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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 아이의 성교육은 부모의 몫이다

| 조회수 : 2,357 | 추천수 : 134
작성일 : 2009-08-25 05:32:43
미국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학교에서 성교육을 시키기 시작한다. 실제 교육 이전에 부모들을 불러 교재와 내용을 알려주고 자기 아이를 그 교육에서 빼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할 기회를 준다.

큰 아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기에 기회가 없었고 둘째 아이가 미국에 돌아와 5학년 성교육 시간을 맞이하였다. 부모들을 부르기에 참석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내 마음에 큰 실망과 걱정이 앞섰다.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따로 가르친다 하는데 여자 아이들에게는 생리대 몇 개와 관련된 작은 책자를 나누어 주었고 내용의 대부분은 생리 시 처리하는 법 뿐이었다. 그 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실시하는 성교육은 피임과 AIDS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갖가지 인권단체의 비난과 법 조항 때문인지 어린 아이들에게 그저 어떻게 해서든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방법만 가르쳐주는 것에 불과했다.

결국 아이들에게 성생활이란 어느 때이든지 내가 하고 싶은 때에 시작해서 그저 임신만 살살 피하고 AIDS나 다른 성병에 걸리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암암리에 가르쳐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각종 피임기구 제조회사들의 로비활동과 관련된 여러가지 숨겨진 정치적 얘기들이 있다고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얘기이다.

미국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은 이미 그 위험 수위를 넘어도 한참 넘은 시기에 와있다. 각 대학 마다 기숙사에 혼숙이 만연해가고 주말이 시작되는 토요일 아침이면 기숙사 방 앞에 콘돔 상자가 배달되어 있다고 한다. 마약과 술이 반드시 따라오는 각종 파티에 호기심으로 참석하기 시작하다 보면 여간해서는 발을 빼기 어려운 실정이다.

큰 아이가 아주 어려서 신생아 때부터 목욕을 시켜주고 기저귀를 갈아줄 때마다 주문을 외듯 아이가 제대로 알아들을지 알지 못하면서도 얘기해주었다. "너는 아주 귀한 아이야. 이다음에는 아마 예쁜 아이의 엄마가 될거야. 이 곳은 너에게 그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란다. 네가 엄마가 되기 위해 소중하게 지키면서 잘 자라자." 신기하게도 이렇게 말해주면 아이는 무엇을 알아듣는듯이 귀를 쫑긋 세우며 나와 눈을 맞추곤 했다.

조금 자라서는 서점에 가서 각종 어린이 성교육 책을 구입해서 조금 더 가르쳤고 초등학교 즈음에는 아기가 어떻게 생겨나고 엄마 뱃 속에서 어떻게 자라서 세상으로 나오는지를 비디오를 보여주며 가르쳤다. 생리가 시작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성에 대해 가르쳐주었다. 생리가 시작하는 날에는 온 가족이 모여 큰 파티를 열러주었고 여자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중학교에만 가도 주변에 이미 성을 경험한 아이들이 많다고 우리 애들이 와서 얘기를 한다. 고등학교를 가면 아이들이 더 대담해져서 임신을 경험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엄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걱정에 잠이 안 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과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 최선이기에 그런 기색을 내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너 만약에 남자 친구 생겨서 그 애가 하룻밤 같이 보내지 않으면 학교 파티에 같이 안 가겠다고 하거나 다른 여자애를 만나겠다고 하면 어떡할거야?" 조심스럽게 고등학생 큰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나 남자 친구 없어요!" 아이가 눈을 흘기며 말한다.
"그래도 만약에 생겼는데 그러면 어떡하냐구. 그리고 너두 그 애가 아주 많이 좋으면 어떡하니?"
"엄마, 그게 무슨 걱정이에요. 그러면 아, 이제 다른 애를 만나야 하는 건가 보다 하고 그 애와 끝내면 되지요?"
"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우니? 사람 좋아하고 헤어지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픈건데? 그래, 딱 한번만이다, 이런 생각 들 수도 있잖아?"
"아니야. 그렇게 상대의 생각 존중 안하고 무조건 이렇게 안 하면 나와 끝이다 라고 하는 애라면 만나면 안되는 거에요. 아무리 자기가 그러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상대를 배려해주지 못하고 무조건 자기 하라는 대로 하는 애라면 계속 만나도 어차피 헤어지게 될거라고 생각해요. 엄마, 마음 아픈 일 하나도 안 겪고 어떻게 세상을 살겠어요?"
다 큰 어른처럼 혀를 끌끌 차면서 말하는 큰 아이가 그 때처럼 예뻐보이고 한 순간 마음이 놓였던 때는 없었다.
"엄마,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지구의 반이 남자에요~!" 중학생인 둘째가 같이 거들자 저희들끼리 깔깔댄다.
이런 마음이 계속 되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아예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남자친구를 만나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딸 가진 모든 엄마의 바램이리라.

사춘기 딸을 가진 엄마라면 남자 아이들을 조심하도록 시키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내 아이가 진심으로 동급생 남자친구들을 배려하고 보호해줄 수 있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남자아이들만 탓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사춘기 남녀 아이들 사이의 강간 사고의 대부분은 미리 계획되지 않은 우발사고라고 한다. 무지한 상태로 옷을 입고 남자 아이와 단 둘이서 밀폐된 공간에서 함께 있다가 생겨나는 비극인 것이다. 부모들이 조금만 가르쳤더라도 막아질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니 어쩌면 부모의 책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여자아이들의 옷차림은 큰 부분이다. 몸의 대부분을 드러내고 주요부위까지 어렴풋이 보이는 옷차림은 남자아이들의 마음을 혼란시키고 결과적으로는 여자아이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참 자라나는 남자 아이들은 시각적인 유혹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내 딸을 잘 가르치고 조심시켜야 내 귀한 딸은 물론이고 남의 귀한 아들도 보호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가까운 친구가 농담처럼 이런 얘기를 했다.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오려면 여자 아이들 옷차림이 요란하기 짝이 없어. 정말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 얘들아, 제발 우리 아들 공부 좀 하자!!!" 배꼽을 잡고 웃었지만 사실인 얘기이다.

여자 아이들의 몸가짐도 반드시 가르쳐야 할 부분이다. 친하다는 이유로 남자 아이들과 거침없이 팔짱을 끼고 수시로 포옹을 하다가 보면 남자 아이들은 그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경우도 있다. 민감한 나이에 여자 아이들과 스치기만 해도 가슴이 뛰는데 더한 행동은 얼마나 자극이 될 수 있는가. 정말 친한 친구라면 친구를 잘 알고 그 친구를 보호해주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딸들에게 꼭 가르쳐야 한다. 아무리 어려서부터 한 학교에서 함께 자란 친구라도 이제는 남자와 여자로 자라났으니 서로에 대한 예의의 연장선으로 가르친다면 아이들도 잘 이해를 한다.

또한 둘 만이 밀폐된 공간에 있는 것은 영원한 불문율이다. 상대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신체적 반응이란 것이 예측할 수 없이 생겨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또 다른 친구는 아예 집으로 와서 같이 놀으라고 고등학생 딸 아이와 남자친구에게 집을 오픈해주었다고 한다. 단 둘이 방에 있을 수는 없지만 집으로 와서 논다면 얼마든지 환영이라고 허용을 해주었더니 자기들 둘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다 데리고 와서 그 집은 언제나 아이들이 왁자지껄 모이는 아지트가 되었다. 얼마나 현명한 부모인지 저절로 부러움을 자아내는 가정이다. 자기들끼리 부엌에서 무얼 해먹고는 설겆이까지 다 해놓고 간다고 한다.

성은 불필요한 임신을 불러오는 더럽고 추한 것이 아니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부부 간의 친밀한 의사소통의 가장 기본적인 통로가 되는 아름다운 것이다. 생명의 근원으로 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피해야 하는 더러운 것으로 바라보는 선입관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부부들의 결혼 생활이 흔들리는지 모른다.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성은 입 밖에 내서도 안되고 즐겨도 안되는 것으로 여겨져왔다. 아직도 많은 부모들이 성에 관하여 자녀들과 자유로이 얘기하는 것이 불편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한다. 어쩌다 얘기를 한다 해도 낙태수술이나 임신에 관해 겁을 주는 정도에 불과할 때가 많다고 한다.

지역의 여러 그룹을 상대로 아이들의 성교육에 대해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그 때마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성교육이란 엄마 아빠가 근사한 어떤 지식을 기반을 가졌어야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정의 친밀감의 정도에 딸려 있다는 것이다. 부부 간이 친밀하고 부모와 자녀가 친밀한 가정은 성에 대해 한번도 얘기해보지 않았어도 언제든지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이 부그럽지도 않을 것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로 흘러갈 것이다. 친밀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면 다른 대화도 어려운데 성이라는 주제는 더더욱 껄끄러운 주제가 될 것이다.

날마다 공부 안한다고 소리를 지르던 엄마가 느닷없이 불러 앉혀놓고 성을 얘기한다면 그보다 더 어색하고 불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얼굴 제대로 보기도 어렵던 아버지가 딸에게 성을 얘기하려면 오히려 관계가 더욱 소원해질 수도 있다. 친밀감이 잘 형성되어있지 않다면 성 이전에 먼저 가정의 친밀감부터 매만져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친밀한 가정이라면 그 어떤 주제도 서로 부끄러운 얘기가 되지 않고 오히려 가족의 결속을 더욱 묶어주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큰 아이를 좋아하는 동급생이 편지를 보내왔다.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자 마자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이 편지를 들고 가 자랑을 하였다.
"너도 얘가 좋으니?" 남편의 얼굴에는 오히려 걱정이 가득해 보여 나는 멀찌감치에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아니, 그냥 그런데 아빠한테 우선 보여주는 거에요!"
"아빠가 남자 아이들이 어떤 여자들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지 가르쳐 줄까? 인기가 많아지려면 다 요령이 있는 거야!"
삼 십 년 전에나 먹혔을 법한 얘기들을 가지고 열변을 토하는 남편과 귀를 쫑긋 세우고 열심히 듣는 큰 딸 주변으로 다른 아이들까지도 모여드는 모습이 눈물나도록 사랑스러웠다.  

우리가 자라온 세상에 비해 세상이 날로 험해지기만 한다. 부모가 무엇을 한들 아이들을 다 지켜낼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도구와 연장 하나라도 더 쥐어주다 보면 제 힘으로 헤쳐나갈 요령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램이다. 성이란 우리의 삶에 피하고 싶은 부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고 부부의 사랑을 완성시켜주는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잘 배우고 간직해서 훗날 자신들의 삶에 지혜롭게 사용할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섣불리 미리 그 맛을 알려고 하다가 다치지 않고 성숙한 기다림으로 부끄럽지 않아도 될 그 시간이 되었을 때에 온전히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치려니 부모의 역할이 정말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이 난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먹순이
    '09.8.26 10:10 AM

    초등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좋은 글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우리딸도 저렇게 잘 자라 줄거라 믿습니다^^

  • 2. 82cook
    '09.10.19 7:50 PM

    82cook 관리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라서 글 제목에 ★표 붙여두었습니다.

  • 3. 파랑하랑
    '11.5.19 12:51 AM

    딸아이 성교육으로 고민하던 차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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