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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피코트

| 조회수 : 2,511 | 추천수 : 25
작성일 : 2005-08-22 02:31:15
한껏 늦잠을 자고 난 일요일 아침입니다.

습관처럼 컴을 켜고 키톡에 들어갔다가 광년이 님이 올리신 요리에 엄마이야기가 있어서 엄마 생각이 나서 몇자 적어봅니다.

부잣집으로 시집을 오셔서 순간 쫄딱 망하고는 내내 고생길을 걸어온 울엄마는 4남매 키우기 너무 벅차 매일 홈드레스 한가지를 입으시면서 장사를 하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런 노력으로 차차 집도 새로 장만하고 아이들도 다 졸업시키고 시집 장가보내면서 형편이 나아지시긴 하셨지만 그동안의 고생이야 이루 말할수 없었겠지요.

이젠 엄마의 옷장에 많은 옷은 아니래도 자식들이 선물해준 메이커옷들도 제법보이지만 엄마는 여전히 시장표옷만을 고집하시면서 메이커옷은 아끼고 또 아끼고 하시다 자식들에게 한소리 듣곤 합니다.

그러던 엄마가 간암이 걸려 병원서 앞으로 2년을 본다 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난 큰 올케가 상의하고 싶은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4남매가 모인자리에서 큰 올케는 "어머님이 전에 저더러 나중에 밍크코트를 한개 해달라고 하셨어요. 나중에 저희가 형편이 될적에 회색으로 된 긴 밍크코트 해달라고 하셨는데 제가 어머님이 이렇게 병이 걸리시고 보니 맘에 무겁내요..아직 형편은 안되고...꼭 해드리고는 싶구요..."

하면서 자기가 해야하는데  모두에게 이야기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자리에서 막내남동생은 얼마남지 않은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위해 몇년을 올케 몰래 용돈을 모아 마련한 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큰동생은 카드로 끊고 할부를 갚아나가겠다고 했습니다.

요즘 형편이 부쩍 안좋아진 울 언니는 형편상 한푼도 못내놓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큰올케에게 "밍크코트는 무슨~ 입고 싶으면 본인이 사입을 일이지..." 하면서 투털투털 댔다고 합니다.

내 맘같아선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단돈 오만원만이라도 성의 표시를 했음 덜 서운할텐데 그렇게 모질게 딱 잘라 거절하는 언니가 야속하고 이해가 안되지만 모처럼 엄마에게 하는 큰 선물을 기분나쁘게 하고 싶지않아 열받아 하는 동생들을 다독이며 얼마가되든 나머지 부분은 내가 다 책임을 지는것으로 했습니다.

삐딱선을 타는 언니에게 좋게 이야기해서 결국은 언니도 엄마 모피코트 사는데 같이 동행을 했고 두 군데의 백화점을 돌아본 후에 엄마가 이야기한 색깔과 모양과 길이가 딱 적당한 모피코트를 발견하고 구입을 했습니다.

모피코트를 입어보신 엄마는 너무나 행복해 하시면서 "고맙다" 소리를 계속 하셨습니다.

자식들이 돈 쓸까봐 제가 한국 간다고 하면 미리 전화하셔서 "암껏도 사올 생각마라..다 있다..그냥 애들 델고 몸만 와라"를 당부하시는 분인데 그 비싼 모피코트를 받으시고는 이렇게 비싼것을 뭐하러 샀니..하는 말씀 조차 없으시니 그동안 평생의 꿈이였나봅니다.

동생들에게 미리 말해 엄마에게는 4남매가 똑같이 돈을 내서 산것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저렇게 좋아하시는걸...왜 울 엄마는 비싼 모피코트와는 상관없는 사람으로 지레 짐작해버리고..모피코트엔 관심이 없을것으로 생각했었는지...

자식은 그리도 모릅니다..부모 마음을 ...

큰올케는 제게..그리고 막내동생에게 "미안하다"소리를 연신해대지만...

저는 올케에게 그랬습니다.

"정말 몰랐는데 이야기 해줘서 고맙다고.... 더 늦기전에 울 엄마에게 모피코트 해드릴수 있게 되어서 정말 고맙다고...그리고 큰올케..작은올케 ...흔쾌히 응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엄마의 옷장에 걸려진 모피코트를 바라보면서 울 엄마가 이 코트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십년만 입으셨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했습니다.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스마플
    '05.8.22 2:51 AM

    그런 착한 올케분도 계시네요.

    모피코트덕분에 어머님 건강이 더 나아지시진 않았을까 하고 바래봅니다.

  • 2.
    '05.8.22 3:13 AM

    어머님,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친정엄마 생각이 나네요.

  • 3. 김혜경
    '05.8.22 7:59 AM

    여름나라님...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잘 하셨어요..정말 잘 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 건강 좋아지셔서 오래오래 사시길 빌게요..

  • 4. 레몬주스
    '05.8.22 9:11 AM

    부럽네요....
    역시 딸이 있어야.....
    울엄마는 전문 부동산사기꾼한테 걸려서
    아빠가 모피 사주신다고 모으시던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날리시곤
    모피 얘기도 못 꺼내게 합니다

  • 5. 물레방아
    '05.8.22 9:21 AM

    여름나라님 쪽지 드렸습니다.

  • 6. kAriNsA
    '05.8.22 9:47 AM

    정말... 눈물나네요..

  • 7. 헤세드
    '05.8.22 9:49 AM

    여름나라님 때문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침입니다..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주로 엄마가 딸내미 목소리 듣고 싶다고 먼저 전화 하시곤 하는데
    오늘은 엄마께 보고 싶다고 먼저 전화 드려야 겠습니다..
    여름나라님 엄마도 울 엄마도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빌어 봅니다.....

  • 8. 바다네집
    '05.8.22 9:53 AM

    여름나라님 아침부터 목이 매여요....
    언니는 정말로 어머니에게 이쁜 딸이신거 같으네요...
    전 엄마에게 잘 못해 드려서 늘 죄송한데///
    저야 뭐 사고 뭉치죠....
    언니~~ 어머니 건강해져서 벌떡 일어나실꺼여요....
    언니의 맘이 하늘이 감동받아서...
    서울은 가을이 성큼 다가 왔습니다...
    주말을 광화문에서 가을을 맞이 했어요...
    추억이 있는 광화문,,,,

  • 9. 황채은
    '05.8.22 10:07 AM

    저희 엄마도 만불넘는 까르띠에 시계애기를 해서 남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시계는 무슨 남이 웃는 다고
    핀잔줬는데 글을 보니 가슴이 짠하군요 역시 여자는 늙어도 여자네요

  • 10. 솔향기
    '05.8.22 10:43 AM

    정말 잘하셨네요.
    올케들도 너무 고맙네요.
    읽으면서 눈물이 핑돌았는데 모두 같은 마음이네요.
    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빕니다.

  • 11. 프리치로
    '05.8.22 10:49 AM

    너무 잘하셨네요..
    2년을 보고 계시는 시어머님의 밍크코트를 하자고 하시는 올케분이나 따님이나..
    그리고 넷이 공평히 갈라서 낸것으로 하자고 하는 마음씀씀이까지..
    너무 아름다우신 분들이에요..
    어머님이 빨리 쾌차하시고.. 오래오래 사시고
    님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봐요..

  • 12. 룰루랄라~
    '05.8.22 10:58 AM

    정말 올케 잘두셨네요...마음들이 너무 예쁘세요. 어머님만 건강하시면 정말 좋을텐데...ㅠ.ㅠ 힘내세요...

  • 13. 봄봄
    '05.8.22 11:28 AM

    잘 하셨습니다. 저희 어머니 부부싸움할때 레파토리가 당신이 언제 내손에 구리반지 한번 끼워줘봤냐? 였습니다. 커가면서 같은 여자로써 엄마에게 연민이 느끼지더군요. 나중에 저희 형제 돈모아서 진주반지 큰걸로 해드렸습니다.
    올케분이 정말 맘이 이쁘네요.

  • 14. 안드로메다
    '05.8.22 1:12 PM

    에궁 잘하셨어요..
    여름나라 언니 어머니 오래 오래 사실꺼여요~.
    저도 갑자기 돌아가신 친정 엄마 생각에 눈시울이..
    에구구~

  • 15. 안주영
    '05.8.22 2:30 PM

    잘하셨네요..진짜루~
    올케분 좋은신 분이네요.

  • 16. 나나언니
    '05.8.22 3:41 PM

    마음이 짠해집니다. 오랫만에 보는 여름나라님 글...잘 지내고 계시지요?

  • 17. 아몬드조이
    '05.8.22 4:50 PM - 삭제된댓글

    울 엄마도 가끔 모피코트 얘기 하시는데........

  • 18. capixaba
    '05.8.22 5:20 PM

    친구 친정엄마가 모피 말씀 하시길래 왠 모피 하면서 다들 그냥 넘겼답니다.
    그리고 갑작스레 발병한 간암으로 6개월 만에 돌아가셨는데 지금도 저랑 백화점에 가면 모피매장 앞을 지날 때마다 눈시울을 붉힙니다.
    잘 해드리셨어요.
    큰올케가 참 좋은 분이시네요.

  • 19. 작은애
    '05.8.22 6:19 PM

    정말 어머니께서 그 모피코트 10년만 입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글 읽으면서 난 친정 엄마께 어떤 딸이었나 생각합니다
    몹시 부끄럽내요

  • 20. 여름나라
    '05.8.22 8:46 PM

    따뜻한 격려의 글들..감사합니다...

  • 21. 뷰디플쏘니아
    '05.8.22 8:55 PM - 삭제된댓글

    멀리 떠러져 계신 엄마 생각에 눈이 촉촉..
    더 나이드시기전에 자주 찾아 뵈야겠네요..
    잠시나마 우리엄마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 22. 그린
    '05.8.22 10:13 PM

    이 글을 보는 내내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져 혼났네요.
    전 울엄마가 좋아하시는 거
    한 번도 제대로 선물해보지도 못했는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 20년 전에, 제가 철 들기 전에 먼저 가셨어요.....

    문득 울엄마가 넘넘 보고싶네요...ㅜ.ㅜ

  • 23. 상궁마마
    '05.8.25 9:25 PM

    여름나라님 부러워요 그래도모피코트입으시고 기뻐하시는 엄마가 곁에계시잖아요 잘해드리세요 저희 친정엄마는 유방암으로 7년전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시지전 꼭 입고싶다하셔서 아버지가 사주신 진**뭐라하는 메이커 코트를 10번도 못입고
    나 죽으면 너나같다입어라 하시더니 지금 제 옷장에 고히 걸려있어요 아무튼
    부모님 계실때 효도해야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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