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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할머니들과 같이 본 "워낭소리"
봉화가 배경이라 봉화 청소년 회관에서 영화를 상영해줘서 영화관이 없는 봉화에서도 영화를 보게 되었어요.
같은 마을 노인의 이야기이니 청소년 회관은 사람들로 가득 가득 차서 한시간씩 기다리며
줄을 서서 영화를 봤지요.
영화관의 보통때 분위기와는 달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어요.. 특히 할머니들이..
봉화에 이사와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본건 처음인거 같아요^^
난생 처음으로 영화를 본다는 할머니들이 많아서 더 좋았어요.
딸랑 - 딸랑 -
귓가에 울리는 워낭소리로 영화는 막을 올렸고,
늙은 최노인과 40년을 함께한 동반자인 소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평화로운 시골 모습을 배경으로 친구이자 동반자 같은 노인과 소의 일상.
딸랑딸랑 거리는 워낭소리는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울렸고 마음은 워낭소리를 따라 울렁거렸다.
보통 소의 수명을 따지면 20년이 최장인데 두배나 더 산 40살이나 먹은 늙은 소
나이 먹고, 전혀 쓸모없는 존재. 그저 일을 하기 위해 일어나,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비틀 거리며 밭을 갈다 피곤한 몸으로 누워 잠드는
최 노인의 모습은 마치 소를 닮아 있었다.
그런 소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나약해졌다..
다시 한번 힘차게 쟁기질을 해주었으면 하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으리라는걸 최노인도 소도 너무 잘 알고 있다.
..................
근데 영화를 보는데 너무 웃긴건 옆에 앉은 할머니 부대들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신다.
처음엔 시끄러워 어쩌나..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오셨을 할머니들께 뭐라고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 했는데
영화 내내 추임새 처럼 들리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영화의 한 대목처럼 느켜져 울며, 웃으며 영화를 봤다.
할머니들 눈에는 영화의 주인공 부부의 삶이 남이 아니고.. 자신이기도 하고 옆집 노인네 이기도 하고
당신 남편이기도 한것이다.
할머니들은 한 장면 한 장면 마다 (정말 거의 빠지지않고)..
소가 나오면 "봐라 소 나왔다.. "
할아버지가 나오면 " 저 영감 또 일하네.."
"힘들겠다.. 쉬다 하지.."
젊은소가 늙은소를 괴롭히면 " 저 소 좀 저리 멀리 치우라하지.. 저놈의 새끼 나쁘데이"
"봐라 민들레다.."
" 약치면 되지 저 풀을 언제 따 뽑나"
"민들레다.."
"봐라.. 저라다 죽겠다"
"차라리 죽는게 낫다.. "
" 손 봐라.."
" 저 발 좀 봐래이"
"낫질도 할 한데이.."
" 소가 말랐다.. 우짜노.. 질기가 먹도 못하겠다.."
" 사료도 좀 맥이지.. 저래 힘들어서 죽겠다"
할머니의 하소연과 팔자 타령에는 " 맞다.. 맞다.. 저런 영감하고 우째 사노"
"소가 불쌍테이.. 영감이나 소나 골병이 지대로 들었다.."
"아이고 미련테이.. 저 몸으로 우짜노.."
"봐라 봐라.. 저래가 못 산다.."
결국 나중에는 손수건을 꺼내 훌쩍거리며
"지나 내나 죽어야지 뭐... "하며 미안하신지 우리쪽을 보시면 싱긋 웃으신다.
영화 주인공으로 나온 할머니와 똑같은 모습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할머니들의 추임새같은 참견들이 나중에는 꼭 영화의 내용같아
같이 간 차령이와 나는 눈을 맞추면 빙그레 웃었다.
나중에 나오는데 차령이, 혜령이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땜에 더 재미있었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과 관객으로 온 할매들의 동일성이 이 영화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게 아닐까..
짐을 지고 가는 할아버지와 소의 모습.. 오래된 친구의 모습 같은..
귀가 잘 안 들리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이런 할아버지께 질투를 느끼는건 당연한 사실..
할머니의 사설같은 넋두리가 생생한 우리들의 할머니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산 같은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오랜만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영화를 본것 같다.
본연의 모습.. 정직한 모습.. 그냥 그대로의 모습.. 정말 아름다운 영화다!!

저는 2003년 봉화 산골에 귀농해서 유기농 고추농사와 콩농사를 지으면서 산야초 효소, 된장을 만들고 약초를 공부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미자 농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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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루엄마
'09.2.14 9:29 PM어제 보면서 눈물이 났어요...
사람과 소와 자연이 모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도 없이 일만 하시는 할아버지와 소...아주많이 닮았어요...
자기삶을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소를 자신처럼 돌보시는 할아버지...소도 할아버지를 도와 충성을 다하고...
그들의 마음이? 관계가~ 아름다운 영화 였지요...
경치도 참 좋았어요 ..봉화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2. 따뿌(따뜻한 뿌리)
'09.2.14 10:40 PM마루엄마님.. 봉화 정말 아름답지요.. 전 눈물이 나다가도 옆에 할머니들이 하두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시는 바람에 울다 웃고 말았어요. 나중에 봉화오시면 놀러오세요^^
3. 푸른두이파리
'09.2.15 1:19 PM저도 워낭소리 보며 봉화라길래 뿌리님 생각했었답니다^^
4. 따뿌(따뜻한 뿌리)
'09.2.15 2:10 PM푸른두이파리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지요^^
늦었지만 새해 인사 할께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5. jinaa
'09.2.16 2:19 AM워낭소리...꼭 보고 싶네요. 따뿌님 글도 참 정겨운 느낌입니다.^^
6. 따뿌(따뜻한 뿌리)
'09.2.17 1:22 AM네.. 할머니들과 같이 보는 영화가 너무 정겨웠어요.
어떤 삶이던 자기 신념대로 묵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건 큰 힘이에요.7. 지지
'09.3.3 12:05 PM영화가 너무 정겨웠겠어요. 전 뒤에 앉은 젊은 사람들이 할머니 푸념에 웃느라 그 소리에 귀가 많이 거슬렸거든요. 요즘 우리네 삶은 너무 꾸민 삶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