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저 역시 그랬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에 부닥쳐 있는데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로 들썩들썩. 너무 서러웠지요.
물론 그 전에도 축구를 썩 좋아하지 않았어요.
왜 여자들이 젤 싫어하는 얘기가 1번 군대 얘기, 2번 축구 얘기, 3번 군대에서 축구한 얘긴것 처럼 저도
스포츠 중에서 제일 머리 안 쓰고 무식해 보이는 종목이라 얼마나 미워했다구요.
아~ 사춘기 때 김주성선수는 잠시 좋아했어요.(제가 운동 선수를 보면 침을 질질 흘리는 편이예요. 고등
학교 때는 배구 선수 하종화 좋아했구요. 지금은 축구 선수 k군 ㅣ군, 농구 선수 김승현을 너무 좋아합니
다.)
크면 꼭 그에게 시집가리라 다짐했었지요.(참 14살 답지 않아요? 중학교 1학년 때 여학생인가 주니어인
가 하는 잡지에 김주성 인터뷰가 실렸었는데 좌우명이 뭐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그때 김주성 대답이
Boys! Be ambition~ 라고 하는데 그 말이 어찌나 멋있던지요...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꽤 유치하지요? 딱
남자고등학교 급훈이죠, 뭐.)
생각해보세요~ 축구는 11명이 하는 건데 좋아하는 선수 얼굴만 쳐다보고 룰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니 그
게 계속 재미 있을 턱이 없지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놓칠 수 없다고 일찌감치 퇴근해 들어와 tv앞에 앉은 남편
한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옆에 슬그머니 같이 앉았어요.(사실 앉을 힘도 없어 비스듬히 누워서)
그날따라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만 봐도 눈물이 나고 마구 화가 나더라구요.
그러던 중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고 있던 한 노랑머리 선수 하나가 걸쭉한 육두문자를 쏟아내는 게 화면
에 잡히더군요.(누군지 짐작 하셨죠? ㅎㅎㅎ맞아요 월드컵 이후 결혼 발표한다는 k군)
순간 제 속에 있던 응어리가 동시에 밑으로 쑥 빠지는 것 같았어요.
미친 여자처럼 자지러지게 웃고나니까 그제야 황선홍 선수의 첫골, 유상철 선수의 결승골이 눈에 들어오
면서 월드컵 첫승의 기쁨을 만끽했지요..
미국전부터는 비록 집 안에서였지만 열심히 즐길 수 있었고요...
내 노력에는 언제나 미치지 않는 결과에 절망하고 있을 때 축구로든 경제적인 분야든 강대국 선수들에
게 전혀 밀리지 않고 당당하고 뻔뻔하게 대응하는 그 선수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다고 할까요?
그 후 1년 간 힘든 생활이 이어졌지만 케이블에서 재방송해주는 월드컵 전경기들과 유럽 리그 경기를 보
면서 그 시절을 견딜 수 있었지요.
열심히 보다보니 저절로 축구 룰에서 대해서도 잘 알게 되었고(오프 사이드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답니
다. 처음에는)세계 여러나라의 유명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축구에 대해 알면 알수록 무식함의 매력에 절로 빠져들게 되던데요,
왜 저렇게 무딘 발로 애들을 쓸까? 다른 나라 선수들 보면 공이 저절로 발에 척척 붙던데 우리 나라 애들
은 왜 공 따라서 이리저리 우루루 따라 다닐까? 왜 뻥축구를 할까 등등 열심히 침 튀기며 해설하는 마누라
의 모습에 울 신랑은 축구할 시간만 되면 지긋지긋해 합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더 무섭다고...ㅋㅋㅋ.
출산 후 새벽에 하는 축구 경기는 보지 못하지만 월드컵이나 올림픽 청소년 대표 경기 등등은 거의 빠지
지 않고 재방, 삼방까지 챙겨보는 못말리는 아줌마지요.
월드컵이 열리는 올해 상금 1억원을 탄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자극적인 소설이 출간되었으니 책에 있어
서는 충동구매의 대표주자인 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바로 즐겨찾기 yes24로 뛰어가 주문했습니다.
요즘은 책이 와도 당일날 다 볼 수는 없어요.
아무래도 애기가 있다 보니 보통 이틀정도에 나눠보는데 이 책은 페이지 수가 꽤 되는데도 바로 당일로
다 읽어 버렸어요.
축구와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거든요.
축구를 소재로 채택하고 있지만 축구에 대해 전혀 관심없는 분들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구요.
베컴이나 홍명보, 차범근 이름 정도만 아시는 분도 물론 재미있겠지요?
단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은 기존의 누구 엄마, 누구 부인 하는 고정적인 시각을 잠시 잠재우고 글 속 주인
공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이 책의 주요 줄거리가 아내가 결혼한 거 잖아요, 제목처럼.
우리 나라에서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너무나 손쉽게(?) 해치운 글 속 아내 인아를 이해하려면 마음을 비
워야 해요.
그리고 히딩크가 말한 것처럼 그냥 즐기세요.
그럼 이런 결혼생활도 있구나 하는 쿨한 마음이 드실 거예요.
사실 전 극중의 인아처럼은 못 살 것 같아요.
딱히 도덕심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1명인 남편 뒷바라지도 귀찮고 집안일도 힘든데 맞벌이 하면서 두 집
살림 말끔히 한다는게 자신 없거든요.
남자가(이 책의 작가가 남자거든요)여성한테 가지는 로망이 아닌가 싶고요.
수입도 남편보다 많아서 경제적으로 도움 주고 잠자리에서나 집안 살림이나 모두 완벽해, 게다가 시부모
한테까지 싹싹한 여자라면 가장 큰 하자 일수도 있는 정결의 의무쯤은 접어주리라.
참 남자들 이기적이예요.
이 책의 결말은 알려드리지 않을게요.
사실 완벽한 결론도 나지 않고 끝나긴 해요.
마치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 나라가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요.
단지 아내, 남편, 또 다른 남편 이 사이에서 아버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만 힌트
로 살짝~
남편분때문에 짜증날 때 한 번 읽어보세요. 좀 시원해 져요.
p.s
자게에 남겨진 글때문에 찔려서요...
저보다 먼저 클라우디아라는 닉네임을 쓰신 분이 계시더라구요.
오늘부로 샬롯으로 이름 바꿉니다.
검색해 보니까 안 계신 거 같아서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젤 이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예요. 여러분도 이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