안 아팠습니다. 운동해서 몸이 좋아졌노라고 그래서 이번 감기는 살짝 비껴갔노라고 좋아하던 것도 잠시
역시 10월의 독한 감기 몸살은 저를 비켜가지 못했거든요. 공부할 기력도, 운동할 에너지도, 그 좋아하는 음악에 몰두하는 일도 어려웠던
지난 한 주일, 오로지 가능했던 것은 에너지를 아껴서 모은 힘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일,그리고 최소한의 일만 간신히 하면서 살았는데요
그래도 화요일부터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일상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의 일인데요, 수업에서 만난 동휘가 자신의 특성을 말해야 하는 자기 소개서로 고민하고 있더군요.
그동안 본 인상으로 몇 가지를 말했더니 너무나 기뻐하는 겁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여러가지를 말해주어서 지금 흥분이 된다고요.
평소에 상당히 이성적인 아이라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했지요. 오늘 선생님이 두 가지 좋은 일을 한 셈이네
한 가지는 어른들이 모여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 물론 나는 못 그리는 축에 속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시도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들의 열망을 읽고 그리자고 제안해서 실제로 모사이지만 작품을 하나씩 완성하고 자신의 이름까지 싸인해서
들고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그것이 한 가지 좋은 일이고 지금 네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 그러니 두 가지나
좋은 일을 한 것이라고요.
그런 다음에 내일이 바로 서울 시장 선거일이네, 정말 중요한 날이로구나 이런 이야기로 번져서 그 아이가 반응하길
그렇지요. 정말 역사적으로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아니 이럴 수가 어린 아이입에서 이런 말이 나와서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집에 와서 보람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신문에서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상식적인 반응을 보이길래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집의 엄마를 알기 때문에 그렇구나 하고 집안의 분위기도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날이야 하고 대답을 했지요.
수요일 아침, 할 일이 밀려있지만 나가지 못하고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왜일까?
오늘 밤 웃으면서 잠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만의 소망이 아니겠지요? 오늘이 제겐 평소의 하루이겠지만 동시에 평소의 하루가 아니란 것
아무래도 오늘 하루는 만나는 아이들과 로자 팍스의 이야기, 마틴 루터 킹의 이야기,미국 남부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하루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