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 자게에 20년된 중앙난방 저층 아파트가 너무 춥다고 글 올렸습니다.
이런저런 게시판 보다는 자게가 리플이 더 많이 올라오는 편이라 자유게시판을 이용했었죠.
이제 난방문제가 조금은 해결됐기에 커밍아웃 합니다.
결혼전엔 개인주택에서만 살았습니다. 신혼땐 개별난방 아파트에 살았기에 따뜻하게 지냈지요.
작년 봄, 준공된지 20년이 넘어간 중앙난방 2층으로 이사왔습니다.
4월에 이사왔는데 아파트가 너무 춥더군요.
그 해 초겨울, 난방은 분명 들어오는데 바닥이 거의 미지근 수준, 내복에 겨울티를 꺼내 입어도 춥더군요.
관리사무소 사람을 불렀더니, 욕실 라지에이터만 만져보고는 "난방 들어옵니다!" 이러고는 나가더군요.
"바닥이 너무 미지근하지 않나요??"라며 나가는 아저씨 붙잡으며 물으니
"이건 관리소에서 할수 있는게 아니예요. 라지에이터는 뜨겁잖아요??" 이렇게 대답하더군요.
오래된 아파트라 바닥을 새로 깔아야 하나 부다라고 혼자 생각했지요.
둘째 출산을 앞둔 만삭이라, 산후조리도 해야했기에 일단 보조 난방기구를 장만해 작년 겨울 보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겨울, 11월 내내 작년과 다르게 바닥이 참 따뜻했어요.
어느날 라지에이터가 꺼졌기에 관리사무소 직원을 부르니 이번엔 친절하신분이 오셨어요.
보일러 벨브도 점검하시고, 이사온지 1년이 되도록 보일러 벨브가 어디 달렸는지 모르고 살았었지요.
저희집은 이미 동파이프 깔려있다며 전 주인이 바닥공사를 했으니 더이상의 공사는 필요치 않다고 하시더군요.
아가도 있는데 추우면 안되죠 하시며 이것저것 꼼꼼히 봐주시고, 지하 가셔서 다시 점검하시겠다며 나서시더군요.
그리고 11월 말 즈음부터, 그동안 몇시간씩 꺼지던 라지에이터가 이번엔 24시간 하루종일 꺼졌습니다.
"기다려라, 점검중이다"란 관리사무소의 대답이 일주일 가까이 지속되더군요.
도저히 안되겠기에 차디찬 거실바닥 기어다니는 둘째 등에 없고, 우리처럼 난방 안되는 집을 찾아다녔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라 한층 아홉가구에 20평대와 30평대가 함께 있습니다.
알고보니 2층 전체가 난방이 안됐습니다. 또 1층은 난방 배관을 따로 빼서 따뜻하다 하구요.
그동안 각자 따로 관리사무소 직원 부르고 소장 찾아가 직접 따지고 했었더군요.
이젠 2층 전체가 함께 모여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전 이사온지 1년밖에 안됐고, 출산하느라 외출이 적었기에 그동안 옆집들과는 인사정도만 했지 차한잔 마신적이 없었기에 동네의 이런저런 사정을 들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들 모여서 이얘기 저얘기 하다보니, 10년을 넘게 사신분들이 이층이니 원래 추운줄 알고 혹은 베란다 확장 공사를 했기에 바닥이 미지근한가부다 생각하고 겨울이면 보조 난방기를 늘 켜면서 사셨답니다.
해서 동절기엔 10만원 가까운 난방비를 내고, 전기세 역시 10만원 가까이 내면서 그리고도 춥게 사셨답니다.
심지어는 욕실의 하수도가 막혀도 외부 설비 업체 불러서 뚫었답니다. 불칠전한 관리사무실 직원들 부르는게 영 불편해서요.
저도 아파트란 공동주택에 대해서 잘 몰랐기에, 관리사무소에서 무얼 어디까지 해결해주는지 잘 몰랐구요. 해서 이참에 공부했습니다.
먼저, 다른동의 난방 상태를 알음알음 확인하고요. 아파트 관리규약도 꼼꼼히 읽어보고요.
(관리사무소가서 아파트 관리규약 달라하니 심하게 째려보더군요)
그리고 다같이 모여 관리사무소장을 찾아갔습니다.
중앙난방이라 열 분배에 문제가 생겼기에 저층이 순환이 안된다는 설명과 지금 원인 분석중이고 점검중이며, 일단 위층을 벨브를 최대한 잠그고, 관청소와 후레싱등등 갖은 방법은 다 동원하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입주자 대표 회장을 찾아갔습니다.
저희동 이층 난방이 일주일째 안되는것에 대해 입주자 대표 회의를 개최 해달라 부탁드렸습니다.
70대이신 회장님의 설명은 윗층에서 더우면 벨브를 잠가줘야하는데 벨브 안잠그고 창문을 열어서 그렇다는 변명을 하시더군요.
저층 난방이 안되는 열 분배 문제를 관리사무소에서 해결해야지 왜 입주민들에게 책임으로 떠 넘기시는거냐며 따졌습니다 그리고 일층 난방 배관 따로 뺀것에 대해 입주민들이 알지 못하는것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1층을 원상복구 하라는 심한 발언까지 그밖에 불칠전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에 대해서도 불평을 마구 쏟아놨습니다.
한마디로 이층 아주머니들께 회장님 호되게 당하시고, 결국엔 화를 내시면서 가시더군요.
지금 현재 저희집 바닥 따끈따근 입니다. 이 수준이면 저희도 보조 난방기구가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입주민들 머리 꼭대기에 있던 관리사무실 아저씨들 친절해졌습니다. 적어도 저희동 저희층 아주머니들에게는요. 아직까진 완벽하게 해결된건 아닌걸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한계가 있기에 일시적으로 윗층 공급관을 최대한 줄이고, 저희층을 열고 하는 방법을 썼는지 어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층보다 난방문제가 더 심각했던 일층은 난방수가 돌고 나온 폐수관에서 난방 공급관을 연결해서 난방하고 있는 상태랍니다.
이 방법으로 일층은 현재 난방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했다고 관리사무소에선 평가합니다.
하지만 이층과 라인별의 불균형 해소라는 숙제는 여전하구요.
물론 모든층과 라인이 똑같이 공급될수는 없고, 편차를 최대한 줄이자로 협의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빠른시일내에 세대별로 난방수 미터기를 장착하자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윗층 세대들이 더이상 덥다고 창문 열지 않고 알아서 벨브를 잠그게 될거랍니다.
주절주절 얘기가 길었죠??
저처럼 공동주택(아파트)에 대해 중앙난방에 대해 잘 모르셨던 분들..
그리고 제가 이층인 저희집 춥다라는 글 올렸을때, 많은분들이 원래 춥다라는 답변을 달아주셨기에
개선될수 있는 문제고, 저층인데도 따뜻하게 사시는분들도 있기에 아직도 추우신분들에게 도움이 되시라 긴 글 남깁니다.
저층에서 춥게 사시는분들, 그냥 참지 마시고 난방이 안되는 다른 세대와 함께 입주자 대표 찾아가셔서 따뜻한 겨울 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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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중앙난방 아파트 추우신분들 참고하세요!(깁니다)
카푸치노 |
조회수 : 11,730 |
추천수 : 11
작성일 : 2005-12-14 1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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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쵸콜릿
'05.12.14 11:23 AM박수보냅니다 짝! 짝! 짝! ...잘 하셨어요 ^^
이번에 저도 덕분에 많은 걸 알게되었네요2. 달콤키위
'05.12.14 12:38 PM리플달려고 일부로 로긴했답니다. 우선 중앙난방에 대해 알게 되었구요, 카푸치노님의 용기와 현명함에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저는 개별난방에 사는지라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훗날을 어찌 알겠어요. 요즘 집보러 조금씩 움직이는데 생각보다 중앙난방 아파트가 많은지라 걱정되더라구요. 결혼전에 중앙난방집에 잠깐 산적이 있는데 너무 추웠던 아픈 기억이...^^ 용기와 현명함 지식을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3. 도은아~
'05.12.14 5:09 PM혹시 앞으로 중앙난방식 집으로 가게될때 진짜 많이 참고가 되겠어요..
그런 층간불균형 문제가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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