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진 올리려고 보니까 이 게시판이네요.
저녁 8시를 20분 남긴 7시 40분. 모모 초등학교 강당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와 벅찬 마음으로 교정에서 몸을 돌아 찍은 사진입니다.
투표소인 학교에 도착하니 교정이 까맣습니다. 불이 꺼진 학교. 불빛히 휘황한 도시에서 낯선 풍경에 조금 놀랍니다. 앞서 들어가는 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깜빡입니다. 그 깜빡이는 점등을 앞으로 하고 정문을 들어서는데 키가 작은 한 아주머니가 두명의 성인 남자와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중 한 남성분은 다소 큰 목소리였어요.
"아니 투표를 하는데 이렇게 불도 꺼 놓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요?"
여자분은 투표 장소를 안내하시는 분이었는데 본인이 끈 불이 아니니 어쩔수 없었겠지요.
투표소인 강당 3층의 한 층은 희미하게 불빛이 보입니다. 투표소 입구의 불빛을 따라 무효표가 되지 않게 하겠다는 마음에 다소 긴장도 됩니다.
미리 읽어둔 트윗/페이스북 글들로 선관위 도장받을 때는 눈에 레이저가, 그리고 인주를 찍을 때는 본 기호 번호도 다시 보기, 인주 찍고 난뒤에 반 접지 않기 그렇게 무사히 선거를 마치고 나오니 마음이 벅찼습니다. 성인이 된 후로 항상 몸이 주소지 외에 있다는 핑계로 선거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된다는 의식도 생겼습니다.
이런 제가, 새벽까지도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제가 칼퇴근을 하고 선거를 하였다 생각하니 조금의 희망에 더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더욱 뿌듯합니다. 교정에서 쉽게 걸음을 떼지 못하고 다시 투표소를 바라봅니다. 나와 같은 마음이 더 있지 않을까, 어두운 교정을 따라 저 불빛 속으로 들어가는 그들 또한 저처럼 희망을 기다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 사진처럼, 까만 교정을 뒤로 하고 빛을 밝힌 투표소의 입구로 빠른 걸음으로 들어서는 저녁 7시 40분의 그들.
어쩌면 저 불빛이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희망의 불빛이 아닐까, 그렇게 사진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