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학때 남자들이 많은 전공이었어요.
제가 졸업을 하고 나서도, 동기들은 군대를 다녀와야 했으니 아직 학생이었죠.
졸업하고 몇 년 지나 친한 사람들 몇몇만 모인 술자리에서 A라는 선배 이야기가 나왔어요.
한 친구가 저보고 A선배랑 친하냐고 묻더라구요. 제가 좀.. 선배들과 잘 어울렸어요.
근데 A선배는 너무 음흉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 가까이 하지 않았죠.
빈대과였어요, 금전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레포트며, 시험이며 학교생활 전체가 빈대였답니다.
그래서 친하지 않다고 했더니 입을 다무는 거에요.
말 꺼내놓고 그러면 너무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그 친구를 고문(?) 하다시피 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연인 즉슨.... 이번에 K대에서 생긴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었습니다.
개강MT, 즉, 같은 학년의 사람들끼리 간다는 그 MT에서, 다 같이 술 먹고 놀다가 그 선배가 자리를 비웠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술먹다 화장실도 가고, 바람도 쐬러가고, 먼저 자는 사람도 있고 하잖아요.
제 친구도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여자 방(자는 방)에 그 선배 신발이 있더랍니다.
그 방에는 이미 약간 몸살기운이 있던 아이가 하나 자고 있었구요.
그래서 아마 그 선배가 술김에 방을 잘못들어갔나 생각 하고 그 방 문을 열었대요.
근데.... 뭐... 상황은 짐작 하실 것이고...
그 친구는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일단 그 선배 목덜미를 잡고 방 밖으로 끌어냈답니다.
마당으로 끌려나오자 마자 선배는 도망갔대요. 그 친구는 어찌해야 좋을 지 몰라 당황하고 있다가 방으로 들어갔답니다.
그 선배는 다음날 아침에 나타나 제 친구 눈치를 보았는데...
맑은 정신에, 갑자기 뭐라 할 수도 없고 해서 입을 다물었다 합니다.
게다가 그당시는 지금보다는 성추행이니 성폭행이니 하는 것들이 지금처럼 이슈화가 많이 된 때도 아니었구요.
그 선배는 졸업때 까지
제 친구와 단둘이 있거나, 가까이 있는 상황을 피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전 참 당황되고, 열받고, 기가 막히고 하더라구요.
저도 그 선배랑 MT 간 적 몇번이나 있었는데... 참...
그러다가 작년에.. 그러니까 우리들이 대학을 졸업한지 십수년이 지난 뒤.
그 선배가 갑자기 사고사 했습니다. 교통사고였다네요.
돌잔치 한 지 며칠 안되는 아들과, 아내 뱃속의 둘째를 남기고 말이죠.
장례식에 다녀왔어요.
선배들은 많이 왔는데... 저희 학번에서는 딸랑 저 하나, 수업을 함께 들은 아랫 학번들은 아무도 안왔더군요.
한 선배가 좀 섭섭하다는 말투로 언급을 했는데...
거기다 대고 고인이 개*끼라서 안온거라도는 말 못하겠더라구요.
나쁜놈은 벌 받습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