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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수다, 이야기를 만드는 공간

거슬러 올라가 Mr,김과 이양이 나의 부모가 된사연...

| 조회수 : 1,101 | 추천수 : 2
작성일 : 2005-01-11 23:04:51
꽃게님의 요청에 힘입어 진짜 시리즈 만들어 볼랍니다.^^

요즘은 요리의 내공이 딸리는 관계로다가, 5분이 멀다하고 새로운 글이 팍팍
오르는 자게와, 새로운 글마당 이런저런에 글 읽고 쓰는게 더 재미가 있네예.
왜냐??!! 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고만고만 야그들이고, 읽으면서 울고 웃고 때론 반성도
하고 또 배우고 맘속에 담아 두기도 하고, 하니깐예.  
그렇다면, 저도 82  짠밥이 좀 된건가???? 아님 82의 또다른 진수를 찾은긴지???

우째든 시리즈 나갑니다~~이~~^^

Mr,김과 이양은 바로 울 아빠 엄마의 성 입니다.
아빤, 부산의 명문 경남고등학교를 나오셨고, 엄마 역시 부산의 명문 부산여고를 나오셨지예.  
두분다 부산에서는 한 명문 하던 분이셨심니다.

근데, 명문은 명문이데, 명문에도 차이가 쪼매 있는것 같심니다.
엄마는 그야말로 동대신동 출신의 공부밖에 모르는 수재였고, 아빠는 부산진 출신의 야구쟁이
셨으니까예. 그래서 아빠는 명문고등학교에 야구부로 스카웃도 되어 가신거고, 엄마는 명문
여고 답게 순전히 공부하나로 그것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실력으로 들어 가신 거지예.

두분이 제 앞에서 자주 이런 다툼을 하곤 하셨심니다.
이 : 우리는 경남고등학교 야구부는 아예 거들떠 보도 안했다. 야구쟁이가 뭐 공부는 했겠나?
      다들 돌대가리 들이지........
김 : 머리만 좋아가 공부만 잘하면 뭐하노? 얼굴은 메주 쑤어논거 처럼 해가꼬.... 우리도 부산
      여고 가스나들은 쳐다보도 안했다. 촌시러버 가지고.......
나 : 그라면 두분이 와 만났는고예??? 내사마 이해가 안되는데...... 돌대가리와 촌년이....-.-

두분이 고등학교 때는 서로 몰랐다고 합니다.
근데, 아빠는 코스대로 야구를 하신다고 동아대를 가신 후 사회에 나오셔서는 무역회사에
취직하셔서 총망받는 회사원 이셨고, 엄마는 교대를 나오셔서 선생님을 하시면서 우연히
두분이 만났다고 하네예.  (그 스토리는 전설에 뭍혀 있는 관계로다가......잘 모릅니다.)

그런데, 두분의 다툼대로 그당시 서로를 보는 눈빛이 '돌대가리와 촌년' 이었다면 제가 태어
났겠심니까??  콩깍지가 씌인 고 당시엔 서로 지적인 매력이 철철 흘러 넘치고(돌대가리와는
거리가 멀었겠지예^^) 절새 미녀가 세련미까지 겸비(촌년에 ㅊ 자도 생각이 안들었겠지예^^)
했다고 서로 반했을 게 분명 합니다.

두분이 만난지 6개월만에 엄마가 손을 잡혔다고 하네예.
용두산 공원 올라가는 벤치에서~~
그러다가 서로 결혼을 하자고 결심을 한것 같심니다. 엄마야 손을 잡혔다는 이유로,
아빠는 이런 야무진 여자 노치면 안될것 같아서 그랬다고 합디다.
이런 도덕책에 나올 법한 뻔한 이유야 자식들 앞에서 하는 그럴싸한 야그고, 비하인드 스토리야
알수가 없으니......  그렇다고 비도덕적인 관계로 인해 결혼을 서둔 것 같진 않심니다.
우리 외할매가 동대신동에서도 유명한 호랑이 할매로 이름을 날리셔서, 귀한 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지 않으실 분도 아니고, 엄마역시 워낙 깔끔하셔서.........
그치만 모리지예~~ 뭐~~^^  사랑하는데........... 안그렇습니까????^^

어느날 아빠가 엄마를 데리고 집에 인사를 시키러 가셨답니다.
울 아빠가 돌아 가실때까지 워낙 멋쟁이에(외모 따라줘, 키따라줘, 직업도 빵빵해....)
매너는 죽이는 분이고, 돈은 월매나 잘 쓰셨을지.....  안봐도 비디오 입니다요~~
엄마는 정말 잘사는 집 외동이나 맏아들 정도로 알고 있었다는 군요.
아빠의 돈 씀씀이나 행색, 그리고 집업을 봐서...(그때는 야구 관두시고 무역회사에
계셨으니, 그당시 월급도 아주 좋았답니다.^^)
엄마 역시 동대신동의 땅부자집 막내니깐 그정도는 돼야 호랭이 할매가 승락을 하실거라
생각하고 그동안 좋다는 뭇 남성들에게 콧대를 세우고만 있다가, 고만 아빠의 showing 에
제대로 딱~ 걸린 거지예.^^ (무엇보다 외모에 홀라당~~ 넘어 가서리....^^)

부산의 수정동과 범일동 사이에 한 주택가가 고당시(60년대) 아주 잘사는 동내였다고
하네예. 아빠가 그리로 들어가시면서 동내 어귀의 제과점에서 케이크도 하나 사고 하시더
랍니다. 엄마는 속으로 '역시 내 예상 대로야....^^' 하며 쾌재를 부르셨고, 아빠는
'잘도 속아 넘어 온다..^^' 이러셨을게 분명 합니다.
케이크를 사고 나와서는 그 잘사는 동내를 거쳐 왠지 꼬불꼬불한 산길 비슷한 길을 마구
가시더랍니다. 좀 당황스럽지만 조용히 뒤따라 가던 엄니 나중에는 소스라쳐 놀랐다고
하더이다. 아주 판자촌 비슷한 집들이 즐비한 산동내로 마구 가고 있더라는 거지예.

그러다 한집앞에 딱 아빠가 서서 "드갑시다~~!!' 하시더랍니다.
낮은 흙담에 방이 3개쯤 있어 보일까 싶은 허름한 집으로 쑥 들어가니깐, 갑자기 방문
3개가 동시 다발로 열리더니, 한 20명쯤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더라는
겁니다. 엄마가 그모습에 다리가 후들거리고 현기증이 나면서.......@@~~  

하긴 엄마가 시집가서 모신분이 시부모님 2분, 시할머니 내외 2분, 시고모 3분, 아빠
형제 7명, 그리고 시삼촌이 2분 하여 도합 16명이 우르륵 나왔으니, 기절 안하면
더 이상한 거지예.  그래서 얼떨결에 끌려 들어가 "며느리 왔나~~" 하시면서 온 식구들
에게 눈도장 다 찍히고 그것도 이제 겨우 걸음마 하는 시동생에게까지(바로 막둥이)...

그렇게 엄마의 인생은 한방에 가고 있었지예.^^
당연히 외할매 절대 시집 안보낸다고 버티셨고, 이미 아빠에게 사랑을 느낀 엄마
다리몽뎅이 뿌라지는 한이 있어도 결혼 꼭 하고야 만다고 박박~ 우겨 그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만겁니다.  그 화병으로 울 외할매 저도 못보시고 그만.....ㅠㅠ

곱게 자란 막내가 층층시하에 시집가서 그 많은 살림을 혼자 다 하셨으니.....
또 온가족이 그저 아빠에게만 매달려 사셨으니..... -.-
엄마가 절 놓고 학교를 그만두시고 전업주부를 선언 하시면서, 시엄니를 포함하여
단 한사람도 일을 안도와 주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울 엄마 표현이 어주 걸작 이더이다.
"아침에 일라서, 밥을 해도 가마솥 한가득 해서 삽으로 퍼야 했고, 돌아서면 점심인데 라면
끓이면 소 죽 쑤는 큰 솥에 한가득 해서 바가지로 떠야 했고, 빨래는 어찌나 많은지 625때
한 대대 빨래를 매일 해 재끼는 것 같고.......... -.-;;;;;;;;"

근데, 문제는 태어난 이 순둥이가 울지도 않더라는 거지예.
좀 울어주면 젖 먹이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좀 쉴건데, 하도 안울고 놀다가 자고 놀다가 자고
그래서 하루는 꼬집고 때리고 그랬답니다.^^ 좀 울라고.......^^
그렇게 저놓고 십년 후 동생 놓고 두분이 미운정 고운정 다 들고, 그사이 층층시하 어른들 병
수발 다해 내시고, 시동생 시누이 시집 장가 다보내고(막둥이 삼촌의 엄마 노릇은 울 엄마가
다 해서, 저랑 매일 싸웠지예. 자기 엄마 놔두고 매일 울엄마 치마폭만 잡고 늘어져서....^^)
그렇게 엄마의 기나긴 세월(결혼 41년)이 쌓여만 갔지예.

아빠가 그랬답니다.
"** 씨~~ 저랑 결혼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 입니다......."
그때를 회상 하실 때 마다  코방귀 팅~ 날리시며, 늘 이런 말씀 하셨던 울 엄마,
"행복은 개뿔...... 고생이 넝쿨째 굴러 들어 왔다.....내가 내눈 쑤신 여자 아니가...."

그 애꾸 눈으로 울 엄마 아빠 돌아 가실때 참 많이 우시더이다.......
"남은 한쪽 눈 마저 쑤시구로 마 살아 있지......." 하시면서........ ㅠㅠ

그래서 부부는 연약하고 보드라운 꽃(사랑)으로 시작해, 모진 바람과 눈보라에도 끄떡없는
뿌리 깊고 단단한 나무(정)로 되는가 봅니다.

저희 부부도 언젠가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있을 날이 오겠지예?? ^^

감싸 합니데이~~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돼지용
    '05.1.11 11:12 PM

    맞심니더~
    지도 단단한 나무 맹글어 볼랍니다.
    잠시피는 꽃보다는 수백년 가는 나무가 훨 낫겠지예.

  • 2. 헤르미온느
    '05.1.11 11:29 PM

    벌써 뿌리가 저밑에 가있는게 땅속에서 느껴지는데예~...
    땅속으로 잠실 바닥까지 뻗은것 같심미더...^^

  • 3. 마농
    '05.1.11 11:54 PM

    즐거운 마음으로 역시...... 잘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

  • 4. 김혜경
    '05.1.12 12:00 AM

    어머님..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 5. 프림커피
    '05.1.12 12:03 AM

    하하하...오늘도 넘 재미있는 이야기네요,,

  • 6. 이수정
    '05.1.12 1:52 AM

    ^^ 장하신 어머님..사랑한단말이라도 자주 해드리세요..쑥스러움면 아한테라도 시켜서..

  • 7. 현석마미
    '05.1.12 7:01 AM

    재밌는 이야기이긴하지만...한편으로 마음이 짠~해요...
    아버님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싶기도 하구요...
    "남은 한쪽 눈 마저 쑤시구로 마 살아 있지......."
    어머님이 아버님 무지 사랑하셨나보네요...

  • 8. 피글렛
    '05.1.12 8:42 AM

    감동적인 참사랑이네요...
    혜진님의 에너지의 근원은 바로 부모님이셨군요!

  • 9. 꽃게
    '05.1.12 9:22 AM

    참 우리네 부모님들은 대단하십니다.
    혜진님 부모님은 그 시절 연애라니요 ㅎㅎㅎㅎㅎㅎ
    오늘도 엔돌핀 파악 받아넣고 갑니다.ㅎㅎㅎㅎㅎ

  • 10. 찌우맘
    '05.1.12 10:20 AM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베어나는 글이네여.
    아침부터 쨔~안 합니다....

  • 11. 민석마미
    '05.1.12 11:06 AM

    콩심은데 콩나고 팥심은데 팥난다는말 또한번 실감나네예
    훌륭하신 부모님 아래 혜진님
    넘 멋져부러요~
    싸랑합니데이
    띠깜님 오신다는디 저는 어쩌유 넘 먼 전라도 광주인데 공항에 마중가야하는뎅..

  • 12. 안나돌리
    '05.1.12 11:09 AM

    어구구 저랑 비슷한 결혼하셨네요~~
    띠깜님 어머님보단 덜 했지만...
    정말 저도 지금 생각해 보면 뭐에 홀린것 같아요..
    저희 엄머님도 저 말리려다 쓰려지시기도..
    지금 살아 계시다면 우리 막내딸 용하다 했을 것 같은데~~~
    맘이 많이 아픕니다. 어머님 생각만 하면..

  • 13. 늘푸른
    '05.1.12 11:22 AM

    글 읽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번졌네요. 참 글 을 맛깔스럽게 쓰십니다.
    근데 글 읽으면서 궁금한게 생기네요. 혜진님은 과연 어떤 결혼을 했을까하고^^

  • 14. 꿈의공장
    '05.1.12 11:45 AM

    혜진님의 씩씩한 모습..
    어머님께 받은 소중한 유산인 것 같습니다..

  • 15. yozy
    '05.1.12 12:52 PM

    어쩜 이렇게 실감나게 글을 쓰시는지....
    정말 대단하신 어머님이시군요.

  • 16. 미네르바
    '05.1.12 2:42 PM

    ^0^
    울 아버지도 부산고, 울 엄마 경남여고출신이라
    한때는 잘난 부모님을 무척 자랑스러워하며
    그 머리를 나도 닮은 줄 알았다나...

    혜진님 참 좋으셨겠다.
    울 엄마는 그런 힘이 없으셨는데...

  • 17. 김혜진(띠깜)
    '05.1.12 3:48 PM

    맞지예?? 미네르바님~~^^ 명문고 부모 및에 자란 저 정말 스트레스 받고 살았심니다.
    뺑뺑이 족이라는 둥, 공부의 차원이 틀린다는 둥........

    비록 명문 졸업은 못했지만서두, 현재 욜씸히 사는 제가 바로 명문 이라 자부하고 삽니다요~~^^

  • 18. 샘이
    '05.1.12 3:49 PM

    잼있으면 안되는 얘기인데도 넘 잼있습니더..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나오네예..

  • 19. 미네르바
    '05.1.12 9:11 PM

    (*^▽^*)(^---^)

    님 글을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님 글 읽고 힘 얻는 사람 많으니 아무쪼록 집필활동에 박차를 가하시기를....

    저는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사투리는 못쓰게 교육받은지라(사투리 쓰면 혼났어요)
    잘 알지 못하지만 재미있어요.

    농부네 아저씨 전라도 사투리도 참 재미잇더라구요.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적절히 섞여있어서 그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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