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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엄마...사랑해요...

| 조회수 : 2,265 | 추천수 : 39
작성일 : 2007-09-02 15:26:22
십년도 넘은 벽지,장판...
곰팡이가 펴 봐주지 못할 정도였다는데도
4남매 모두 마음은 하늘만큼인데 형편들이 다들 거기서 거기라...
내가 봤다면 금세 어떻게든 했을지 모르지...내 성격상.
일이 바빠 2년을 넘게 친정을 못가보고
가다가다 오빠에게 언니에게 벽에 곰팡이가 많이 폈더라란 걱정만 듣고 흘려 보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40여년을 혼자 살아오신 엄마..
또한번 눈물이..
나이 든다라는 것이 자꾸 마음이 깊어진다는걸 나는 엄마를 불러보면서 알아차린다.
홀로 이리저리 흔들리며 4남매를 키워오신 엄마.
4,5년전에는 벌이가 안되는 막내사위 때문에 맞벌이 한다고 이 딸이 무작정 아들 봐달라
우리집으로 오시라해서 2년여를 같이 지내면서
순간순간 엄마한테 틱틱거리고 화내고 짜증내고...
이제 어느정도 기반을 잡아 사위랑 딸이 엄마 용돈 드릴 정도로 사업이 되는데.
그 병아리 눈물만큼인 용돈도 얼마나 우리딸,우리사위하며 고마워하시는지...
다시 시골로 가셔서 생활하신지 2년.

2주전 갑자기 엄마집에 곰팡이가 폈다는 생각이 불쑥나서
남편한테 우리가 도배 해드리자고 하니 흔쾌히 오케이..
엄마한테 전활걸어 아직 곰팡이가 많냐고 하니
경상도 말로 '매란도 없다'고...
도배만 하면 되겠냐고 했더니 큰방은 장판도 매란도 없다고...
내가 돈 보내드리겠다고 했더니
됐다면서 놔두라고 하는 가운데 얼마나 기쁨이 넘치시던지...
방도 작고해서 50만원 보내드렸는데
항상 엄마 걱정 많은 작은 오빠가 전화와서
도배만 하면 또 곰팡이 때문에 걱정이라고 벽에 뭔가를 했으면 하는데
역시나 돈때문에 동생한테 강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언니와 내가 벽에 하는 작업 비용까지 알아보고
오빠들한테 경비 얘기 할려다고
올케 언니들,안그래도 없는 살림인데 괜히 시댁에 돈들어가는걸로 오빠들고 싸움할까싶어
오빠한테는 걱정하지 말라하고 언니가 50만원 내가 80만원을 더 보탰네요.
벽공사가 의외로 돈이 많이 드네요.
이거 졸지에 돈이 130만원이나 나갔는데 남편이 자기한테 안 고맙냐고 너스레를 떨길래
너무 고맙다고 했더니 우리 남편은 그말 한마디면 완전 좋다입니다.
언니가 니가 돈을 너무 많이 내서 어떡하냐고 막내가...하길래
그 옛날 제 대학 등록금이며 용돈이며 오빠 언니가 해준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그리고 언니가 그거 안보태면 내가 다해야 하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네요.
그래도 아이가 하나인 제가 심적으로도 형제들중 제일 가볍네요.

어제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도배를 했나봅니다.
도배를 다하고 엄마가 어찌나 밝은 소녀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했는지..
평생  맘에 드는 도배지 내가 고르고 장판 내가 골라서 한건 첨이였는거 같았어요.
아마 첨이였을 겁니다.
어떤땐 자식 눈으로,어떤땐 돈에 밀려서 엄마 맘에 드는걸 한번도 못산듯 싶습니다.
우리가 고르는데는 전혀 개입되지 않고 돈만 보내드리고
순수 엄마 혼자 읍에 가셔서 장판 고르고 도배지 고르고 했는데
장판도 그 집에서 제일 좋은걸로 했다고 얼마나 좋아하시는지요.
평생 소원이 없다 하시네요.너무 밝고 좋아서.
도배,장판하는데 총 48만원 들었다 하시네요.
만오천원으로 일하시는분 점심 사주고...
전 혹여 초과할까봐 초과하면 더 보내드릴려고 했는데...
벽공사는 비가 그쳐야 한다고 하시고
이제 이 벽지,이 자리에서 생을 마칠텐데
엄마 맘에 드는거 꼭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실때
또한번 눈시울이 뜨거웠어요.
어제 저녁에 4남매 모두에게  흥분되고 들뜬 목소리고 전화 하셨는데
남편한테도 엄마가 고맙다고 말씀하셨나봐요.저는 자리에 없었고..
엄마가 너무너무 기뻐하시니 남편 자기도 너무 좋다고 자꾸자꾸 얘기하고 싶어하더라구요.

엄마.....
진짜 엄마가 우리한테 해주신거에 비하면 새발에 피도 안되는것에 그렇게 기뻐하시다니요.
일찍 아버지 돌아가시고 모진 풍파 40여년을 홀로 4남매 키워오신 엄마.
저는 저같은 딸 낳을까 겁이 나는데
엄마는 우리딸이 너무 좋답니다.
제가 속은 엄마 사랑하는 맘이 너무너무 깊은데
겉으로 약간만 맘에 안들면 짜증내고 좀 그런 성격이예요.
물론 지금은 아주 많~이 덜해졌어요.

엄마...사랑해....
제발 오래오래 사셔야해요.
예전에 술장사하실때 소주를 너무 많이 드시는걸 봐서
전 학창시절 엄마가 빨리 돌아가시면 어떡하나...정말 많이 걱정했는데
올해 칠순을 넘기시고 아직까지 크게 아프지 않으셔서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몰라요.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후
    '07.9.2 9:14 PM

    끝까지 읽으니 눈물이 흘러요.
    저도 매란없다는 사투리 잘 쓰는 지방에 살아요.

  • 2. 로시~*
    '07.9.2 9:53 PM

    부모님께 효도해야겠어요.. ㅠㅠ 눈물이 나네요~

  • 3. 자두공주
    '07.9.3 11:58 AM

    저도 참 못난딸인데..엄마생각나네요....

  • 4. 딩동댕
    '07.9.3 2:19 PM

    눈물 나서 혼났습니다.( 여긴 사무실이거든요)

  • 5. rose
    '07.9.3 5:15 PM

    울 엄마 생각나서 눈물이 나네요. 딸네 집이라고 작년에 첨 오셔서 주무셨거든요. 제가 17년간 시부모님 모시다가 이제 분가를 했거든요. 어찌나 좋아라 하시는지...여기 닦구 저기 쓸구....마치 일하러 오신 분처럼 주무시는 시간 드시는 시간외에는 일만 하시더라구요. 그러니 제맘이 또 불편하더라구요. 엄마 제발 편하게 놀다가 가세요!!! 놀면 뭐해? 움직일 수 있을때 일하는게 좋지.... 엄마들은 그런가봐요....저도 우리딸들에게 이렇게 하염없이 주기만 할 수 있을까요?

  • 6. 온화
    '07.9.3 8:38 PM

    원글님글 읽으면서 전 아버지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평생 자식한테 다 해주시고 더 못해줘서 가슴아파하시던 분.
    말없이 행동으로 해주시던분
    이사했다고 출장오신김에 들러 가신후 전화로 오디오밑에 돈넣엇으니 필요한 거 사라고 하시던 일이 생각납니다.
    딸이 안받겠다고 생각해서 가시고 난뒤 전화로 말씀해주시던 진짜 말없이 가슴과 행동으로 자식에게 해주시던 분
    지금 연세가 많으셔서 다니기가 힘들정도인 아버지를 보면서 더 해드리지 못하는 딸인 저가 밉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아버지
    오래살면 뭐하냐하시지만 계신다는 자체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버지...

  • 7. 엄마호떡
    '07.9.4 6:01 AM

    가슴 뭉클하네요~
    저희 엄마도 지금 많이 힘드신데
    제가 위로는 못해드릴망정 엄마가슴에 상처만 주고와서
    보름 가까이 연락도 안하고 있는데...
    휴...나중에 후회안되게 제가 먼저 연락드리고 잘해드려야 겠죠?
    그리고 남편분 너무 멋지시네요.
    저두 올봄엔 친정 세탁기 꼭 바꿔드려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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