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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천도운동 - 묘청, 김부식, 세종시 그리고 꿀떡 1.

| 조회수 : 5,280 | 추천수 : 118
작성일 : 2010-02-16 21:47:51
꿀떡 - 참 맛있는 이름입니다. 꿀에 찍어 먹어서 꿀떡인지, 아니면 꿀 만큼 맛있어서 꿀떡인지, 그것도 아니면 속에 꿀이 들어가 있어서 꿀떡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떡을 잘 안먹는 편인데요, 동그란 경단 같은 희거나 분홍색 떡 속에 깨나 꿀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것은 먹습니다.
송편은 안먹어요... 깨인 줄 알고 먹었는데 콩이 들어 있으면 그 실망감이란... 초딩입맛 - -;
그런데 꿀떡을 먹을 때 잘못 깨물면 꿀이 주르룩 옷으로 흐를 때도 있고, 앞사람에게 튈때도 있더라구요. 구강구조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꿀떡을 먹을 때면, 연관성은 참 허섭스러운데도 단재 신채호 선생이 우리 역사상 일천년래제일대사건이라고 표현하신 묘청의 서경 천도운동이 생각나더라구요.

지금으로 부터 900여년 전인 1135년 묘청, 정지상, 백수한등의 서경파가 국호를 대위(大爲), 연호를 천개(天開)라 하고 일으킨 국가전복기도 사건을 묘청의 난, 또는 묘청의 서경(지금의 평양)천도운동이라고 하는데요. 역사란 언제나 그렇듯이 동전의 양면 처럼 긍정적인 면, 부정적인 면이 함께 존재합니다. 긍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분들은 천도운동이라 표현하시는데요. 저 역시 서경천도운동이라 배웠기에 그리 표현합니다.

고려중기 인종, 풍수리지설에 입각해 -우리는 국사 시간에 신라말 부터 풍수지리설, 또는 지리도참설이 유행했다고 배웠는데 그 유행은 지금도 진행중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좌청룡 우백호 배산 임수는 전문용어가 아닐 정도니까요. -수도인 개경(개성)의 지력이 쇠했으니 지기가 융성한 서경으로 수도를 옮겨 국풍을 새롭게 진작시키자는 주장이 일어 납니다.
승려인 묘청, 서경출신인 정지상, 백수한 등에 의해서입니다. 인종은 이 건의를 받아들여 서경천도를 계획합니다. 궁궐을 신축하여 대화궁이라 이름하고 임금이 몸소 서경으로 자주 거동하여 서경천도는 기정사실이 됩니다.

이 와중에 제가 좋아하는 꿀떡과 연관 된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대동강가에 도착한 인종 일행은 강물위에서 오색찬란한 서기가 비치는 것을 발견하고 '저것이 무엇인가' 하고 물으니 서경파들이 '서경의 지기가 저렇듯 극강해 융성한 국운이 펼쳐지리라는 좋은 징조'라고 했다고 합니다. 실체는 대동강에 엄청나게 큰 꿀떡을 장치해 놓고 속에는 기름을 넣어 기름이 조금씩 흘러 강물위로 떠오르며 서기가 비친 것이라고 하며 그 조작의 실체는 개경파에게 발각 됩니다.

이후 김부식등 개경파의 강렬한 저항과 신축한 대화궁에 불이나고,-개경파가 불을 질렀다고도 합니다.- 궁궐신축등 노역과 국고의 탕진으로 피폐해진 민심등의 이유를 들어 천도는 없던 일이 됩니다. 이에 저항한 서경파의 반발이 1135년 일어난 서경천도운동이고요.

그럼 왜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천년래제일대사건이라 칭할 만큼 큰 의미를 두셨을까요?
그리고 김부식등 개경파는 왜 그토록 강렬하게 서경천도를 반대했을 까요?
또 묘청등의 서경파는 천도가 무위로 돌아가자 왜 목숨을 걸고 새나라를 건설하자는 극단적인 행동을 했을까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경우 서경천도운동을 자주적이고 개혁적인 신세력과, 사대적이고 보수적인 구세력의 충돌이라고 보았고, 칭제건원,연호의 사용등 ( 중국 황제의 즉위 몇년 하는 식으로 중국의 기년법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함. 중국과 대등한 국가의 지위를 뜻함. 고구려, 발해, 신라 진덕여왕초까지, 고려초까지, 독자적 연호를 사용 함.)을 기치로 내걸었음에 의미를 둔 것이지요. 거의 최초의 자주적인 역사 의식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자주적인 역사 의식이 필요 없었던 시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우리역사에서 이처럼 극명한 역사발전의 기본 공식에 맞는 사건은 잘 없었으니까요. 제 의견은 아니고 서양사쪽의 역사 이해 방식입니다만.
- 단재 선생이 처했던 시대 상황이 워낙 자주적인 국권을 가진 국가에 대한 통한이 큰 시기라 그리 표현 하셨습니다만, 사실 고려 말엽 원의 지배기간인 80여년 그리고 이성계의 조선건국 이후, 쿠데타로 잡은 정권에 대한 정당성확보에 골몰해 주변국 특히 명의 외교적 인정을 받기 위한 스스로의 처세였고 그게 사대주의로 굳어진 것이지만, - 그 두 가지를 모두 보여준 인간들이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이승만이나 전두환의 경우겠지요. -그 이전 까지 우리 역사는 국권을 빼앗기고 외세의 영향하에서 자주권을 행사 하지 못한 적은 없습니다. 외교적 수단 또는 전쟁의 예방 차원의 국지전이나 일시적 조공외교는 있었지만요. 일제 시대를 거치며 약간의 과도한 피해의식의 발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수도를 옮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과거엔 아마, 권력의 이동 그 자체거나 또는 권력 이동의 의지표현, 효율적인 국토 방위, 또는 영토확장의 방법이었을 겁니다.
전쟁이나 건국 같은 요소가 아닌 수도의 이전은 최상위 집권층의 기득권세력에 대한 배제를 통한 정치체제의 변화가 주요 목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요즘은 어떨까요? 만약 지금 수도를 이전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면?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여러가지 요소들과,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결과 역시 과거와는 비교도 안되는 다양한 현상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만약이라고 했지만 900여년전 서경천도 운동과 겉 모양새도, 본질도 어찌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세종시가 정치권의 화두입니다. 서경천도운동과 도대체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물론 입안 및 집행자들의 진정성, 또는 접근방식등에는 평가에 따라 차이가 당연히 아주 크겠지만요 - 김부식을 비롯한 개경파는 날때 부터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을 뿐이고, 묘청을 비롯한 서경파는 날때 부터 가진 기득권이 부패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악의 축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노력하지 않고 날때 부터 가진, 또는 조상의 매국행위로 물려 받은 재산의 가치상승등 엄청난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없는 이들과, 이런 현상이 지역발전의 불균형과 빈부의 격차를 통한 사회통합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 하는 이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는 것도 유사하다는 생각입니다.

서울에 살면서 아파트 몇 채에 여기 저기 땅도 가지고 있는 몇 십 억이상 백억대 가까운 재산가라면 당연히 세종시 이전은 반대해야 합니다. 단 육체적 정신적 노동을 통해서 당대에 스스로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일군 사람에 한해서입니다. 정말 억울할 겁니다. 힘들여 모은 재산이 반토막 가까이 날아가니까요.

천만원 상당의 에르메스 핸드백을 들던 사람에게 몇 십 만원 짜리 금강핸드백을 들고다니라면 환장할 노릇일 겁니다.

부와 권력. 따로 놀기 힘든, 오래 되면 썩은 내가 날 수 밖에 없는 그것에 광분하고, 영원히 소유하려는 탐욕이 지금의 기득권세력이 국민의 이름을 들먹이며, 목소리 높이는 이유의 전부가 아니기를, 제발 아니기를 빌고 빕니다.

가능한 짧게 쓰려하다 보니 너무 추상적이 되버렸습니다. 김부식과 개경파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고려 중기 기득권세력에 대한 비판과 결국 무위로 돌아간 서경 천도 운동의 진짜 의의, 그리고 사회에 미친 파급효과등이 파악 될텐데요.
제 글이 사회적 비판기능이라든가 무슨 학문적 의의가 있다든가 하는건 아니니까, 뭐든 좋게 생각해 주시는 님들이시니까, 그냥 생각 나는 대로 기억나는 대로, 대신 가능하면 틀리지 않는 범위에서 쓰려고 노력합니다. 오류가 있더라도 용서해 주시고, 이해해 주시리라 믿으면서...  시간 되는 대로 김부식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서경천도운동의 진짜 의의에 대해 다시 써 보겠습니다.

1. 세종시 이전 후 우리 아파트가격은 얼마나 폭락할지 식구들과 토론해 봅시다. - 서울의 경우 지방대도시의 경우
2. 반상회를 통해 아파트가격 폭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지 토론해 봅시다.
3. 아파트가격 폭락이 피 할 수 없는 대세라면 무엇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쾌적한 서울 주거 환경, 원활한 교통흐름으로 인한 휘발유값 절약, 물가등 각종 생활비 절감등)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천칭자리
    '10.2.16 10:47 PM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 쉽게 이해가 됩니다.
    900년전이나 지금이나 인간들이란...
    다음편을 기대할께요.

  • 2. 옥당지
    '10.2.17 2:18 PM

    브라보!!! 제가 유일하게 접고 들어가는 레벨9회원...회색꿈님. ㅋㅋㅋ ^^

    음식 사진이 없어도 키톡에서 다른 카테고리로 옮겨지는 일이 없는 위엄을 찾을 그 날까지!!
    계속 좋은 글 써 주세요. ^^

  • 3. 커다란무
    '10.2.17 4:29 PM

    읽는재미가 쏠쏠합니다.

  • 4. 하늘재
    '10.2.17 4:39 PM

    꿀떡을 꿀꺽하고 잘못 삼키면 체하는지라,,,ㅎ
    꼭꼭 씹어 먹듯이,,,
    찬찬히 곰씹으며 읽어 보았습니다,,,ㅎ

    그 때나 지금이나 어째 그리 행태가 비슷한지요,,,,ㅊ
    사실을 사실대로 알지 못하고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것 같습니다..
    진실,진실...하지만
    그 진실도 당사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리지는 것이니
    진....실.... 이라는 낱말도 재 해석 되어야 할듯 하군요,,,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 5. 모두락
    '10.2.17 8:49 PM

    와우~ 북해의 별과, 좋은 시인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 회색꿈님의 글들
    이글을 시작으로 휘리릭 검색해서 천천히 읽어 보았어요.
    어쩜 이렇게 잘 엮어 가시는지~
    안건증에 안압이 좀 높은 저는 "눈에 좋은 차"에 냉큼 마음이 갔읍니다.
    저도 다른분들처럼 감사히 잘 읽었다는 말씀 놓고 갈께요~ *^^*

  • 6. 열무김치
    '10.2.17 10:38 PM

    대동강에 엄청나게 큰 꿀떡을 장치해 놓고 ....와 영화속 음모를 꾸미는 얘기 같아요 !

    저도 콩들어간 떡 싫어하는 1인으로서(?)
    회색꿈님의 서경천도를 읽으니 꿀떡 사랑이 더욱 깊어집니다.

    저는 학교 때 재미있는 국사 선생님과 세계사 선생님을 만난 아주 행운아 입니다.
    우리 선생님 두 분 같으셔서 아주 아주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 7. 구양선생
    '10.2.19 11:24 PM

    잘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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