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해
가 심상치 않다. 백일해는 최근 10여 년간 발생 사례가 많지 않아 과거에만 유행했던 옛날질환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2월 현재 발생자가 총 84명으로 10년 전 2001년 9건에 비해 9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10년 중 가장 많은 환자 발생률을 보이는데, 특히 11월에만 20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백일해는 그람 음성 간구균인 'Bordetella Pertussis'(보르데텔라 백일해균)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질환으로, 주로 기침이나 재채기로 발생되는 분비물로 인해 쉽게 전염된다. 백일해는 법정 2군 전염병으로 전염성이 매우 높지만, 백일해 감염 진단방법이 표준화되지 않아 실제 환자수는 이보다 훨씬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해외에서는 한 지역에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백일해가 급증해 2010년 한해 동안 9146건이 보고됐으며 이 중 이미 10명이 숨지는 유행을 보였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집단발생이 보고되지는 않지만, 미국과 유럽 등 해외 각국에서 유행이 급증 추세인 만큼 백일해 집단면역에 방어력이 떨어졌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 청소년 및 성인 백일해 급증 두드러져
올해 국내 백일해 환자 증가양상에서 주목할 점은 '성인 백일해' 발생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국내 백일해 발생 특성 분석결과에 따르면, 이전에는 영·유아에 발생건수가 집중되어 있던 것이 최근에는 청소년 및 성인층에서도 발병비율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국내 백일해 발생연령은 1세 미만 영아 환자가 80~100%로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0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백일해 발생환자가 2009년 9%(6명), 2010년 11%(3명), 올해는 37%,(31명)까지 증가했다.
최근 성인 환자의 급증 추세는 두 가지 이유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청소년 및 성인 연령군의 백일해 면역력 저하이다. 성인의 면역력이 저하된 것은 자연감염의 기회가 적어 추가면역 획득 기회가 적고, 소아기 기초 접종 이후 추가 접종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그 동안 백일해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올해 6월부터 질병관리본부 결핵호흡기세균과에서 '성인 백일해 감시' 사업이 시작되면서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백일해 환자들이 백일해 실험실 감시사업을 통해 확인되면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성인환자의 증가는 사회생활이 활발한 연령이기 때문에 신생아 보다 노출기회가 많고 백일해 대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관심과 감시체계가 필요하다.
◆ 무심코 지나치는 단순 감기증상…신생아의 백일해 감염의 원인일 수 있어
청소년 및 성인연령군에서는 비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백일해 환자가 많아 가족, 더 나아가 지역사회 내의 소아에게 백일해 감염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백일해는 발작적 기침으로 대표되는 질환으로 질병명도 '백일동안 지속되는 기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2주 이상 기침과 함께 발작적 기침, 숨을 들이마실 때 흡 소리, 다른 증상 없이 기침 후 구토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때를 백일해에 감염된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성인에서 발생하는 백일해는
만성기침
증상을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감염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이처럼 '흡'소리가 없거나 만성기침의 형태로 나타나는 비전형적 백일해 증상의 성인환자가 증가하다 보니 진단이 되지 않은 채 감염상태가 지속되고 성인이 신생아나 영·유아에게 감염원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백일해는 밀접생활을 공유하는 가족간의 전파가 용이해 가족 내 2차 발병률이 75~8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결과를 살펴봐도, 올해 백일해 연령별 발생현황에서 성인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면서 1세 미만 영아 백일해 환자도 함께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신생아 및 영·유아가 성인으로부터 백일해에 감염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영·유아의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인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는 점이다. 1세 미만 영아는 백일해 면역력이 약한 상태로 백일해 감염 시 무호흡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일해에 의한 사망은 주로 호흡기계 합병증에 의한 것으로 특히 폐렴은 백일해에 의한 사망 중 54%를 차지하는 주요원인이다. 이외에도 저산소증, 급성 뇌증,
중이염
, 영양부족 및 탈수, 발작성 기침에 의한 기흉, 탈장, 비출혈,
경막하출혈
등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 청소년 및 성인, Tdap(티댑)백신 접종으로 백일해 예방해야
백일해는 전염성이 매우 높아 급격히 증가할 수 있지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사전에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백일해는 현재 병·의원에서 접종 가능한 부스트릭스 등의 Tdap(티댑) 백신 접종을 통해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성인용 Tdap 백신은 소아용 DTaP 백신과 마찬가지로
파상풍
,
디프테리아
, 백일해를 모두 예방하는 백신으로 기존에 7세 이상 연령에서 사용되는 Td 백신에 백일해 성분을 추가해 11~64세 연령에 사용되는 백신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청소년, 성인 백일해를 영유아 백일해의 주요 원인으로 인식하고 청소년 및 성인의 추가접종으로 Tdap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2012년 상반기부터 Tdap 백신을 필수예방접종 지원 백신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특히 성인의 경우 DTaP 백신 접종 후 청소년기에 추가접종을 하지 않았다면 면역력이 감소됐기 때문에 임신 계획이 있거나, 신생아 및 1세 미만 영아 가족은 부스트릭스 등의 Tdap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신생아 및 1세 미만 영·유아, 특히 DTaP 백신 접종을 완료하기 전의 영·유아는 백일해 면역력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감염 시 매우 위험한데, 자주 접촉하는 가족이 아기에게 백일해를 전염시키는 주된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Tdap 백신을 임신 전이나 출산 직후에 접종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으며 신생아 접촉 전 영·유아 가족이 미리 성인용 Tdap 백신 접종을 통해 적극적으로 백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Tdap 백신으로 '부스트릭스'(GSK)가 국내 허가되어 있으며, 영·유아 시기에 DTaP 예방접종을 권장 일정대로 모두 마친 11~64세의 청소년 및 성인에게 1회 접종하는 백신이다. 부스트릭스는 이미 안전성을 입증 받은 GSK의 DTaP 백신인 '인판릭스'와 동일한 항원을 사용, 우수한 안전성과 높은 면역원성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부스트릭스는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는 물론 출산한 산모와 가족, 생후 6개월 미만의 유아와 접촉이 많은 부모, 조부모를 비롯해 모든 의료진에게 권장된다.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진한 교수는 "올해 백일해가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빈도로 발생하면서 백일해 집단 면역에 방어력이 떨어졌는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성인 백일해가 유행하는 것은 사회적 확산을 부추기고 신생아 감염원이 되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Tdap 백신 접종과 더불어 백일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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