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같이 사는 검은 고양이 녀석은 한번씩 마음을 설레게 해요.
화장실가서 앉아있으면 앞발로 문을 슬쩍 열고 들어와서는 근처에 와서 앉아있어요. (여기까진 안 설렘)
하루는 변기에 앉은채 허리를 숙여 고양이랑 눈맞춤을 하고 있었는데
제 무릎을 딛고 일어서더니 앞발을 천천히 제 얼굴쪽으로 뻗어서는 천천히 제 얼굴을 쓰담는거에요.
발톱도 숨기고 보송한 앞발로 천천히 쓰다듬는데.
저 분명 사람 좋아하고 남자 좋아하고 멘탈 멀쩡한 사람인데 ㅠㅠ
아 뭔가 되게 설레고.. 이 녀석이 날 좋아하는구나 지레짐작도 했습니다. ㅋㅋ
유튜브를 보다보면 고양이들이 방문을 여는 동영상이 있어요.
그 애들은 와 영특하다 똘똘하다 싶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몇년동안 새벽마다 집사 나오라고~ 나오라고~ 하며
방묘문 사이로 앞발을 넣어서 문만 벅벅 긁을 줄 알지 손잡이는 거들떠도 안보던,
그다지 안 똑똑해 보이는 우리집 녀석이었기에 (팔불출 아님 인증)
별 생각없이 재미삼아 제 양손으로 앞발을 잡고는
"문은 이렇게 여는거야~~" 하면서 문 손잡이를 딸각 하면서 열어준 적이 있었어요.
그냥 그렇게 장난스럽게 지나갔는데..
그날 밤... 방문 손잡이가 덜컥덜컥 하는 소리에 잠을 깨자말자 방문이 활짝 열리는걸 보고...
아... 괜한 짓 했구나........ 후회를 ㅠㅠ
요즘도 깜빡하고 문을 안 걸고 자는 날엔 활짝 열리는 방문을 심심치않게 보게 됩니다. ㅎㅎ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안 가르쳐 줄거에요 ㅠㅠ
이 녀석과 함께하는 숨바꼭질도 재미있어요.
한번씩 번갈아가면서 숨고 찾고. 사람과 숨바꼭질 하는 느낌이 들어요.
술래의 순서를 정확히 아는걸로 봐서는 보통내기가 아닌거 같기도........
심심하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쥐돌이 장난감을 물고와서는 제 앞에 툭하고 떨궈둬요.
그리고 자기는 달릴 준비 ㅎㅎㅎㅎ 지칠때까지 무한 반복.
가끔 변기에 앉아있을때도 쥐돌이를 물고와선 앞발로 슥 하고 제 발 앞에 밀어두곤 달릴 준비를 해요. ㅋㅋ
뭐니뭐니해도 제일 좋은건 녀석의 체온이에요.
제가 힘들때나 심심할때나 즐거울때나 언제나 반가운 따뜻한 녀석의 체온.
부드러운 털이 빼곡한 몸에 따스함이 가득해서 가끔 지치기도 하는 삶에 참 많은 위로가 됩니다.
각기 다른 울음소리로 제게 소통을 해오는데 못 알아들을때 참 미안하기도 하고.. ㅎㅎ
견공들처럼 매순간 다정하진 않지만, 한번씩 이벤트로 다정해요.
다들 이런 사랑스러운 고양이 한마리쯤 있으신거죠? (장난입니다 ㅎ)
모두모두 따뜻한 나날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