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좋은 어린이집 고르는 법: 보이는 것을 보지 말고 말하는 것을 듣지 말자!
가정식 어린이집? 이라고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보육하는데, 추운 겨울에도 난방비를 아끼려고 춥게 지내고, 아이들 급식은 형편없이 주는데다, 방문을 닫아놓고 좁은 곳에 아이들을 가둬놓다싶이 했다던...
내 아이가 그런 곳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겠더라구요.
참... 그렇다고 직장을 관둘 수 없는 형편이라거나, 아이를 대신 키워주실 시부모님 혹은 친정부모님이 없는 엄마들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저 정부가 야속하고 아이가 불쌍하고... 그러실거라 생각해요.
그런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제가 교사로 일ㅎㅔㅆ던 경험을 살려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릴께요.
아마도 대부분의 어머니들께서는 내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에 미리 방문해서 원장 원감 선생님과 면담을 하실 거예요. 시설을 돌아보기도 하구요.
그럴 때, 원장이 말하는 "내용"만을 듣지 마세요.
"어떻게" 이야기하는지를 잘 살피세요.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뻔할 거예요.
우리 어린이집은 이러저러한 시설과 프로그램으로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 이런 말이 아니면 사실, 그들이 할 이야기도 따로 없지요.
원장 선생님이 어머님과 면담을 하는 동안에, 교사나 원아가 원장실에 들어올 일이 있다면, 그 광경을 눈여겨 보세요.
신입 학부모와의 면담도 중요하지만, 원아나 교사와 다정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 역시 똑같이, 혹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듯, 교사 한 명, 어린이 한 명과 진지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분은 아마도 진심으로 어린이를 사랑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소명감을 느끼는 분일거예요.
만약에 복도에서 지나가던 원아가 원장선생님에게 자발적으로 다가와 안기거나 손을 잡고 매달린다면, 그리고 원장선생님이 자연스럽게 그 신체접촉을 받아주신다면, 가산점을 더 주셔도 좋습니다.
어린이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아주 잘 구분하는 능력이 있거든요.
면담 도중에 외부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든지, 택배기사/가스검침원/소방안전관리원/ 등등 외부인이 방문을 해서 원장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생긴다면, 역시나 아닌 척 하면서 원장선생님이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살펴보세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지 못하는 사람은 어린이를 교육할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다음, 그들이 보여주는 것만 볼 것이 아니라, 다른 것도 주시해야 합니다.
어린이집 입구에 행사 게시판이 총천연색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고, 알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교사가 게시판을 꾸미느라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시간을 뺏기고 있는지도 모르거든요.
청소가 말끔하게 되어있다고 좋은 환경이라 속단하지도 마세요. 오늘 어머님이 오신다고 어제 대청소를 했는지도 몰라요.
너무 깔끔하고 너무 조용한 환경은... 아이들을 억압하거나 교사를 쥐어짜낸 결과의 산물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유롭게 교구를 꺼내서 놀 수 있고, 어질르면서 놀 수 있는 꺼리가 많은 시설이 사실은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랍니다.
뭐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시겠다구요?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주방과 화장실 같은 곳은 반드시 깨끗하게 유지되어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놀이하는 공간은 가구나 벽지에 적당히 손때가 묻어있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바닥에 놀이감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다해도, 그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교구장이 구비되어 있다면, 놀이감이 많이 어질러져 있을수록 좋은 프로그램이라 보시면 됩니다.
어머님이 교실에 들어갔는지도 모르고 교사가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면 - 책을 읽어준다든지, 아이들과 함께 소꼽놀이를 한다든지 - 가산점 추가하셔도 좋습니다 ^__^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놀고 있고, 교사는 어머님과 이야기 나누느라 아이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오래도록 서있다면, 그건 아주 나쁜 싸인입니다.
급식표에는 뭔 고급 뷔페 레스토랑 저리가라 할 정도로 아름다운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겠지요?
주방의 규모와 시설, 그리고 인력이 그런 음식을 직접 조리할 정도가 되는지 눈여겨 보세요.
아이들이 먹는 양은 아주 적기 때문에, 만 3-5세 아동의 식사량으로 6인분 이라면 성인 1인분 정도 양으로 계산하시면 넉넉할 거예요.
그러니까 예를 들어, 방문하신 어린이집 규모가 원아가 50명에 교사가 8명이라면 (그리고 모든 교사가 원에서 식사를 함께 한다면), 주방의 규모가 성인 16-17명 정도 인원이 한꺼번에 먹을 식사를 준비할 정도는 되어야지요. 밥솥의 크기라든지, 반찬을 만들 커다란 후라이팬과 냄비,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컵과 식판, 그리고 식기를 소독할 수 있는 장비 등등을 잘 보세요. 정기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그저 전시용인지도 보셔야지요?
제 경험상,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무엇보다도 원장선생님의 교육철학과 운영방침이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초중고교와는 달리, 원장선생님이 교사나 주방 아주머니등 다른 직원의 임면에 유일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설령, 교사로서 자질이 아~주 약간 모자란 사람이라 하더라도, 훌륭한 원장선생님 아래서 일을 하다보면, 훌륭한 교사가 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아무리 소신과 이념이 훌륭한 교사라도 악덕원장 아래서는 그 소신을 펼칠 수가 없고, 거기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함께 악덕을 저질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곳을 떠나는 것 밖에 방법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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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을 다 쓰고나니,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저처럼 일하는 엄마들이 더욱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희망의 말씀을 드릴께요.
이렇든 저렇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쑥쑥 잘 자란답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쎄요!
그러니까 지나치게 걱정하고 겁먹지말고, 그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해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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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두리
'10.12.4 12:48 PM소년공원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언제쯤 글을 올려주실까 하고 육아게시판을 들락거리거든요.
제가 두 아이(큰아이 만1세에, 작은아이 생후 2개월부터)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알게 모르게 느꼈던 점들을 콕~ 찝어 주시니, 너무 어린나이에 엄마품에서 떨어져 지내야 했던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조금은 사그라 드는것 같습니다.
시설 좋고 깔끔한 어린이집에서 느꼈던 어색함과 오래되고 낡은듯 했지만 따뜻했던 어린이집.. 두번째 어린이집을 선택했던 제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2. 겜마
'10.12.4 7:44 PM소년공원님, 정말 좋은 선생님이셨을 것 같아요!^_^
좋은 연말 되셔요! ♡★♡★♡★♡★♡★♡★♡★3. 소년공원
'10.12.4 9:36 PM두리님, 고맙습니다 ^__^
와~ 아이를 둘이나 키우시면서 일을 하셨나봐요? (직장일 때문에 아이들을 그렇게 일찌감치 어린이집에 보내신 것 맞지요?)
저는 고작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다고 징징대는 일이 있는데... 참 대단하세요!
오래되고 낡았지만 따뜻한 어린이집... 생각만 해도 따사로움과 정겨움이 느껴져요.
아이들도 틀림없이 거기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사실, 잘만 선택해서 보내면, 아이들은 집에서 엄마와 지지고 볶는 것보다,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과, 다양한 놀이감으로 노는 것이 몇 배나 더 즐거운 일이거든요.
제 아이는 생후 4개월 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주말이나 방학 동안에 집에 있으면 지겨워하곤 해요. 어린이집에 가면 선생님들이 오로지 아이들만 쳐다봐주고, 간식과 급식은 매일매일 다른 메뉴로 다채롭게 나오고, 뭘 만져도, 뭘 건드려도, 모두다 오케이! 하는데 - 어린이집 교실은 어린이에게 최적화된 상태니까요 - 집에선 엄마 아빠가 잘 놀아주지도 않고 집안일이나 컴퓨터로 바쁘기만 하지... 어제 먹은 밥을 오늘도 주지 (에공, 요건 좀 찔립니다요...ㅋㅋㅋ)... 이것도 위험하다, 저것도 만지지 말아라, 안되는 것 투성이에 친구도 없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제대로 잘 하는 어린이집은 우리집보다 훨씬 더 좋은 경험을 아이에게 주는 것 같아요. ^__^
저도 지금 어린이집을 발견하고 선택한 것이 자랑스럽... 쿨럭~ ... 습니다 ^__^
겜마님, 제가 지금 (엄마로서)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고 몇 번이고 생각한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교사를 해보고싶다는 생각까지도 들어요.
^__^
님도 좋은 연말 보내세요!4. 도야엄마
'10.12.5 9:57 AM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어린이집 문제, 어느정도... 해답이 되었어요.
저는 큰아이가 황금돼지해에 태어났는데... 서울로 이사와서는 정말 오라는곳이 없어서 늘 좌절(?)하고 있답니다. 첫 어린이집이라, 더 고민되기도 하구요...
원하는 곳은, 대기자1번이라... 좀 기다려볼까 아니면 다른곳에 보낼까 하는데..
지금 입학이 가능한 그 곳이... 마음에 안 들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원장선생님과 면담 중, 교육마인드 찾아볼 수 없고.. 원장실로 들어오는 아이들역시, 선생님과 상호작용이 없었구요...
제가 우려하던 부분으로 이렇게 콕! 찝어주시니, 감사해요~^^5. 갈매기댁
'10.12.6 12:06 AM작년 생각이 납니다. 큰아이 유치원 보낸다고 방문 상담전화를 했는데 보통 시간을 지정해 주잖아요~~ 근데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아무데나 편한 시간에 오시면 된다고 하더군요. 원장실에 들어가서 상담하는도중 아이가 쑥 들어와서 대접해논 쿠키를 먹어도 암말씀 없으시고 나가란 말도 안하고 첨 보는 동생에게 웃으면서 인사며 아이들 표정이 모두 밝았어요. 교사들은 방문에 상관없이 아이들과 놀고 있고..... 이런 유치원 드물죠? 소녀공원님 말씀처럼 원장님 교육철학이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구요. 아이들이 주방아주머니를 주방어머니라고 부르는걸 보고 참 포근하게 느껴졌어요. 큰아이가 참 복 받은거 같아 너무 기쁩니다.
유치원 방문하시면 아이들과 교사들 표정을 한번 유심히 살펴보시는것도 팁인것 같아요.6. 서현맘
'10.12.7 8:46 PM정말 아이들을 위해서 100% 믿고 맡길만한 곳이 없어요. - -;;
울나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엄마들한테 보이는 것만 중요시 하고 그러네요.
오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서리...
어느 영어학원은 체벌도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구를 붙여두고 있는 곳도 있다더군요.
근데 성적이 오른다고 체벌도 상관안하고 보낸다고 하더군요. 성적만 올라가면 땡인가봐요. - -;;7. 소년공원
'10.12.10 8:21 AM도야엄마님, 저희 아이도 황금돼지띠예요. 반가워요!
갈매기댁님, 그렇게 좋은 곳을 찾으셨으니, 정말 복이 많으시네요.
서현맘님,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네요.
그 어린 아이들을 왜 그렇게 공부 고문을 못시켜서 안달들인지...
참 안쓰러워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