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척 하면서 커피도 한 잔 옆에 두고요...
음... 이건 일급 비밀에 속하는 거지만... 그래도 오늘 글을 쓰려면 밝혀야 할 것 같아서... 살짝 말씀드릴께요.
저는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 유치원 2급 정교사 자격을 가지고 유치원에서 1년, 어린이집에서 4년간 교사를 했었어요.
그 때 교사로서 제가 느꼈던 점 중에서 학부모들이 알면 좋을 것 같은 것들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전직 교사가 밝히는, <이런 아이가 참 예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이집 일과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써보겠습니다.
우선, <인사를 바르게 하는 아이> 가 참 예뻐요.

두 손을 배꼽에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쳔챙님 앙녕하셔요?" 하는 아이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건 어린이집 선생님의 크나큰 행복이랍니다.
제가 본 바로는, 엄마나 아빠가 옆에서 시범을 보이며 인사를 과장될 정도로 바르게 하면 예외없이 그 아이도 예쁘게 인사를 하더라구요.
제가 근무하던 곳은 일하는 엄마만이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곳이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서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아이를 데려다주러 오시는 가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연세 높으신 할머니께서 제게 허리 굽혀 인사를 하시는데, 처음엔 몸둘 바를 몰랐다가, 나중에 깨달았어요. '아, 이건 나를 존경하는 마음 보다도 당신 손주가 예의범절을 잘 배우라는 뜻이구나' 하구요.
아이가 숫기가 없어서 인사를 잘 못하고 엄마 치마폭에 숨기만 한다고 야단은 치지마세요. 그냥 엄마가 바르게 인사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주시면 언젠가는 아이가 엄마를 따라하게 될거예요.
교실에 들어오면 아이는 겉옷과 가방을 벗어서 자기 장에 넣고 놀게 되지요?
옷과 가방, 그리고 모든 소지품에 이름이 써있는 아이가 예뻐요.
"우리 애는 지 물건 알아서 잘 챙겨" 하고 생각하시는 엄마들 많으시지요? 네, 자기 물건 잘 챙기는 아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스무 명이 벗어둔 신발은 마흔 짝, 그 중에 내 것을 얼른 찾아내기란 어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예요.
아이의 물건에 이름을 써주면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답니다.
어린 아이들이 가장 먼저 친숙하게 읽게 되는 글자가 자기 이름이거든요. 그리고 자기 이름과 친구 이름에서 같은 글자를 찾아내거나 간판에 써있는 같은 글자 찾기 등등의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글을 익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 안드는 한글교육이예요.
가방이나 신발에는 물에 젖어도 지워지지 않는 네임펜으로 이름을 써주시고요...
옷은 안쪽 자락에 우리 아이와 선생님만 알아볼 수 있게 써주시면 충분해요.
여벌 옷을 보내실 때는 옷에도 이름을 쓰고, 한 번 갈아입을 분량(?? 그러니까, 윗도리 바지 한 벌과 속옷 한 개 양말 한 켤레)을 투명한 봉투에 넣고 (지퍼락 백이 참 좋아요), 봉투에도 "코난군 여벌 옷" 이라고 써보내 주시면 좋아요.
오줌싼 옷, 아니면 흙탕물 묻은 옷을 그 봉투에 담아서 집으로 되돌려 보내기가 편리하거든요.
엄마 생각엔, 오늘 오줌싼 아이가 여러 명도 아니고 우리 아이 하난데, 그렇게까지 챙겨주어야 하나 싶을 수 있지만요, 선생님 입장에선 바쁘게 수업도 하고, 다음 주 행사준비도 해야 하고, 이런저런 다른 업무가 많기 때문에, 그런 세심한 배려가 무척 감사하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요건 아마 쉽게 얻기 힘든 정보일 겁니다...ㅎㅎㅎ
아이의 물건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엄마의 자녀는, 선생님도 한 번 더 돌아보고 챙겨주게 되더라구요.
사람의 마음이 원래 그런 것 같아요.
아, 이 엄마는 이렇게 꼼꼼한 성격이구나. 그러니까 나도 꼼꼼하게 챙겨드려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하지만, 오늘 하루만 어린이집에 들고가는 누나의 물건에 동생의 이름을 큼지막하게 써놓을 순 없겠죠?
그럴 땐, 마스킹 테잎이 킹왕짱 입니다.
가위나 칼 없이 손으로 쭉 뜯어지고, 떼어내기도 쉽거든요.
저는 현관에 볼펜과 마스킹 테잎을 항상 구비해두고 있어요.
코난군이 아직 어려서 아침마다 마음에 드는 장난감 한 개를 골라서 함께 어린이집에를 가야 하거든요. 안그러면 안간대요... ㅠ.ㅠ
그런데 복슬복슬 털인형에다가 이름을 써주려면 힘들고, 또 어떤 건 빌려온 장난감이라 코난군의 이름을 쓸 수가 없고, 그럴 때 유용하게 쓰고 있어요.
물론, 이름을 쓸 때는 코난군이 지켜보게 하지요. 그래야 내 물건이다 하는 마음도 생기고, 읽기 공부도 시키니까요.
이쯤되면...
아이고, 나는 덜렁이 엄마라서 꼼꼼하게 물건 챙기는 거 못하는데... 우리 아이가 예쁨을 덜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시작되는 분들 계실거예요.
그런 분들! 걱정말고 잡솨봐!! 앗, 이것 아니다...ㅋㅋㅋ
걱정하지 마시구요, 덜렁이 엄마의 자질을 그대로 발휘하시면 되어요.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아이 선생님에게 '나는 수월한 사람이다' 하는 이미지를 심어주세요.
어쩌다 우리 아이 외투가 바뀌어서 돌아와도, 다음날 돌려주면서 "어제 코난군이 란네짱 가디건을 입고 왔더라구요. 그래도 어제 바람이 추웠는데 남의 옷이라도 입고 와서 다행이었어요 호호호. 그나저나 란네짱이 코난군 잠바를 입고 갔을까요? 선생님이 한 번 물어봐 주시겠어요? 네? 란네짱은 오늘 결석이라구요? 괜찮아요~ 그거 말고도 내일 입힐 외투가 있으니까 천천히 찾아주세요."
이렇게 기분좋게 수월하게 넘어가주시면, 선생님이 정말 고마워할 거예요. 그리고 엄마과 교사가 인간적인 신뢰감을 쌓게 되고, 거기서 덕보는 건 바로 우리 아이...
다음, 어린이집에서 오는 소식지나 유인물을 잘 읽고 협조해 주시는 부모님의 자녀가 참 예뻐요.
예를 들면, 내일은 동물농장 견학이 있으니 간편한 복장으로 보내주세요 하고 알림장에 써보냈는데, 이런 옷은 좀 거시기... 하겠죠?
이번 주간에는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들> 단원을 배우고, 금요일에는 소방서 견학을 갈 예정이예요... 하고 소식지에 나갔더니, 집에서 안쓰는 것들이라며 한 주일 내내 교실에서 가지고 놀게 소방관 모자며, 소방차 장난감, 등등을 빌려주신다면 당신은 센스만점 엄마!
시간 맞추어 하원하는 아이도 참 예쁘지요.
예상치 못한 업무가 길어졌다, 차가 길에서 퍼졌다, 등등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많지요. 그럴 땐 할 수 있는 다른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노력을 해보시구요... 할머니께 응급 도움을 요청한다든가, 같은 반 엄마한테 부탁을 한다든다... 그래도 정 안되면, 선생님께 미리 전화로 알려주세요.
"선생님, 정말 죄송해요. 이러저러한 일이 갑자기 생겼는데, 아이 할머니는 지방에 내려가셨고, 란네짱 엄마도 오늘은 일이 있어서 코난군을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고 하네요. 제가 최대한 빨리 갈테니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 간략하지만 납득이 가는 설명을 해주시면, 기다려야 하는 교사도 이해와 용납이 쉽게 되어요.
'맞벌이 주부라 나는 너무 힘들어. 내가 일부러 이런 상황을 만들었어? 내가 왜 선생한테 빌빌 매며 굽신거려야 해?'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교사역시 좋은 마음이 안생길거예요.
왜냐하면, 그 교사도 <예상치 못한 일>로 퇴근이 늦어지는 거거든요.
다음날 다시 한 번 교사에게 정중하게 어제 일을 사과하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면, 그 어떤 교사라 하더라도 마음에 앙금없이 웃으며 넘어갈 거예요.
중요한 것은 진실한 마음이 전달되게 하는 것 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맡긴 죄' 때문에 마음에는 별로 없지만 겉치레로 하는 인사나 사과는 받아들이는 교사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아요.
그리고 그건 어린이집 선생님하고만의 경우가 아니고, 남편과 아내, 부모님과 자식, 직장 동료, 그 어떤 인간관계 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내 아이의 선생님을 대할 때...
'내가 약자'
'너 뭐 구린 구석 없니?'
이런 생각을 던져버리시구요...
'댁이나 나나 우리 아이가 행복해야 행복한 사람이니 우린 동지라우'
하는 마음과 인간적인 예의로 대해주시면, 참 아름답지 않은가요?
막판에 퇴근시간에 쫓겨서 글이 좀 엉성하게 마무리가 되는 것 같은데....
쑥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실 님들임을 믿ㅆㅠ~미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