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는 남편과 식당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아이를 데리고 식당 앞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때 한글을 읽기 시작하던 아이가
식당입구에 쓰인 소고기라는 글자를 보고
엄마 소고기는 뭐로 만들어요 하고 물었다
잠깐 생각하다가 다섯살이면 이제
세상의 어두운 면도 조금씩 알기 시작해야 될
나이일까 싶어 아이에게
소고기는 뭘로 만드는게 아니고
소를 죽여서 그 고기를 먹는거야
아이는 너무 충격받아 한참 있더니
그럼 돼지고기는 돼지를 죽여서 먹는거냐고
물었고 이렇게 된 김에 그렇다고 알려줬더니
토끼고기는 토끼를 죽이는거냐
양고기는 양을 죽이는거냐 일일이 다 묻고
너무 충격받아
그럴 순 없다고 나는 이제 돼지고기를
먹지 않겠다며 소고기를 먹지 않겠다며
그럴 순 없다며
당장 그날 외식부터 고기를 안 먹고
된장에 밥만 말아 먹었는데
그 결심은 제법 오래 가서 6개월 넘게
외식에서 절대로 고기는 먹지 않고
된장에 밥만 먹다가 여섯살이 된 어느날
세상과 타협하더니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는데요
그때의 아이가 너무 귀여웠고
이 아이는 초등 고학년이 되었을때
다시 와서 묻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그걸 했냐고
그래서 그래 드디어 그걸 알게 되었구나 싶어
그래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동물은 성관계를
하고. 그건 나쁜 일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일인거야
그러자 아이는 고통에 목이 메어
제발 그만하라고 더이상 듣고 싶지 않다며
말을 막더니 다음날
그럼 큰아빠와 큰엄마도 그걸 한거냐 물어서
그래 당연하지 모두 성관계를 하고
그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고 나쁜 일이 아니야
모든 동물도 인간도 자연에서는
제발 그만하세요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하더니 다음날 풀이 한껏 죽은채 또 와서
그러면 외삼촌과 외숙모도 그걸 한거냐
이모도 한거냐
아는 사람 다 물어봐도
할아버지 할머니는 안 물어보고
포기하고 방에 들어가던 초딩
아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없는건 초3때 알았구요
네 키우는 동안 너무 사랑스럽고 즐거웠어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웠습니다
지금은 밥 달라는 말 외엔 거의 하지 않는 고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