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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어느 중년의 고백. 펌
저는 40대 중반의 평범한 시민입니다.
가끔 변변히 해놓은 일도 없이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나
스스로 한심스러울 때도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입니다.
그래도 저에게는 제 자신에 대한 한 가지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 미력한 힘이 내 조국에 도움이 되었다는 그런 자부심입니다.
가끔씩 내 스스로 속물이 되어가고 젊은 날의 그 열정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내 자신을 지탱하는 힘은 바로 이 자부심이었습니다.
이 자부심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1987년 6월, 저는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종로와 서울역에서 최루탄 가스 맡아가면서 목청껏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물태우의 항복선언(6.29선언)과 이 땅의 민주화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투쟁과 승리의 경험이 제 인생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는 제법 큽니다.
가끔씩 요새 젊은이들의 자유분방하고 거칠것 없는 언행들을 보면서
부러울 때도 있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니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은 다 나같은 선배들의 투쟁때문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만약 제가 그 때 그 현장에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군사정권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하지만, 집에서 TV나 보고 앉아 있었다면
제 지금 모습이 어땠을까요?
타고난 천성과 능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생활형편이 지금보다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혹시나 자식 놈이 커서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고 물어보는 일이
생길까봐 마음 한 구석에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 때 그 자리에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저런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된다고
당당히 아들 놈에게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절대 대통령이 되서는 안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날 밤에
저는 혼자서 방에 들어가서 통곡을 하고 울었습니다.
왜 눈물이 났을까요?
명박이의 본질과 정체에 대해서는 그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명박이에 대한 분노 때문에 눈물이 나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통곡끝에, 오래전부터 망설여 오던 생각을 확실이 굳혔습니다.
이 나라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서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는 국민들과
같이 살아갈 자신이 없었습니다.
내 아들과 딸에게 올바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재간이 없었습니다.
틈만 나면 이민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미친소 사건이 터졌습니다.
몇날 며칠을 아고라에서 살았습니다. 많이 울고 많이 분노했습니다.
오늘 탄핵청원이 50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1987년 6월의 현장이 머리속에서 오버랩됩니다.
이제 내일, 5월 2일에 본격적인 첫 집회가 시작됩니다.
1987년 6월의 감동을 다시 맛보고 싶다는 열망이 가슴 속에서 꿈틀거립니다.
집회의 꽃은 젊은이들입니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은 순수하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생활에서 비롯되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행동을 자꾸 제약하게 됩니다.
순수하다는 것은 순진하다는 것(바보같다는 것의 다른 표현)과 다릅니다.
순진하다는 것은 자신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나태하다는 것에 대한 변명입니다.
순수한 사람은 진정으로 분노할 줄 압니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지금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난 번 대선때 명박이를 찍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습니까?
이제 더 이상 무슨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이 나라,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은 바로 여러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아니 여러분들이 아니면 안됩니다.
제발 부탁합니다. 그냥 나와만 주십시오.
나와서 자리만 지켜 주십시오.
집회를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시면, 저희 선배들이 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자식 놈이 "아빠는 그때 뭐했어요?"라고 질문할 때
당당하게 자신의 위치를 얘기해 줄 수 있는 아빠, 엄마가 됩시다.
그런 질문이 나올까봐 전전긍긍하는 그런 부모가 되지 맙시다.
5월 2일. 오늘 저녁
청계천에서 뵙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읽고 한 명이라도 더 참여하시기를 비는 마음에서
추천과 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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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nny
'08.5.2 11:13 AM만사 제쳐두고 갑니다.아이가 감기만 걸려도 걱정되실텐데 지금 사안은 심각합니다.
풀만 먹어도 안심할수 없는 현실이예요.나라도 살리고 건강권도 지키러 모두 동참합시다.
국민 뒤통수 치는 쥐박이...쥐새끼 같은놈...2. 문라이트
'08.5.2 7:55 PM저도 43입니다.
중2때 박정희대통령이 암살당하셨지요. 그날 얘들 모두 무섭고 나라 걱정되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버마참사가 있었지요. 훌륭하신 인재분들 돌아가셔서 모두 안타까워
했지요. 대학교가서 여기저기 맨날 대학생 시위였고 (전 무관심했지만서도) 전두환타도
뭐 이런구호 저도 기억나내요. 그러다 3김이 다시 나오고 청문회 스타였던 노무현씨가
오랜 세월 지나니 대통령이 되시더군요. 그러면서 이렇게 나이를 먹었습니다.
근데 현대통령 .... 정치에 관심없던 나를 애국자로 만드신 분...
여지껏 이렇게 분노를 느껴본적이 없고 내 자식에게 미안한 적이 없었습니다.
내 자식이 살 미래는 이 한 사람때문에 희망을 뺏겻거든요.
앞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낼 우리 다음 세대들이 참 불쌍합니다. 그걸 지켜보게될
저희 세대도 불행하기는 마찬가지구요. 이래저래 참담한 심정입니다.3. 차이
'08.5.2 9:12 PM님에게 뜨거운 연대와일체감을 느낌니다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체류탄 덮어써 가며 이루고자 했던 이십년후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겠지요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백골단에 어더터지고 도망가고 했던
당신의 그 열정은 아름답게 아름답게 ..기억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좌절과허탈을 넘어서
지나온것 보다 더 많은시간이 지났을때
광명이 비치는 저 땅으로 가 있을 것입니다4. 페파민트
'08.5.4 9:12 AM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시내에 갔다가 본 광경...
아무것도 몰랐던 전 그게 조직폭력배들의 패싸움인줄 알았어요..
자세히 보니 일방적으로 맞는 사람들이 너무도 착해보이는 ..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외치는 말이 독재 타도 였습니다.
그렇게 몽둥이로 맞으며 외치는 민주주의 만세 .. 독재 타도 ..
인간이 인간을 그렇게 때릴수도 있구나 하는걸 그때 처음 보았지요..
악몽과도 같았어요..
사복경찰들이 학생들을 질질질 .. 끌고 가더군요..
친구랑 저 너무 놀래서 아팠던 기억도 있구요..
40 언저리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아픈 기억입니다.
마치 내가 길바닥에 내동댕이쳐 맞은듯한 느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