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해직 교사들 ‘마지막 졸업식’
학생들 울린 ‘손수 쓴 졸업장’
» 지난해 일제고사 때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최혜원 길동초등학교 교사가, 13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 학교 교실에서 졸업식이 끝난 뒤 졸업생들에게 선물과 편지를 나눠주다 한 제자를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원초등학교 6학년9반 교실. 박수영(37) 전 교사가 칠판에 걸어둔 제자들 사진을 배경으로 만든 펼침막 위에 하고픈 말을 꾹꾹 눌러썼다. 아이들이 그 옆에 답글을 남겼다. “언제나 건강하시구, 나중에 제가 더 커 있을 겁니다.”(조찬호), “싱크로나이즈 국가대표 돼서 꼭 만나요.”(공해리)
지난해 일제고사 때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박 전 교사와 서른명 남짓한 학생들은 이날 졸업식이 끝난 뒤 따로 교실에 남아 ‘그들만의 졸업식’을 치렀다. 앞서 열린 졸업식에서 박 전 교사는 새 담임교사가 졸업장을 주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반 졸업생들은 박 전 교사와 새 담임교사의 사진이 나란히 실린 졸업 앨범을 받았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손수 만든 상장과 사진이 담긴 ‘참스승님 상’을 박 전 교사에게 선물로 줬다. 쑥스러워하며 선물을 받아든 박 전 교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는 서른명 학생들에게 일일이 쓴 엽서를 나눠주며 한명씩 한명씩 안아주었다. 여학생들은 수줍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졸업식을 마친 박씨는 “너무 즐거워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날지 모르지만 항상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 같은 이유로 해임된 박수영 거원초등학교 교사(가운데)가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거여동 학교 교실에서 현재 담임교사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주는 모습을 지켜보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같은 시간, 서울 강동구 길동초등학교 6학년2반 교실에는 졸업생들의 얼굴 사진 1천여장이 빼곡히 붙었다. 이 반 담임을 맡았던 최혜원(26) ‘해임 교사’가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선사한 ‘깜짝 선물’이었다. 아이들에게 줄 휴대전화 액세서리와 편지가 담긴 ‘사제 졸업장’도 따로 준비했다. 정태영(14)군은 “우리는 따로 준비한 선물이 없는데…”라며 “마지막까지 우리한테 최선을 다하신 우리 도둑괭이(최씨의 별명) 선생님이 다시 학교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서 최 전 교사는 새 담임교사와 함께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줬다. “보라돌이, 축하해!” 그는 학생들의 별명을 부르며 졸업장을 건넸다. 졸업장을 받던 강민석(14)군이 떨어질 줄 몰라하자 모두들 눈물을 흘렸다.
학생들이 모두 교실을 빠져나간 뒤 그는 칠판에 “와, 나도 이제 출근투쟁 졸업이에요”라고 큼지막하게 썼다. 이어 교실 곳곳에 붙여 놓은 아이들 사진을 하나씩 떼어냈다. “제가 직접 졸업장 못 건네준 아이가 있네요….” 사진을 정리하던 최 전 교사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김성환 송채경화 기자 hwan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