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 퇘 지
시. 강희창
기다리다 조급증 나서 안달이네
뭐이 좋다 한들 오늘만이야 하랴
두 번째 신방 치르러 외출하는 날
숨이 탁탁 막히는 파밭머리 돌아
발가락 사이 벼꽃 끼어드는 논길로
입에는 하얀 거품, 꼬랑지 돌리면서
회초리 없이도 알아서 가는 신방길
낄낄대는 낮달아 식식거리는 독구야
모를끼다, 니들이 내 맘 우째 알것나
뒤에 선 쥔장 넙데기 얼굴이 붉어지면
두렁콩 따던 각끈 어무이 힐끔 히죽
냇둑에 황소놈 암소 생각난 듯 씨익
운도 좋아, 오늘은 아조 재미가 있어
신발 벗어든 애들 졸랑졸랑 따라붙는
내일은 없어도 되는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